형님,
봄이 전하는 형체는 아주 소심한 형이하학이어서 아침과 한낮, 저녁의 냄새가 조금씩 바뀌고 볕마저 명암과 밀도를 달리하는데 조심스럽지만 빛들이 성기는 저녁 퇴근무렵, 노을은 서쪽으로 달려가 쇠잔해진 몸을 허덕이며 서쪽으로 다 넘어가고 그들의 잔영만이 퇴락 장승의 꼴로 길게 드러눕고 있습니다. 머리에 서리내리는 시절을 만나자 겨우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 수치와 자존이 서로 다르지 아니하며 한 몸으로 뒤엉킨 것이 삶인 것임을 깨달을 때까지 예전엔 장엄한 이 일몰의 메타포를 뭐라 표현할 수 없어 그저 먹먹하고 무력하여 무참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난 해를 보내며 저는 세상의 더러움들이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해 노골적으로 지분거리는 것에 대해 속수무책인 채 그저 아름다움이 아까워 치를 떨며 분노했고, 내 증오란 말해질 수 있는 것을 넘어서 일삼아 지껄였으므로 내 속내 또한 가난하기가 참으로 처참했습니다.
형님,
오는 봄들은 새로울까요? 우리들이 맞은 기억속의 봄들이 과연 새로웠던 적이 있던가요? 봄이라고 세상이 바뀐다고 정치도 꿈틀대고 있습니다. 이 정권도, 철수씨도 생명의 봄이라는 새로움의 메시지를 풍기고 있습니다.
형님,
형님은 누구 편입니까?
저는 단호하게 아무 편도 아니라고 대답합니다.
저는 앞으로 살아있는 동안 일관하여 다만 고통받는 자들의 편이고자 합니다.
이럴지니 별 수 없이 형님도 내 편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