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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0 13:43
노동정책이 실종된 박근혜 정부에 들어 두 가지 상반된 일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예단하기 빠르지만 두 가지 상반된 일들은 너무나 거리가 멀어 박 정부의 노동정책의 부재가 더욱 명확해집니다. 노동정책이란 좋은 일자리 창출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해고노동자에 대한 재취업을 위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과 교육이 뒤따라야 합니다.
두 가지 상반된 일 중에서 박 정부가 출범한 이래 현대자동차나 한화, 이마트, 한진중공업처럼 그룹 총수가 감옥에 갇혀 있거나 고발을 당한 상태이고 노동부의 집중 감사 후에 검찰 고발을 눈앞에 둔 재벌들이 새 정부의 선처를 바라며 파견형식으로 고용하고 있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주간 2교대 근무를 실시하는 등 알아서 기는 것이 하나입니다.
이는 정권 교체 초기에 일어나는 대대적인 사정의 일환일수도 있고 기업들의 눈치 보기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총수에게 유리한 판결이나 선처를 기대하기 위한 재벌들의 눈치 보기일수도 있습니다. 분명 잘된 일이지만 박 정부의 노동정책의 결과물은 아니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두 번째는 최장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었던 콜트악기에서 행정대집행이 집행돼 최장기 파업이 아무런 성과도 거둘 수 없게 된 것과 대한문 앞에 설치돼 있었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농성텐트가 행정대집행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박 정부 들어 앞으로의 노동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습니다.
헌데 이 두 가지 상반된 일들의 중심에는 두 명의 여성의원의 불굴의 투쟁과 뛰어난 일처리 능력, 전문적 경험에서 나오는 탁월한 열정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두 명 다 초선의원으로 노동전문가 출신으로 앞으로의 민주당에 매우 중요한 자원으로 자리매김할 숨어 있는 인재들입니다. 저는 이 두 명의 의원에게서 자중지란에 빠진 민주당의 미래를 조심스럽게 점쳐봅니다.
제가 은수미 의원의 진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tvN에서 방송되던 백지연의 끝장토론에서였습니다. 당시에 4명의 토론자가 나왔는데 은수미 의원과 새누리당 의원, 이준석과 민주당 청년위원장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복지정책과 노동정책 및 연관 조세정책까지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새누리당 토론자들을 압도하던 은수미 의원에게서 정치논객으로서의 유시민의 전성기를 보는 듯했습니다. 조곤조곤한 말투로 상대들을 압도하는 모습이란, 한 편의 카타르시스였습니다.
은수미 의원은 당내 노동전문가로서 대선 내내 문재인 후보의 참모로써 상당한 활약을 벌였고 노동자와의 접촉면을 담당하며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은 의원은 제가 본 민주당 의원 중에 복지정책에 대해 가장 심도 있는 지식과 현장경험, 빈틈없는 논리를 통해 압도적인 토론 능력을 보여준 최고의 인재 중 한 명이었습니다.
또 한 명의 여결인 진선미 의원은 문재인 후보의 대변인이자 노동전문가로서 은수미 의원 못 지 않은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박영선 의원처럼 흡인력 있는 강단과 함께 잘 다듬어진 논리와 선한 이미지로 높은 실전능력을 보여주며 민주당의 동량으로 커나갈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비록 대선에서는 패했지만 민주당 내에서 주류와 비주류를 넘어 대선에 임해 사즉생의 각오로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문재인 의원이 받은 48%의 지지에는 그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두 개의 상반된 일들의 중심에는 두 의원의 활약이 절대적이었습니다. 그들의 의정활동을 통해 열악한 노동현장에 작지만 기념비적인 일들이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대량해고된 노동자들이 한 가정의 중심이자 국민으로서의 마지막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이며 시민과 사회와 소통하는 최후의 창구이자 유일한 치유공간이기도 한 쌍용노동자 농성텐트에 대한 행정대집행이 일어났을 때 두 의원이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시민들과 함께 국가의 일방적인 폭력에 맞서 저항했습니다. 자본과 결탁한 정치의 불의함에 처절하게 맞섰습니다.
무려 23명에 이르는 사회적 살인(자살)이 가해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의 파업텐트란 투쟁의 장소이기에 앞서 사회가 버린 이 땅의 약자들이 사회를 통해 치료와 구원을 받을 수 있는 소통의 장소이자 유일한 안식처입니다. 그들이 거기서 얼마나 오랫동안 농성을 벌인다 해서 대선 때 약속했던 쌍용자동차 국정조사가 받아들여지겠으며 복직의 그날이 하루라도 앞당겨지겠습니까?
노동정책이 사라진 이 정부 하에서 자신의 잘못이 아닌 신자유주의에 편승한 경영진의 무능력 때문에 일자리를 잃고 하루가 멀다 하고 동료들이 하나둘씩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소식을 무려 23번이나 들으면서 고통스럽게 삶의 끈을 이어가고 있는 작은 공간마저 지킬 수 없는 상황에서 두 의원은 온몸으로 저항하며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했습니다.
이런 의원들로 해서 저는 아직도 민주당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비록 문재인 의원으로 대표되는 친노 세력의 말살을 획책하는 일들이 공공연히 자행되는 가운데 묵묵히 최악의 노동현장에서 국민의 공복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고 있는 두 의원들은 분명 민주당이 환골탈태만 제대로 하면 상대적 약자들을 대변하는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번 노원병 보궐선거 과정에서 민주당의 대선패배 책임이 누구에게 있었는지 정확하게 밝혀지면ㅡ최소한 진실의 일단이라도 밝혀지면 기성정치의 악습에 물든 구태정치인들을 퇴출시키고 젊은 수권정당으로써 거듭나는 민주당의 미래를 이 두 의원에게서 작은 단초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더 낮은 곳으로 내려와 더 큰 평등을 실현하려는 은수미와 진선미 의원의 헌신적인 노력과 투쟁에서 정통 야당으로서의 민주당의 부활을 봅니다.
해고노동자와 비정규직과 저임금임시직 노동자, 최저임금 이하에서 허덕이고 있는 아르바이트생들과 함께 하며 투쟁하고 정책을 개발해서 기업과 사업주로부터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받아내는 것이 바로 이 땅의 정치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 가장 열악한 현장들을 방문해서 문제의 근원을 찾고 현실적인 대안들을 발굴하는 가운데 이 땅의 노동자들은 작은 희망이라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람이 있다면 재벌이나 대기업, 중견기업 등의 노동자도 중요하지만 국민적 관심의 사각지대에서 최저임금 이하의 지옥에서 허덕이는 버림받은 노동자들을 위한 활동을 더욱 늘렸으면 하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정치의 힘이 필요한 곳은 이처럼 가장 밑바닥에서 허덕이는 노동자들을 찾아 그들의 힘겨운 하루하루에 최소한의 활력소라도 넣어주는 것입니다.
그들은 외식을 원하는 것이 아니기에 하루 세끼라도 제대로 먹을 수 있거나, 조심스럽게라도 연예와 결혼, 출산 등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여지를 아주 조금이나마 열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땅의 최약자들에게 연대니 저항과 권리의식이니 하는 것은 사치에 불과합니다. 그들에게는 하루의 삶도 버겁기만 합니다. 정치가 가장 필요하고 당연히 있어야 할 곳입니다, 현실에서의 지옥이 그곳이기에.
은수미 의원과 진선미 의원 같은 분들이 한국 정치에서 많이 배출됐으면 합니다. 상대적이면서도 절대적인 약자들을 위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삶의 질을 보장해주는 것이 국가의 몫이라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정치인의 임무이자 책임입니다. 부디 두 의원 같은 분들이 많이 나와 이 땅의 정치가 절대 다수의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영역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두 의원을 보면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김지선 후보의 선전이 당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비록 안철수라는 거대한 인물이 있어 매우 희박한 확률일수는 있겠지만 차라리 민주당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두 의원이 김지선 후보의 당선을 위해 두 의원을 파견해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옆집에서 아침 일찍 예상치도 못한 공사로 인해 너무 일찍 깨어나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에서.
저는 두 의원에게서 리틀 노무현의 여성의원 버전을 봅니다.
두 분 의원의 노고에 많은 응원과 격려가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