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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유치원비 '월 100만원 시대'를 읽고

댓글 2 추천 4 리트윗 0 조회 64 2013.03.08 17:26

오늘자 경향신문 1면 톱기사를 읽고 경악을 금지 못했습니다. ‘전국 8383개 유치원을 전수조사한 결과 입학금·수업료·방과후교육비를 합쳐 입학 때 월 100만원 넘게 내는 유치원은 71곳’이었고, ‘입학금을 합쳐 연간 교육비가 1000만원을 넘는 유치원은 21곳’이었다고 합니다. 대학등록금보다 비싼 이런 유치원들은 주로 부자동네에 집중돼 있다고 합니다. 최고로 비싼 유치원은 서울 성북구에 있는 우촌유치원으로 월 196만원을 내야 한답니다.

 

 

저는 결혼하지 않아 이런 어이없는 착취에서 자유롭지만,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 원생도착과 출발을 문자메시지로 부모의 휴대폰에 알려주는 ‘키즈케어’ 시스템을 보급하는 사업을 할 때 어린이집총연합회와 유치원총연합회 등과 교류가 많았습니다. 상당히 많은 곳에 납품을 성사시키며 그들의 생리에 대해 잘 알게 됐습니다.

 

 

보통 어린이집은 영세한 곳이 많았지만 유치원들은 일반 대형학원에 못 지 않는 곳이 많기는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많은 교육료를 받는지는 몰랐습니다. 하긴 유치원 원장 중에는 준 재벌급 생활을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이런 분들은 대형 영어학원들도 함께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자체에서 보육료 상한을 정하고 있는 어린이집과는 달리 유치원비는 원장이 자율적으로 책정하기 때문에’ 이런 터무니없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문제는 이런 고급 유치원 때문에 어려서부터 계급적 서열이 우리 아이들 사이에서 일반화되고 받아들여진다는데 있습니다. 같이 어울리며 동질적 인간으로 자라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귀족의 자식들과 평민의 자식들로 나뉘어 삶의 여정을 출발하게 됩니다.

 

 

압축성장의 결과가 소수에게만 집중되면서 대한민국은 과거로 회귀해 부모나 조부모의 재산에 따라 서열이 갈리는 조선사회로 회귀해버린 것입니다. 자본주의 생산방식에서는 모든 노동에 비슷한 가치를 부여해야 하며 부의 축적이 남의 노동과 자원 및 환경의 착취로부터 일어나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세금을 부과해야 하는데 압축성장의 당사자들이 이를 이행하지 않아 이런 극도의 불평등 교육이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고급 유치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은 그 이전에 이미 선행교육도 충분히 받았기에 중고등학교를 거쳐 명문대 입학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학벌이 형성됩니다. 예전에는 저희 삼형제처럼 가난해서 유치원도 다니지 못했고 학원이나 과외 한 번 받지 못했어도 명문대에 들어가 성공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사람이 됐지만 이제는 그것이 불가능한 세상으로 변했습니다.

 

 

과연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이라는 압축성장의 결과로부터 무엇을 얻은 것일까요? 분명 전근대적 계급사회에서 벗어나고 선진국 진입이 코앞이라 하는데 극소수에게만 성장의 과실이 독점되고 절대다수의 국민들은 어려서부터 차별을 겪어야 할 정도로 불평등이 극대화됐습니다. 우리는 지난 60여 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서 소수의 아이들만 성공이 보장되는 그런 세상을 이룩한 것일까요?

 

 

보수 세력들이 그렇게 원했던 북한 붕괴를 위한 국제적 압박으로 인해 한반도에서는 연일 전쟁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인류 최악의 미친 정권이 다스리는 북한처럼 대한민국의 사정도 미쳐 돌아가나 봅니다. 정말 미치고 환장하겠는 것은 우리의 아이들이 스스로의 계급을 지역과 재산, 학교에 따라 받아들인 채 그에 맞는 인생 설계를 아주 어려서부터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니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더 투자할 수밖에 없어 빚을 내고, 어떤 엄마들은 각종 아르바이트와 심지어는 노래방 도우미나 매춘까지 하면서 아이들 교육비를 충당합니다. 그럴수록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 문제 학생들이 양산되고 가족 간의 불화도 깊어집니다. 자라서 노예처럼 살아야 하는 자식들을 생각하면 아예 결혼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거나, 아예 ‘삼포세대’로 사는 것을 받아들이는 청춘들이 늘어납니다.

 

 

그러면서도 TV드라마에서 보여지는 현실이란 허구한 날 재벌들이 등장하고 우리 서민들의 얘기들은 외면되고 왜곡되고 폄하되기 일쑤입니다. 그나마 주인공들은 어떤 방법으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하나같이 고학력이거나 아니면 지독히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21세기 형 신데렐라나 캔디들의 등장으로 상류사회 진출의 환상만을 부추기면서도 뉴스에서는 한류니 뭐니 하면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띄우고 학력경쟁에서 탈락한 아이들을 철저하게 우려먹고 있습니다.

 

 

그런 세상의 돌아감에 부모들은 용기를 내기가 힘들어집니다. 신분상승의 통로란 하늘에서 별 따기인 연예인이 되는 것이나,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결혼제도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내 몸을 팔아서라도 아이에게 고급 교육을 시키는 것ㅡ그러나 거의 대부분 실패하고 마는 방법을 택하는 것입니다. 그 사이에서 유치원과 학원, 대학들이 돈을 챙기고 기업들은 넘치는 스펙의 신인사원을 거저 얻고 정치인들은 거짓말만 되풀이 합니다. 부모들은 회복불능의 상태로 접어들어 노후 준비는 아예 꿈도 꾸지 못합니다.

 

 

결국 신분상승은 극소수에게만 열려 있을 뿐인데 절대다수가 좁아질 대로 좁아진 문을 열기 위해 더욱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듭니다. 가난과 실패, 좌절과 증오로의 무한질주.. 이것이 서민의 삶의 전형입니다. 여기에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까지, 스스로 올리지 않은 집값의 폭락으로 인해 이제는 거리로 내쫓기기 직전입니다. 편히 누워 쉴 수 있는 공간마저 은행이나 제2금융의 것이지 내 것이 아닙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요?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도 하기 전에 선거에서 내걸었던 각종 복지 공약을 포기하거나 축소하거나 말 바꾸기를 하고, 여당은 다시 거수기로 돌아갔고 야당은 내분에 쌓여 똥오줌을 못 가립니다. 혁명이 불가능한 시대에서 혁명이라도 일으켜야 하는 것입니까? 답이 보이질 않네요. 대통령은 부자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버티고만 있고 부자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이 태어나면 선행학습에 고액과외와 귀족 교육기관을 섭렵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문제를 푸는 답을 알고는 있지만 가난하고 저학력이며 저임금노동자일수록 보수 세력에 표를 준다고 하니 이런 푸념적인 글도 아무런 소용도 없습니다. 우리의 현대사를 조금만 살펴봐도 보수 세력이 집권했을 때 부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차별이 공고해졌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1인당 국민소득에도 한참 못 미치는 소득군에 드는 사람일수록 보수 세력에게 표를 몰아주는 것일까요?

 

 

답답합니다. 아마 이 글에 대한 댓글에서 빨갱이라는 단어가 수두룩하게 나올 것입니다. 정치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하면 우리나라에서 빨갱이라며 상대방을 공격하는 자들이 가장 빨갱이스러운 자들인데, 몇 푼의 아르바이트 비용에 넘어가 영혼을 파는 자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들이 그런 푼돈에도 자신의 영혼을 팔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대한민국의 현실을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정말 답답한 나날입니다. 정치와 방송이 제 자리로 돌아와야 이런 폐해들을 조금이라도 거둬낼 수 있을 텐데 그들은 모두 자본과 사익적 거래를 하고 있으니 답이 없습니다. 청렴하고 깨끗하면 정치판에서 살아남을 수 없게 매도하지나 않나, 바르게 살면 바보라고 하지 않나, 아이들도 부모들도, 그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청춘들까지 모두가 피해자입니다. 정말 거꾸로 된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88만원 세대와 삼포세대 넘쳐나고 비정규직이 즐비한데 월 100만 원의 유치원이라니요!!!

 

                 

          이 땅의 아이들과 청춘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이런 세상을 넘겨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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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바보 jire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