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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7 13:41
안철수 캠프에 있던 한상진 교수를 통해 민주당 대선평가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것부터 민주당의 무능력이 드러났다고 하지만, 보고서 내용의 핵심이 문재인 의원의 의원직 사퇴라면 이는 수용할 수 없습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민주당의 대오각성과 엘리트주의에서 국민 속으로의 재귀환이었지 마녀사냥식의 희생양 가려내기가 아니었습니다.
특히 이번 보고서 작성을 주도했던 한상진 교수가 안캠 소속이었을 뿐만 아니라, 안철수 교수의 정치 재개 일성이 한심한 정치 탓이라고 한 것과 하나로 묶어서 보면 이건 음모론적 시각에서 보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앞뒤가 맞아 떨어집니다. 안철수의 정치 재개가 민주당의 파괴로 이어지는 것이야 당연한 수순이지만 문재인의 정계 은퇴를 유도하는 식의 보고서까지 동원한다면 이는 엄청난 역풍에 직면할 것임으로 깨달아야 합니다.
필자는 현재의 민주당을 지지할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지만 어느 정치인도 쌓기 힘든 신뢰의 리더십을 문재인 의원이 실현하고 있어 민주당의 미래에 최후의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리더의 조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고, 소위 친노라는 계파에 속한 자들 중에 좌파 꼴통적인 행태를 보여주는 자들이 있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대선 패배에 대해 공동 책임이 있는 김한길이나 김영환 같은 자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온갖 모략과 거짓, 위선이 넘쳐나는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청렴함과 강직함, 부드러움과 정직함을 고루 갖춘 것은 물론, 리더의 최고 덕목이라 하는 듣는 능력, 즉 국민과의 소통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른 문재인 의원의 신뢰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지난 대선에서 야권은 공멸을 면치 못했을 것입니다.
설마 한상진의 대선패배에 대한 보고서가 스님인지 연예인지 정치인인지 스타강사인지 도무지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법륜의 말처럼 안철수로 단일화가 됐으면 대선에서 승리했을 수도 있다는 것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겠지요? 보고서가 나온 시점에서, 삼성 X파일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고, 진보의 아이콘인 노회찬 의원의 의원직을 상실한 노원병에서 안철수가 정치 재개를 선언한 것도 같은 선상의 과정으로 봐야 합니까?
오비이락이란 사자성어도 있고 오얏나무 밑에서 갓 끈을 매지 말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대선 내내 안철수를 비판했던 필자도 2030세대와 안철수의 입장에서 생각하려 노력하는 중에 이 무슨 잘 짜진 각본 같은 일련의 행태란 말입니까? 제 주위에서 문재인 의원을 비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S그룹과 H그룹 사장을 했던 극우 성향의 분들까지 문재인을 찍었다고 했습니다. 그분들은 철저할 정도의 박정희 찬양론자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보수 성향의 5060대에서 수없이 들었고 그들은 모두 이 땅에서 성공한 사람들로 1%에 속하는 분들입니다. 좌우의 이념을 넘어 대한민국이 복지선진국으로 가려면 어떤 나라의 어떤 제도를 도입해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원체 거대 그룹에서 세계의 다국적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분들이라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경험과 지혜가 깊은 분들이고요.
이들만이 아닙니다. 성공한 4050세대 중에 보수와 진보 성향을 망라한 제 친구들이나 지인들 중에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는 사람이 박근혜를 찍었다는 사람보다 훨씬 많았고 그들은 공통적으로 안철수에 부정적이었습니다. 당시의 대선 후보로써 안철수 교수가 정치인으로써 대한민국에 공한 한 것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경제적 성공도 그들에게는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았고요.
알바와 인턴으로 있는 2030세대들도 최대한 많이 만나 봤고 저처럼 99% 중에서도 경제적으로 하위권에 있는 사람들과도 많은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단 한 명도 대선 패배의 원인을 문재인 의원에게 돌리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제가 만난 얘기를 나눠본 사람은 소위 1% 중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사람들부터 바닥에 근접하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계층들로 나름대로의 분포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극우부터 극좌까지 다양합니다.
물론 저의 샘플이 특별한 보편적 타당성을 가졌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최대한으로 폭을 넓혔고 세대를 아울렀던 것은 여론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랜덤한 접근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시청률조사 기법을 들여오신 숙모님의 조언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여론조사를 한 것입니다. 그래서 정치권의 눈으로 조사를 한 한상진 교수의 평가보고서의 시각보다 더 보편적일 수 있습니다.
정치의 핵심은 정당입니다. 인터넷과 SNS가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민주주의 정치는 정당이란 요소를 배제한 채 진행될 수 없습니다. 참여 및 직접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와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서 갈 때 비로소 국민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정치통로로 위력을 가지게 됩니다. 따라서 수권정당으로서의 민주당은 그 무능력과 만연한 패권주의, 태업까지 일삼는 기회주의, 배신의 일상화와 엘리트주의 등을 반드시 고쳐야 합니다.
하지만 문 후보의 발목을 잡고 늘어진 이런 민주당의 반정치적 행태들과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MB 정부의 선거 개입 여부가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대선패배의 책임을 문재인 의원과 주류 세력에게만 뒤집어씌우는 이번 평가보고서는 천부당만부당 합니다. 결론의 핵심이 너무나 국민적 정서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정치적 음모론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각 분야에서 정직한 방법으로 리더의 반열에 오른 분들의 공통적인 얘기가 신뢰의 리더십은 구축하기도 힘들뿐더러 유지하기도 힘들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리더십이 일단 구축돼서 국민적 동의를 받았다면 그 파괴력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문재인 의원은 자신을 낮추는데 익숙한 신뢰의 리더십이라 그 가치가 더욱 크다는 것이 공통적 의견이었습니다.
대체 한상진 교수는 어떤 정보와 기준을 가지고 대선패배보고서를 작성한 것인지요? 지난 대선 때 안캠에 있었으니 안철수의 실패가 개인의 역량에 있었는지, 아니면 주위에 몰려든 인사들의 부족함에 있었는지, 그것부터 내놓은 다음에 민주당의 제안을 받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대체 무엇이 그리도 급해서 허겁지겁 민주당으로 달려가 민주당을 아예 파괴시키려하시는 것인지요?
이렇게 되면 한상진 교수의 보고서 발표와 안철수 후보의 노원병 보선 출마를 순수한 시각에서,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습니다. 48%의 국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민주당의 환골탈태는 물 건너 간 체요. 즉, 그나마 진보의 한 축을 담당하며 맏형 노릇을 하고 있던 마지막 세력마저 무너져 내립니다.
이 땅에서 유일한 진보 정권이 김대중과 노무현이었는데, 그들의 적자들 중에 국민적 선택에서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 진보 주자로써 최고의 득표율은 이룩한 문재인 의원을 사실상 정계 은퇴나 다름없는 의원직 반납을 해결책이라 들고 나오시다니, 그 평가 수준의 한심함과 편협함이 가히 천하일품이요, 백골난망이올시다.
필자를 비롯해 안철수 교수의 정치 재개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사람들을 아예 씨를 말려 버릴 모양인가 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싸움에서 힘겨운 지경에 몰려 위태위태한 민주당에 아예 쐐기를 박아버리시네요. 극우와 마찬가지로 패거리 행태를 보이는 극좌들은 정치권에서 아웃시키는 것이 가장 좋겠지요.
하지만 그것도 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니 강제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런 극단의 사람들까지 포용해내는 것이 정치의 영역이며 거기서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아내는 것도 정치권이 할 일입니다. 안캠에서 일했던 분에게 대선패배의 책임소재를 묻는 보고서 작성을 부탁한 민주당도 한심하기 그지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속이 너무 훤히 들여다보이는 답을 내놓은 한상진 교수란 또 무엇이랍니까?
답답하네요. 안철수의 정치 재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시점에서 문재인 의원에서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하는 보고서가 민주당에서 나오니. 정말로 의원직을 사퇴해야 할 자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여당도 눈치를 봐야 하는 야권의 실질적 리더인 문재인 의원을 정계에서 밀어내는 결론을 도출하다니, 이거 정말 민주당이 파탄날 것 같습니다.
대체 그 좋은 진보의 가치를 선점하고도 이렇게까지 못하는 것인지요? 전세계적으로 자본에 종속된 정치가 제 모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와중에 대한민국만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역사의 거대한 물결은 더 큰 평등의 실현과 지나친 성장 위주의 경제 만능주의를 축소하고 있는 중에 이 땅의 진보 세력이라고 하는 집단의 사람들이 하는 짓들이란 하나같이 허접 그 자체입니다.
제발 초심으로 돌아오십시오. 진보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정치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정당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왜 정치에 신물을 내며 새로운 정치신인들을 찾고 있는지, 참여를 넘어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려고 하는지, 제발 좀 정신 차려서 제대로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란 말입니다.
보수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성장 담론의 파시즘적 속도가 만들어낸 것이 현재의 경제위기며 극도의 불평등입니다. 이 모든 것이 정치권의 이기주의적이며 한탕주의적인 탐욕과 타락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자본주의의 도래와 발전은 필연이며 그것이 극성에 이를수록 경제적 가치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는데, 이런 일방독주를 막아야 하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올바른 정치에서 나옵니다, 유일하게.
나라가 바로 서려면 정치가 제 자리로 돌아와야 하고, 정치인의 의식과 행태가 정의 실현의 타원 쪽으로 기울어야 하며, 특히 야당이 집권 여당과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하는 역할에서 제 능력을 다해야 가능합니다. 한상진 교수가 주도한 보고서에 따라 문재인 의원의 사실상 정계를 은퇴해서 진보의 가치가 살아나고 국민의 절대 다수인 중하위층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이 확실하다면 문재인 의원은 당장이라도 정계를 은퇴할 것입니다.
대체 보고서의 핵심이 무엇이고 목적이 무엇입니까? 민주당은 왜 안캠에서 활동한 한상진 교수에게 대선패배의 원인분석을 맡긴 것인지요? 그것부터 분명히 답하십시오.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 분은 보다 많은 사람이 이 글을 볼 수 있도록 추천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