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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7 08:38
저는 사실 안철수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를 지지하진 않죠.
어떻게 보면 의아한 발언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한국의 보수진영은 기형적이란 얘기에 어느정도 공감하실 겁니다.
정통적인 의미의 보수주의와 갭이 있단 얘기죠. 물론 진보/개혁 진영도 마찬가집니다.
이렇게 판이 짜여진 이유 중 하나는 막강한 현실정치세력인 현재여권계보가
민족주의와 등을 진 출발을 했기 때문입니다. 보수우파인데 민족주의와 사이가
안 좋다? 여기부터 문제죠. 그런데 이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든 아무튼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에서 거의 유일무이한 보수정치의 대표가 되었단 말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민주당은 그냥 중도보수정치세력입니다.
하지만 일반대중들은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죠.
똑같은 복지카드를 들고 나와도 새누리가 하면 경제민주화,
민주당이 들고 나오면 저 빨갱이 놈들. 하는 겁니다. 기계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중요한건 이게 올바르지 않단 판단과 상관없이 한동안 실제 투표로 표현되는
현실 정치 구도라는 겁니다. 민주당 간판은 그래서 힘이 되면서도 한계가 있죠.
사실 지역구도를 박살내지 않는 이상 이런 흐름은 지속될 겁니다.
그리고 더 견고해질 경향마저 보이고 있죠. 판을 흔들어줘야 합니다.
판을 흔드는 좋은 방법은 보수라는 가치를 독접하고 있는 새누리의
부당한 권리를 흔드는 겁니다. 안철수는 보수 정치인이죠. 그가 제시하는 비젼이
제가 꿈꾸는 방향과 일치할 확률은 굉장히 낮습니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인품이 진실된 것이라면. 즉 그가 믿을 수 있는, 괜찮은 보수 정치인이라면 그가
정말 제대로 된 보수정치집단을 만들어 주길 희망합니다.
스스로 보수를 자처하지만 정치에 딱히 깊은 관심이 없는 유권자들은
새누리의 부폐나 MB,근혜 등의 헤드들을 맘에 안 들어 하면서도 그들을 찍어줄 수
밖에 없습니다. 게으르다고 욕할 수도 있지만 일단 현실정치의 테두리 안에서
고민해 보자구요. 어쨌거나 이들은 투표를 하면서도 찜찜해 합니다.
유시민이 말 했듯 투표는 기성복을 사는 행위죠. 이들은 자신이 가진
정치적 비젼과 일치하지 않지만 보수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1번 밖에 없는
객관식 답안지를 받은 것처럼 어쩔 수 없다 푸념하며 새누리/여당에게 표를 줍니다.
(물론 모두 그런 건 아닙니다.)
이 그룹을 공략할 수 있는 부끄러움 없는,
즉 떳떳하게 지지할 수 있느 보수 정치 세력이 등장하는 것이죠.
실제로 김영삼정부나 이회창의 초창기 인기는 그러한 내가 떳떳하게 지지할 수 있는
보수정치. 라는 판타지에 기인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도 충분히 그러한 지분을 끌어다 쓸 수 있죠. 문제는 안철수의 정치 행보가
현실정치의 걸림돌과 마주하며 어디까지 진정성면에서 후퇴할까 하는 점입니다.
티비토론에서 그 정도의 공격에 대해서도 상심했다. 라고 한다면 사실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이번 노원에서의 출마는 현실정치인으로서 이번에마저 패한다면
자신의 몫으로 놓여있던 '넥스트 빅 씽'의 가치가 훼손될 것을 염려한 판단이었을 겁니다.
부산으로 갔어야 했다. 라는 야권의 목소리가 있지만 그건 본인이 선택할 문제이지요.
게다가 안철수는 아직 어느 그룹에 속한 정치인이 아니니 다른 그룹과의 상생에
그렇게 목을 멜 필요도 없을 거에요.
아마 그가 선거에 나오면 일단 승리가 목전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이 방법으로 진보진영과 스텝이 어긋날 수 있다는 거죠.
안철수라는 보수 정치인이 진보진영과 친하게 지낼 필요가 뭐 있냐.라고 생각하면
그것도 사실 맞는 말이지만 안철수는 지난 선거 때 이들과 손을 잡은 경력이 있어요.
이러한 자신을 위한 행보가 기성정치인의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거죠.
사실 저는 그가 어서 새정치라는 기치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 등장을 어필하기엔 좋은 문구였지만 한계도 있고 사실 올바른 표현도 아니니까요.
다만 구태정치와 거리가 멀다. 라는 이미지는 그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런 그에게 당선을 위해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강용석식 생존정치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게 된다면 그에 대한 기대치는 많이 떨어지겠죠.
이 정도까지는 타협할 수 있지만 혹여나 그가 새누리쪽으로 흡수되거나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뭐.. 미래에 대해 단언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지만,
우리에겐 김문수가 있었죠. 이재오도 그렇고.
제가 노원구민도 아니고.. 그가 만약 노회찬의 자리로 들어오게 된다면
노회찬보다 더 열심히, 훌륭한 국회의원으로서의 삶을 살아주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