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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4 08:52
박근혜 군사정권 DNA, ‘육사 군맥’으로 꽃 피다
아버지가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쥡니다. 그때 9세였습니다. 11세 때 아버지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청와대에 들어갑니다. 이후 아버지가 총격에 의해 사망할 때까지 16년 동안 군사정권의 심장부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박근혜 청소년기', 독재권력의 모든 것과 호흡하다
청와대 시절의 2/3를 ‘영애’로, 1/3을 퍼스트레이드 역할을 하며 살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청소년기는 이랬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지적 흡수력이 최고조에 이르는 청소년기를 독재권력의 모든 것과 함께 호흡하며 지낸 셈입니다.
정치와 권력의 속성이 어떤지 많은 부분을 보고 느끼고 체험했을 겁니다. 22세부터 5년 동안 실질적인 청와대 안주인 역할까지 했으니 ‘아버지 시절’이 그에게 미친 영향은 지대했을 겁니다.
때문에 ‘아버지를 극복해야 한다’는 충고가 많았습니다. 대선 후보 시절 박 대통령 자신도 “아버지를 놓아 드리겠다”며 아버지를 넘어서려는 시도를 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뒤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우려스럽기만 합니다. ‘제2의 박정희 정부’를 만들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아버지 스타일’과 ‘박정희의 잔영’들에 집착하고 있으니까요.
‘아버지 스타일’에 집착하는 이유
박근혜 정부의 조직과 인사, 소통방식도 그 시절과 비슷합니다. 심지어는 ‘아버지 시절’ 청와대나 공직에 있었던 사람과 아버지의 ‘측근 2세’를 대거 요직에 발탁하기도 했습니다.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 현오석 부총리 후보자, 최성재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류길재 통일부장관 후보자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검사 등 법조인 출신을 중용하는 것이나, 정치적 감각이 떨어지는 대신 실무적 성향이 강해 충실히 손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관리형을 선호하는 것도 ‘박정희 스타일’과 꼭 닮아 있습니다.
또 있습니다. 최근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을 국정원장에 내정한 것으로 재확인된 사실이지요. “믿을 건 군 출신밖에 없다”며 육사 출신들을 아꼈던 아버지를 빼다박았습니다. 육사 장성 출신에 대한 무한 사랑을 드러냈습니다.
육사 출신 ‘무한 사랑’도 아버지 판박이
육사 출신을 중용하는 걸 보면 ‘박정희 정권’이 재현된 게 아닌가 착각할 정도입니다. 이번에 국정원장에 내정된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은 육사 25기입니다. 박 대통령 지원그룹 ‘7인회’의 멤버인 강창희 현 국회의장도 육사 25기입니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가 육사 27기이고, 박흥렬 경호실장 내정자와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는 육사 28기입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세 비서관 중 2명도 육사출신으로 채워졌습니다. 김희철 위기관리관과 서용석 정보융합비서관은 육사 37기 동기입니다.
국가안보실장, 경호실장, 국방부장관, 국정원장을 육사 출신으로 채우겠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의중입니다. 안보라인을 통째로 육사출신에게 맡기겠다는 얘기네요. 마치 군사정권을 보는 듯합니다. ‘아버지 스타일’ 싱크로율 100%에 도전하나 봅니다.
‘싱크로율 100%’에 도전? 세상이 바뀌었는데...
육사의 시각에서 본 안보와 국가정보관리만으로는 다양성이 떨어져 편향현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철저한 계급사회 출신이라서 군통수권자인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만큼은 유별나겠지만, 북한과 주변국가의 복잡한 관계를 소화해낼 폭넓은 사고와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충성도에 의존하는 건 아주 낡은 방식입니다. 민주화, 정보화, 시민화가 이뤄지지 않았던 수십년 전에는 그나마 그런 방식에서도 ‘장점’이 발휘될 수 있었지만, 다양성과 글로벌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는 전혀 맞지 않는 개념입니다. 획일화는 시민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겁니다.
극우성향의 군출신이 안보라인과 국정원을 장악했을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과 문제가 한 둘이 아닙니다. 먼저 우려되는 건 남북관계입니다. 이명박 정권 때보다 더 경색되거나 남북 대립 상황이 더 심각해 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군사정권의 DNA, 육사 군맥으로 꽃 피다
육사 출신에 대한 의존도가 높게 나타나는 건 아버지 박정희의 영향뿐 아니라 개인적인 성향도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20대에 양부모 모두를 총격에 의해 잃은 충격이 ‘트라우마’로 남아있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아버지 박정희가 부하가 쏜 총에 맞아 비명횡사했으니 주변을 무관 출신에 충성도가 높은 사람으로 채우려는 반사적 본능이 발동된 게 아닌가 싶네요.
박 대통령의 청소년기는 쿠데타와 군부독재로 채워진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그에게는 군사정권의 DNA가 강한가 봅니다. 그때 형성된 군사정권 DNA가 34년 동안 내재돼 있다가 다시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표출되는 형국입니다.
박 대통령의 군사정권 DNA가 ‘육사 군맥(軍脈)’으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아버지 시절’을 복기하고 있는 대통령, 우려가 됩니다. 세상은 ‘아버지 시절’ 그 때와 딴판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