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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제방길( 수필)

댓글 2 추천 4 리트윗 0 조회 85 2013.02.25 22:04

북제방길

<우리 노짱님>

 

 

가을 길을 달린다.

황금들판을 가로지르며 자전거의 바퀴는 추억을 찾아가듯 쉼 없이 달린다. 오랜 세월 잃어버린 시간들을 기억하며 또한 새로운 만남을 위하여 신나 게 신나 게 가고 있다. 아픈 과거도 좋고 행복했던 날들이면 더욱 좋겠다. 더 없이 경쾌한 바람과 바라보기조차 아까운 넉넉한 풍경을 수놓으며 자전거의 페달은 한껏 힘을 발휘한다. 제법 힘든 오르막도 반대의 내리막도 그 어느 것 마음의 풍요를 주지 않는 것이 없다.

 

이 길은 과거 한 쌍의 연인이 걸어간 길이며 그분들만의 밀어들을 새겨둔 곳이기도 하다. 오늘같이 오곡백과 영글어가는 계절엔 쌀독에서 인심을 창출하던 조상들의 지혜도 새겨보았을 것이고, 하얀 눈을 밟고 걸었을 땐 순백의 미래를 꿈꾸기도 하였지 싶다. 쏘옥 머리를 들어 올리는 새순들의 속삭임은 얼마나 경이로웠겠는가. 넘쳐나는 욕심으로 검푸른 터전을 만들어가던 녹음 앞에서 푸른 이상을 키워왔을 그날의 주인공의 체취를 느끼며 나는 오늘도 이 길을 힘차게 달려본다.

 

그래서 더욱 신나게 페달을 밟는다. 참으로 아름다웠을 대화들을 찾아 그 옛날의 속삭임을 오롯이 가슴에 담아보는 하루이기도하다. 그동안 오고갔던 정담들이 차곡차곡 쌓인 성이 되어 이 길을 지키고 있을 것이라는 느낌도 나를 참 행복에 젖게 한다. 아니 지난 날 연인은 반드시 이 길의 역사를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그래서 자전거로 ‘북제방길’이라는 이름에 우리의 기쁨을 수놓고 있지 않는가. 앞으로는 많은 연인들이 이곳에 자기의 성을 만들어갈 것이며 새로운 장을 열어놓을 것이다. 어쩌면 세계인의 가슴에 고운 꿈이 수놓아지는 길로 새겨질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이곳에 남들이 갖기 어려운 아름다운 추억이 있습니다. 몇 킬로미터로 이어지는 둑길을 걸으며 밤이 이슥하도록 그녀와 함께 돌아다녔습니다. 늦여름 밤하늘의 은하수는 유난히도 아름다웠고, 논길을 걷노라면 벼이삭에 맺힌 이슬이 달빛에 반사되어 들판 가득히 은구슬을 뿌려놓은 것만 같았습니다. 동화속의 세계 같은 그 속을 거닐며 아내는 곧잘 도스도예프스키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였지요."

 

그렇다 정말 이런 추억을 갖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당시만 해도 자유결혼이 많지 않는 시대였기에 한 동네에서 부부의 인연이 맺어지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그러니 누구에게나 고향에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이곳에선 연인으로, 부부로, 이 나라의 지도자로, 탄생된 분이 있으니 어찌 아름다운 고장이 아니랴. 노무현대통령과 권양숙 여사님이 바로 ‘북제방길’이라는 길의 문화를 봉하마을에 만들어 놓은 것이다. 물론 영부인은 이사를 옴으로서 함께 할 수 있었지만 소녀시절부터 같이 성장해온 인연도 예사로운 관계가 아닌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이 길은 꿈과 소망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곧 내가 북제방길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도 가져보게 되고 후손에게도 역시 그런 길이 되리란 희망을 품어보기도 한다.

 

이 길은 우리 노짱님을 잉태한 배를 안고 들길 산길을 오르내리던 어머니의 길이기도하고 아장아장 세살박이 적 길섶 개마딸기, 덤풀 딸기 따먹는 대통령이 될 꼬마의 놀이터이기도하다.

 

미운 일곱 살 사내아이 적 바람개비 입에 물고 이 길을 달리며 체력을 키우던 힘은 이 나라 지도자의 정신을 만들었을 게고 추호도 고향을 떠나지 않는 애향심을 키워준 자리가되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한 여인과 백년가약의 영원한 데이트코스로 남겨준 길이 되고 말았으니 이 얼마나 축복받은 길인가.

 

파아란 연정을 품으며 연인으로 성숙해 가던 날, 우리 노짱님은 영부인에게 어떤 매력을 느꼈을까. 여느 여인에게서 느낄 수 없는 깊은 친숙감이 들었음은 사실일 게다. 가까이서 서로가 가진 허물도 이해와 아량으로 가꾸고 다져온 관계이기에 일반적으로 싹트는 연인과의 감정은 다를 수밖에 없다. 교복차림의 여고생에서 풍겨지는 해맑은 감수성도 늘 곁에서 지켜보았을 게고 사춘기의 열병을 극복해가는 방법도 조용한 마음으로 이해하였을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어엿한 숙녀로 다가서는 품성은 봉화산과 뱀 산의 정기를 한 몸에 품은 듯 넉넉한 보름달 같은 모습에 영원한 일심동체의 꿈을 가지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영부인에게 비춰졌을 노짱님의 남성미는 더 없이 굳세어 보였으리라. 주린 배의 고통도, 늦둥이의 허약함도 드러나지 않는 뜨거운 이성을 어찌 지상최고의 반려자로 여기지 않았겠는가. 막힘없는 활동성 주저 없이 이론과 행동이 일치하는 치열한 추진력의 성품을 사랑하지 않고는 아마 견딜 수 없었을 게다. 먼 길의 통학 길에도 우등생을 놓치지 않았던 모범생, 또래에는 늘 대장노릇을 하는 인기도를 보면서 알 수 없이 뛰는 가슴을 숨기지 못해 얼굴 붉혔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모든 장단점들이 매력으로 이어져 북제방길 주인으로 자리하게 되었다는 점을 이 길을 달리면서 나는 깊은 감회에 젖어본다.

 

누구에게나 있을 개구쟁이의 장난끼, 사춘기의 반항, 청년기의 갈등, 가난의 한, 가문의 이질감, 그 모두 품어 안고 맺어진 부부이기에 그 사랑의 이야기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단풍 빛깔도 멀리서 보면 더 곱듯이 사람의 단면도 알지 못할 때는 깨끗해 보이는 법이다. 그런데 메주알 고주알 틈 없이 다 알고도 백년해로의 길을 선택한다는 것이 그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북제방길’

나는 앞으로 이 길을 무엇을 위해 걸어갈까. 그 옛날 풀꽃노래 부르며 산들바람 속으로 속앳말을 나누던 한 연인의 살가운 정이 묻어나는 길도 좋겠고, 세파 속을 걸어온 서툴고 거칠더라도 진솔한 수필의 길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사랑도 죽음도 이 길에서 맞이한 우리 노짱님 따라 영원한 내 글밭을 일구어본다면 훗날 북제방길에서 견고한 문학의 산실을 꽃피워보리란 기대를 모아보기도 한다. 그 꿈이 실현되지 않아도 좋다. 꿈은 꿈으로도 즐거울 수 있으니까. 오늘따라 꿈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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