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유시민이 정계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직업으로써의 정치인을 그만두겠다는 것이니 어떤 형태로든 정치는 계속할 모양입니다. 사실 필자는 유시민에게 큰 기대를 걸었던 사람 중의 한 명이라 초라한 그의 퇴장에 가슴 한 쪽이 아려옵니다.
언제나 흘렀던 그는 고여 있지 않아 성숙한 결과를 이뤄낼 수 없었지만 상대의 정곡을 찌르며 무서운 기세로 파고드는 논리의 정연함은 비릿할 없을지언정 속이 후련했습니다. 죽은 노무현과 산 유시민은 대한민국 정계에 다시 나올 수 없는 토론의 달인이자 영원한 비주류의 대표 주자였기에 두 사람의 빈자리가 유독 커다랗게 보입니다.
반면에 그의 정계은퇴 선언이 반갑기도 합니다. 더럽고 추악한 계산들이 난무하는 현실정치에서 타협을 모르는 유시민은 그 능력의 십분의 일도 펼칠 수 없었고,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삶이 자유로워졌으니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기득권의 아픈 곳을 파고드는 유시민 특유의 언사는 더욱 시퍼렇게 날을 세울 수 있을 것이고요. 행동의 제약이 없기에 거침이 없고 계산을 하지 않기에 아껴둘 말들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그는 현실정치의 한가운데서, 그것도 급진정당의 핵심부를 거쳤으니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어마어마한 경험을 얻었습니다. 날 것을 날 것 그대로 체험하고 투쟁했으니 거기서 얻은 깨달음의 퍼득거림이란 갓 건져 올린 싱싱한 물고기에 다름없을 것입니다. 그것들만 잘 풀어내도 유시민이 한국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사태에 대한 검찰의 조사결과에 정치적 의도가 숨겨져 있었는지 그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솔직히 풀어냈으면 합니다. 사실 참여계 인사만 고발된 검찰의 조사결과 때문에 통진당 사태 진실과 본질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알고 싶습니다. 통진당 사태로 인해 이 땅의 진보 세력이 일거에 몰락했기 때문에라도 그 실체적 진실에 관해서는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더욱이 정치와 사상, 표현에서의 더 큰 자유와 경제적 면에서의 더 큰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 진보의 가치요, 포스트신자유주의 시대의 정신이라고 믿는 저로서는 통진당 사태의 진실과 본질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고 싶습니다. 제가 모자란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서 정치에 관한 글을 계속 쓰려면 통진당 사태의 실체적 진실은 절대적인 필요조건입니다.
결자해지라 했습니다. 극도로 축소된 진보 정치가 다시 살아나야만 이 땅에서 세력의 균형이 복원되기 때문에 유시민은 개인의 명예를 넘어 시대정신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통진당 사태의 전말에 대해 소상히 밝혀야 합니다. 종북 논란으로 번진, 그래서 진보 세력의 공멸을 불러온 통진당 사태의 본질이 검찰 수사결과로 종결된 것인지 유시민이 답해야 할 차례입니다.
북한 세습왕조를 인정하는 종북 정치 세력이 있다는 것에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 미친 정권에 끌려다니거나 옹호한다면 그것은 진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 핵에 관해서는 어떤 이유로도 북한의 행동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관련 국가들이 하나같이 전쟁 위기를 고조하는 마당에서 한반도의 긴장 고조는 공묠로 가는 길이기에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결국 유시민이 사태의 전말을 있는 그대로 고백하면 종국 논란으로 무너져내린 이 땅의 진보 세력이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씨앗이라도 얻을 수 있다. 민간인 유시민, 그러나 정계를 벌벌 떨게 만드는 유시민의 더 큰 모습을 우리는 지금부터 보고 싶다. 부디 멋진 카운터펀치를 기대하면서. 새롭게 살아나는 진보의 논리적 정당성에 유시민의 경험이 더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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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으로 넘어간 조현오에 비해 검찰 수준에서 무혐의처리한 NLL 관련 논란은 정치 검찰의 문제를 전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렇게 된 이상 재단은 녹취록 공개를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그대로 너어가면 노통이 그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 됩니다. 물러설 수 없는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