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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8 09:54
오해
평소 내 신념과 맞지 않는 오해를 가졌었다.
으례 가을이면 승우나라님의 밤산 초대가 있었다. 거창하게 으례지만 기억으로는 두 세 번 정도 초대를 받아 갔던 것 같고 그 곳의 추억이 남달라서 가을을 기다리게 하는 "으례"가 된 것 같다.
8월부터다 아내와 나는 은근 승우나라님 초대장을 기다렸다. 게시판에 밤산에 초대한다는 글이 올라 오길 기대하며 이 번에는 강이 친구들을 함께 데려가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자연이 선물한 밤을 주우며 즐거워할 아이들을 상상하며 즐거워 했다.
1할의 농부는 재 작년 밤산행에서 농부의 고민을 털어 놓았다. 생산성, 수익 간단하게 표현하면 이 두가지 문제다. 그런데 장사치가 아니던 농부에게 가격 몇 푼 올리는 일이란 정말 어렵고 고단한 판단이었다. 고심을 듣고 장사치의 계산을 말하던 대화가 떠오른다. 올해는 밤 값을 조금 올려 받으려나........... 그런 생각도 가져 보았다.
그리고 나름의 계획들을 아내와 짰다. 준형이네, 광은이네, 상욱이네 그리고 그 외에 몇몇 정도는 아내가 수작질을 걸면 함께 밤산에서 밤을 주으러 갈 대상이다. 체험학습처럼 회비 조금 걷어 약간의 밤 주워 가게 할까? 아니면 아이들 그냥 놀리고 밤을 줍고 난 후 필요한 만큼 사 가게 하면 될까? 먹을 건 어떻게 준비하지 그 좁았던 외길에 차로 들어가긴 그런데..... 거리가 멀지 않으니까 걸어서 가면 되겠지........... 그리고 올해는 밤을 좀 많이 사야겠다는 상의까지.........
9월부터 12월은 정말 바빴다. 아들 친구네 집 풀리지 않던 문제를 해결하는데 걸린 시간이다. 가족, 건축 업자로 인해 부도난 팬션 현장 잔금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그래서 매일 같이 강화도로 출근을 하며 일을 풀어 나갔다. 그렇게 넉달을 보내면서도 게시판을 틈틈히 살피며 승우나라님의 초대장을 찾아 보았다.
아내와 아이들과 그 부모들과 함께 자연을 느끼고 자연이 준 선물을 나누고 싶어서다.
"으례" 그 맘때 보이던 초대장이 보이지 않는다. 내심 문자라도 넣어 주시겠지 하던 기대도 무너졌다. 10월이 끝나 갈 즈음 초대 받지 못한 이웃의 심정으로 인연의 끝을 아내와 함께 결정했다.
전화라도 해 보던가 아니면 문자라도 넣어 보던가................
그 "으례"가 관계의 단절을 거기에 확인하지 않으면서 혼자 단정하려던 오기가 관계의 서먹함을 그리고 미움을 외면을 디 밀었다.
노무현광장 쪽지 사용법을 오늘 알게 되었다. 우연히 싸이트 맵을 눌러 보았더니 쪽지 관리가 눈에 띈다. 지난 쪽지가 남아 있을까 확인해 보려던 순간 아직 읽지 않은 쪽지 하나가 눈에 띈다.
2012년 10월에 발송된 쪽지 승우나라님 밤산으로의 초대장...................
휴대전화라는 문명의 이기를 가지며 살아도 오해를 담고 사는 건 내 안의 안일과 못된 단정들 때문이다.
'물어 볼 걸'하는 후회가 든다. 그랬다면 아이들과 재밌게 밤을 주웠을 거고 그 맛있는 밤을 아이에게 먹일 수 있었을 거고 그 밤 또 먹고 싶다며 입 맛을 다실 수도 있었을 거고.........
더 중요한 건 버림 받은 이웃이란 생각을 6개월 가까이 하지 않았어도 될 일이었다는 거.......
불찰 그 것으로만 돌리기에는 뭔가 석연치 못할 우리들의 이기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평소 내 생활습관은 궁금하면 물어 보면 되는 것이었다. 승우나라님이 10월에 보내 주셨던 뒤 늦은 초대장을 보면서 내 삶 전체에 대한 반성을 가져본다.
막연히 그 분은 내게 초대장을 보낼 거라는 기대 혹시 누가 되는 일 자존심 그 따위 것들이 내 아들에게 자연이 준 선물을 먹이지 못하게 했다. 1012년 한 해 아들이 누려야 할 추억 하나도 뺏어 갔다.
그래 올 해에는 "으례" 기다렸던 그 날 즈음 먼저 문자라도 넣어 봐야지..............
나의 반성은 먼저 그 분께 연락을 드렸어야 한다는 것에 머물렀다. 거절을 당하더라도 해 보지 않고 먼저 판단하는 건 섣부르다는 걸 새삼 느낀다.
승우나라님 미안합니다. 작년에 밤 못 팔아 드려서 죄송하고요. 올 해 가을엔 제가 먼저 "으례"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요. 오늘 죄송하다는 문자 한 통 넣겠습니다. 지금 당장요.
행복한 한 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