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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6 09:10
이번 대통령선거의 패배의 책임을 물어 최근 계속적으로 문재인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정계은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통합민주당의 초선의원인 황주홍의원(장흥,강진,영암)은 2월5일 광주 MBC 라디오 <시선집중>코너에서 문재인 전 대선후보가 대통령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정계를 떠나야 한다라는 발언을 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민주당의 이른바 비주류, 비노(盧)그룹에서는 이번 선거의 패배에 대해 후보자가 책임을 지고 정계를 은퇴해야 하며 아울러 친노(親盧)그룹들도 당의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을 여러차례 언급했습니다.
김영환 의원 |
“선거결과는 1차적으로 후보에게 책임이 있다,저 같으면 정계은퇴 하겠다” “문재인 전 후보는 완전히 후퇴하는 것이 좋다. 당의 환골탈태에 도움이 <1월24일 MBN 뉴스투데이 인터뷰 중> |
조창현 석좌교수 |
“외국, 특히 대통령책임제 국가에서는 선거에서 지면 후보자는 물론 측근과 선거운동 책임자들이 다 물러나는 것(대개는 정계은퇴)이 기본 상식” <1월31일 민주당이 사는 길 토론회 중> |
황주홍 의원 |
"내가 대통령 후보였다면 깨끗이 떠나겠다. 1∼2년 뒤에 국민이 부르면 다시 나오더라도 떠나야 한다. 미국 같은 선진국의 경우 선거에서 지면 깨끗이 정계를 떠난다" <2월5일 광주MBC라디오 시선집중> |
< 문재인 의원의 정계은퇴를 요구하는 발언들 > |
대선패배 후보의 정계은퇴는 정치적 관행이라고?
문재인 의원의 정계은퇴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미국 등 선진국의 예를 들며 대선 패배 후보의 정계은퇴는 마치 정치적 관행이며 당연한 것인 것처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어디 정말 그런 지 한번 볼까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예를 들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서는 한번의 대통령선거 패배로 정치를 그만둔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1987년 6월항쟁으로 다시 시작된 처음의 대통령 직선제선거에서 당시 김영삼, 김대중 후보는 노태후 후보에 밀려 대선에서 패배했습니다. 하지만 그 두사람 중 누구도 정치계를 떠나지 않았으며 이 후 계속 도전하여 두분 모두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재수,삼수 끝에 당선된 김대중,김영삼 전대통령>
1997년 당시 김대중 새정치 국민회의의 대통령 후보에게 졌던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는 이후 2번을 더 대통령에 도전했으며 현재는 새누리당 소속으로 정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2007년 대선에서 패한 정동영 후보도 현재 민주통합당의 상임고문으로 정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선패배 직후 자숙의 의미로 해외 유학을 하거나 잠시 일선에서 물러나는 경우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정치를 계속하기 위한 일종의 충전기간이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압니다.
그럼 문재인 의원의 정계은퇴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예로 드는 선진국 미국의 경우는 어떨까요?
우리나라와 같이 2012년에 대선을 치룬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 밀려 패배한 공화당의 롬니 후보는 지난 1월25일 공개석상에서 “우리는 패배했지만 나는 정계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대통령에 대한 꿈은 접었지만 계속해서 올해 중간선거와 2016년 대선에서 차기 공화당 후보를 도울것이라고 했습니다.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세계인이 모두 놀랐던 미국의 최초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켰던 2008년 오바마에게 패배했던 공화당의 존 메케인 상원의원은 현재도 자신의 고향 애리조나의 상원의원으로써 지속적인 정치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오바마 행정부가 주도하는 이민법 개정에 참여하여 공화당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대선 패배 후에도 왕성한 정치활동을 하는 메케인 상원의원(좌)과 롬니 후보>
지역구 주민들과의 약속을 버리라고 몰아부치는 몰염치
대통령선거운동 기간에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전국구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이번 대선에서 패배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했습니다. 일부에서는 문재인 후보도 국회의원을 사퇴하고 대통령선거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는 자신을 뽑아준 지역구에 주민들에게 국회의원 선거 당시 자신이 한 약속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습니다.
만약 그당시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더라면 반대편의 새누리당에서는 국회의원선거를 대통령선거의 도구로 이용했다고 비난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문재인 의원이 지금 지역구 의원직을 사퇴한다면 이는 국회의원 선거와 해당 지역구 주민을 대통령선거에 이용한 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대통령선거를 위해 잠시 이름을 알리고 이슈가 되기 위해 지역구 국회의원에 출마한 것이 되는 것입니다. 이는 목적을 위해 총선을 악용한 몰염치한 행태일 것입니다. 문재인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통합민주당의 일부 사람들은 정말로 이러한 몰염치한 행동을 자신들의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에게 요구하는 겁니까?
정계은퇴 요구는 선거책임이 아닌 당내 정적 죽이기
문재인 의원에 대한 정계은퇴 요구가 가지는 더 큰 문제점은 이것이 진실로 대선 패배에 대한 뼈져린 반성에서 나온 결과가 아닌 이번 기회를 이용해 당내의 정적인 다른 계파를 죽이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계은퇴를 요구하는 사람들 모두 하나같이 소위 친노그룹의 동반사퇴를 주장하고 있습니다.친노후보가 대선에서 졌으니 그를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했던 친노그룹은 당에서 물러나야 한다라는 것이 그들의 논리입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주장은 이번 대선에서 통합민주당의 친노그룹이 아닌 비주류가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역설적 증명하고 있습니다.
2002년에도 그랬고 이번 대선에서도 그랬듯이 통합민주당의 예전의 주류(동교동계,비노그룹)들은 노무현 후보와 문재인 후보를 선거에서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습니다.자신들의 당의 후보임에도 깍아내리려 했고 말도 안되는 호남 소외론을 들먹였으며 심지어 일부 동교동계의 옛 원로들은 통합이라는 명분아래 상대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어이없는 작태를 보였습니다.
그들은 지난 노무현 정부시절과 이번 문재인 대통령 후보시절이 아마도 당의 권력을 빼앗겼던 시기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제 다시 빼앗긴 당에 대한 권력을 되찾으려 하는 모양입니다.
그 시도의 첫 단추가 바로 문재인 의원의 정계은퇴 요구일 것입니다.
선거 패배도 소중한 정치적 자산 입니다.
정당정치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서의 대통령선거는 대통령 후보만 선거를 치루는 것이 아닙니다.
유권자들의 선택이 그 인물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선거는 후보자와 후보자가 소속된 당이 같이 치루는 것입니다.후보자는 자신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소속된 당을 대표하여 정책과 비젼을 제시하는 것이고 유권자는 이 정책과 비젼에 투표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책과 비젼에 국민들이 외면했다면 정당은 잘못된 부분을 찾고 앞으로 더 나은 정치를 위해 개선해야 할 점들을 찾아야 합니다. 이것이 선거의 올바른 의미 입니다.
그런데 이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전적으로 후보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정작 소속된 당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희생양을 앞에 내세워 보여줌으로써 책임을 다졌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후진정치의 발상입니다. 또한 이를 기회로 당내의 상대계파를 무력화 시켜 보겠다는 계파갈등에 국민들은 이제 지겨워 합니다.
<유세기간 지지자들과 함께한 문재인 후보>
문재인은 후보는 대통령선거에서 졌습니다.
하지만 그가 받은 많은 지지와 성과는 통합민주당의 소중한 정치적 자산입니다.선거기간 국민들로 부터 그가 듣고 느낀 많은 점들은 정치가 국민들에게 멀어지지 않게 할 수 있는 교과서가 될 수 있습니다.
통합민주당은 이러한 소중한 자산을 스스로 버리려 하는 시도를 즉시 멈춰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