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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31 21:12
이명박 '6인회'와 능가하는 박근혜 '7인회'
총리 낙마, 더 좁아지고 더 나빠진 폐쇄적 권력 기반이 낳은 '필연’
김완 기자 | ss*****@gmail.com
김용준 총리 지명자의 낙마를 두고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고 있다. ‘밀봉 인사의 부작용’과 ‘공적 인사 시스템의 부재’가 초대 총리 자진 낙마라는 ‘참사’를 낳았다는 지적이 높다. 하지만 중요한 건 ‘왜’이다. 박 당선인은 왜 그처럼 ‘보안’을 중시하고 ‘시스템’을 불신하게 되었는가 말이다.
이에 대해 박 당선인은 말을 삼가고 있다. 인수위 역시 적막강산과 다름없다고 한다. ‘원칙’과 ‘법치’를 강조하는 박 당선인이 어찌하여 ‘시스템’보다는 ‘수첩’을 애용하고, 공적 ‘검증’보다는 자택 거실 ‘논의’를 선호하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문제다.
이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것은 누가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총리로 추천했는가 하는 점이다. 애초, 총리 후보군은 조무제·김능환 전 대법관과 김종인 전 부총리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결과론이지만, 하마평에 오른 인사 가운데 다른 누가 지명됐다면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전례를 따르진 않았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누가 김용준을 추천한 것일까?
이와 관련해 경향신문을 비롯한 대다수의 언론들은 김 인수위원장 지명의 배후로 박 당선인의 원로 자문 그룹인 ‘7인회’를 지목하고 있다. 7인회 가운데서도 특히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이 김용준 인수위원장 총리 기용을 추천했다고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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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당선인의 '7인회' 멤버들. |
7인회의 멤버는 강창희 국회의장(46년생),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39년생), 김용갑
전 의원(36년생),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32년생),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38년생), 최병렬 전 한나라당 부총재(38년생), 현경대
전 의원(39년생) 등이다. 대체로 YS시절에 전성기를 누린 과거의 인사들이다. 평균 연령이 무려 75세에 달하는 이들이다.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은 이 7인회 멤버들과 삼성동 자택에서 논의를 하고 ‘문고리 권력’으로 지칭되는 이재만 보좌관, 정호성 비서관 등이 최종적 검증을 주도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이 간략한 과정에 탈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할지 모른다.
박 당선인의 7인회는 그 구성과 역할 그리고 존재감에
있어 딱 이명박 대통령의 6인회와 기시감이 든다. 이명박 대통령의 6인회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 이상득 전 의원, 이재오 의원,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김덕룡 전 국회의원 등으로 구성됐었다. 아시다시피 이 멤버들 가운데 박희태, 이상득, 최시중이 임기 중에 교도소를 갔고 이재오 의원
역시 ‘그림자 권력’이라는 비아냥거림 속에 임기 내내 많은 논란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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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의 '6인회' 멤버들. |
현재의 상황은 이명박 초기의 6인회가 득세할 때보다 더 나빠 보인다. 당시에는 그래도 임태희, 정두언, 곽승준으로 대변되는 50대 측근 그룹이 있었고, 당에는 현실적 경쟁 그룹으로서의 당에는 ‘친박계’의 존재감이 훨씬 강했다. 하지만 지금 박 당선인의 주변에는 이른바 소장파라고 할 만한 그룹의 존재가 보이지 않고, 총선 이후 대선을 치룬 탓에 친이계의 존재감 역시 2008년의 친박계에 미칠게 못된다.
즉, 권력의 기반 자체가 훨씬 박 당선인 1인에게 집중된 양상이고, 견제할 세력은 마땅치 않아 보인다. 여기에 이 대통령과 달리 박 당선인은 언론에 노출 자체를 꺼리는 개인적인 스타일을 갖고 있다. 그야말로 박근혜 1인 체제가 공고해질 수밖에 없는 정국인데, 이 1인 체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권력 기반이 이미 20여 년 전에 사회적 역할을 다한 30년대 생 그룹뿐이란 건 씁쓸하단 표현으론 턱없이 부족한 불안감을 던진다.
단순히 나이가 많단 문제가 아니라 7인회의 면면을 보면 이들의 이력과 경험이 '원로'를 자처하기에 사회적 상식과 눈높이에 부합하는 것인지 회의적이다. 유신헌법을 만들고 초원복집 사건에 연루됐던 이(김기춘), 당내 공천에서조차 탈락했던 이(현경대), 가장 극렬한 대북 강경론자(김용갑), 뉴데일리 이승만 연구회 회장(안병훈), 전두환 신군부의 막내(강창희)등 한결 같이 심란한 이력에 낡음으로 가득찬 경력들 뿐이다.
그래서 벌써부터 박 당선인의 다음 인사도 ‘실패’할 것이란 이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적 반대에 기반해 실패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행 인사 방식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통찰이다. 김용준 지명자의 낙마에 대해 박 당선인은 “신상 털기로 나오면 누가 청문회에 나오겠느냐”며 직접적인 불편함을 비췄다. 국민에 대한 사과가 아닌 국민의 눈높이를 오히려 문제 삼은 셈이다. 일각에선 ‘7인회’와 교류가 있는 또 다른 누군가가 나온다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주류 보수층이 살아온 방식을 봤을 때, ‘병역’, ‘재산 형성’, ‘납세’의 문제에서 자유로운 6~70대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탄식이다.
이명박의 6인회는 임기 초 ‘촛불 정국’에 대한 판단을 잘못해 끝내 이명박 대통령을 ‘인기 없는 대통령’, ‘절반의 국민만 상대하는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그 공백과 공허함은 언론 장악과 반대자에 대한 철저한 응징으로 풀어갔다. 엄청난 사회적 퇴행이었는데 그 총체적 결과가 6인회 멤버의 구속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6인회 보다 더 센 권력, 훨씬 농도 짙은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는 7인회의 미래는 무엇일까? 그 7인회는 박 당선인을 어디로 데려갈까? 대선 전 누군가의 전망대로 박 당선인이 ‘선거까지는 잘 하겠지만, 선거 이후엔 가장 못 할 정치인’의 운명을 써내려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