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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저 둘 (수필)

댓글 13 추천 6 리트윗 0 조회 205 2013.01.25 10:21

사저私邸

<우리 노짱님>

 

 

사저 뜰에 섰다.

4~5평 남짓 잔디마당에 2~30여명이 서고 나니 남은 공간은 고작 1~2평정도 나는 뭔가 잃어버린 물건을 찾듯 두리번거렸다. 반드시 있어야하고 또 있을 것 같고 더구나 사라질 물건이 아니라는 것은 더더구나 알기에 의혹과 궁금증은 커지기만 하였다.

 

어디 갔을까. 도깨비가 요술방망이라도 두드린 것일까. 그래서 지하에 숨었다 우리가 가고나면 나타나 저희들의 잔치마당이라도 펼치려는지 알 수 없는 그 무엇은 나를 한동안 어리둥절한 기분에 빠져 들게 했다. 만약 도깨비 녀석의 장난질이라면 가만두지 않을 테다 하는 각오로 나는 탐색 꾼이 되기에 바빴다. 그 옛날 50여 호 동네 개구쟁이들의 고무줄뛰기, 오자미차기 등으로 종일 왁자지껄 하루해를 보내던 그런 넓은 마당을 그리워하고 기대하였던 것이다.

 

이 산골동네에 그 정도의 넓은 마당을 갖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큰 부자 빈자를 가릴 만큼 비싼 대가를 치러야할 고가高價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 왠 만큼 좀 산다면야 하는 내 마음은 아쉬움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싸리 빗자루로 제법 허리가 뻐근할 만큼 쓸어야했던 그 넓은 마당을 만나고 싶었던 게다.

 

그런데 바로 우리 노무현대통령의 사저 마당이 나를 이렇게 갑갑하고 답답한 마음을 주고 있다. 아파트라는 차단된 공간에서 하늘바라기 쉽게 허용되지 않는 나의 생활을 잠시나마 탈피해보고 싶었던 게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지금 현재의 인원들과 재기차기라도 한껏 즐기며 향수어린 담소들로 마당의 내력을 신나게 즐겨보고 싶었던 게 간절한 바람이었다.

 

그런데 아니지 않는가. 정말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내가 또 다시 언급하지만 500억이라는 숫자는 어디로 갔을까. 정말 도깨비들이 삼켜라 도 먹었단 말인가. 방문하는 곳마다 절절한 실망감을 안겨주는 사실들이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여느 소시민의 단독주택마당과 조금도 다름없는 자리를 두고 그렇게나 떠들어대던 반대파들의 소행이 여간 밉지가 않다는 게다.

 

지금껏 외형만보면서 내부공간이 참 궁금하던 터였다. 그래도 서민의 입장에서야 왠만하면 고대광실로 비춰질만하게 꾸며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담장둘레에는 이름 모를 큰 나무들이 담장을 호위하고 잔디로 꾸며진 마당넓이는 운동장크기를 가늠할만한 자리로 마련되어있으리라 여겼다. 갖은 체육시설도 구비되어 있을 것이며 오색 빛을 뛴 금붕어들이 물살을 가르는 연못도 마당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으리란 기대도 했었다. 뿐만 아니라 여름내 꽃을 피웠던 화초들도 셀 수 없이 많으리라 여겼고 꽃 진 나무이름을 알아보느라 우리들은 제법 소란을 피우기도 하였지 싶다.

 

그런데 그 어느 것도 하나 발견할 수 없었다. 너무 허전해 섭섭하기까지 했다. 쉽게 구경할 수 없는 새로운 것도 만나고 싶었는데 사저의 풍경은 낯선 것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정말 우리 노짱님의 모습이 그대로 묻어나는 집이었다.

 

그렇다면 진정 언론의 말대로 지하를 이용하고 있는 것일까. 어리 빵빵한 고가품들은 깊은 굴을 파서 묻어놓았단 말인가. 상자떼기의 돈 박스와 한 리어카의 금붙이들은 동굴을 만들어 고이 잠 재워 두었는지. 이런 저런 상념들은 불편과 안타까움으로 이어졌다. 아니 슬펐다. 세간의 주목에 흔들리고 혼란스러웠던 그간의 시간들이 몹시도 부담스럽기까지 했다. 신문지상에 특필했다 외부가 사실이 아니게 드러나자 사저 안을 공격 해대었던 그들의 말들이 심히 원망스럽다는 게다.

 

만약에 진정 반대 세력들의 말대로 그렇다면 누구 던 일찍 절도실력을 길러 놓을 일이다. 지하에 묻어두고 자손대대로 배를 불릴 어느 한 사람의 소유물이라면 그 누가 훔친다 해도 죄가 되지 않을 일이 아닌가. 나는 지금 금은보화들이 제발 창고가득 차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오래전 비리로 연루된 한 정치인집에 금으로 만든 동물들이 꽉 차있었다는 소문처럼 이곳에도 금송아지, 금강아지, 금토끼들이 황금 눈을 반짝이며 어두운 지하방을 밝히고 있기를 바란다. 그러다 혹여 오늘처럼 방문할 기회가 주어지던지 아니면 다른 방도의 기회가 오면 우리 집으로 슬쩍 모셔오는 꿈을 꾸어보기도 한다. 한나라 지도자가 긁어모은 재산을 소시민이 갖고자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금송아지 한 마리만 운 좋게 도둑질할 수 있다면 내 가난한 생활에 단비 같은 반가움이 될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는 자꾸 사저 공간들을 살폈다. 지하의 통로가 어디이며 비상구는 어느 경로로 나있는지. 금토끼를 들고 나온다면 어디로 들어가서 어디로 나오는 게 안전한지 기막힌 상상력을 키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기회가 된다면 절도범을 고용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한몫을 챙기려면 크게 챙기고 말일이지 어중떠중이는 나는 싫어하는 형이니까.

 

어느새 내 마음은 대서특필된 수백억 돈 금고가 내 집안을 가득 메운 듯하다. 생애 최고의 기쁨을 얻은 것 같고 절대 환상이 아니리라 여겨졌다. 불법은커녕 행운일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정말 영영 깨어나지 않은 사실이고 싶었다. 궁색했던 생활은 머 언 그리움으로 밀려날 것 같은 믿음도 갔다. 그래서 지난 생활의 아픔은 사저가 있어서 해결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나를 그려보기도 한다.

 

내가 왜 이런 마음을 갖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소문과는 달리 실망스럽게 다가서는 사실에 대한 분노인가 아니면 내게 이런 물욕이라도 있는 것인지 심히 혼란스러운 감정을 숨길 수 없다. 나의 이런 궁금증은 언제 지하를 방문하는 날엔 풀리게 되겠지. 분노인지 물욕인지 아니면 공상인지 확연히 속 시원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꼭 그 날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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