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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고발한 기자가 김재철 사장님께 드리는 편지

댓글 2 추천 2 리트윗 0 조회 66 2013.01.24 08:59

MBC가 고발한 기자가
김재철 사장님께 드리는 편지
[기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기소에 부쳐
2013년 01월 22일 (화) 23:40:38 최성진/한겨레 기자 we*******@mediaus.co.kr

안녕하세요, 김재철 사장님.

우리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사이죠. 지난해 5월21일 오후 1시30분께, 김 사장님은 기억하실 겁니다. 그때 서울 중구 ***에 있는 대신목욕탕에서 우리 만나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그때 ‘김재철의 속살’을 눈앞에서 목격한 기자가 바로 접니다. 당시 김 사장님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서울 서초구 ****에 있는 멀쩡한 집을 놔두고 한겨레신문사 근처의 오피스텔을 얻어 ‘두집 살림’을 하고 계셨어요. 대신목욕탕은 김 사장님이 머물고 있던 오피스텔 바로 옆에 있었고요.

   
▲ 지난해 5월 26일자 한겨레 1면에 실린 기사. 최성진 기자는 동네 목욕탕에서 김재철 사장과 전격 인터뷰를 가졌다.

모두가 바쁜 월요일 오후였지만, 저는 그날 김 사장님이 <문화방송>(MBC) 사장실 대신 대신목욕탕을 찾을 거라는 예감을 갖고 있었어요.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예감의 영역이었거든요.

입장료 5000원을 낸 뒤, 저는 아무도 없는 대신목욕탕 평상에 드러누워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었어요. 잠이 솔솔 왔어요. 한겨레에서 목욕탕까지 걸어가느라 땀을 좀 흘렸었거든요. 그렇게 한참을 기다려도 목욕탕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어요. 그럴 수밖에요. 직업이 없거나 할 일이 없거나, 둘 중 어느 한쪽이 아니라면 월요일 한낮에 목욕탕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저는 김흥국의 ‘호랑나비’를 흥얼거리고 있었어요. “아싸, 호랑나비 한 마리가 꽃밭에 앉았는데/도대체 한 사람도 즐겨찾는 이 하나 없네~” 고장난 카세트플레이어처럼 철지난 노래를 몇 차례나 되풀이하던 저는 어느 한 순간, 벌떡 몸을 일으켰어요. 김 사장님이 드디어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둘다 ‘얼음’ 상태가 되어 순간 말을 잇지 못했어요.

“아니 이 시간에 여길 어떻게·…”

“잠깐 지나가던 길에 목욕이나 하려고…”

저는 뭐라도 말을 이어가야 했어요. 모처럼 만난 김 사장님을 붙잡고 싶었거든요. 대신목욕탕 입구에서 멈칫거리던 김 사장님을 목욕탕 평상에 앉힌 결정적 멘트는 이랬을 겁니다. “문화방송 사장으로 일하며 나름의 성과도 있었을 텐데요, 그런 말씀도 모두 해주시죠.”

인터뷰가 이뤄졌습니다. 김 사장님께서는 주로 경영적 측면에서 자신이 거둔 성과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손짓까지 해가며 적극적으로 밝히셨어요. 저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모두 들었습니다. 기사에도 최대한 반영하려 했지요.

김 사장님께서는 자신의 성과와 업적에 인터뷰의 초점을 맞추고 싶으셨겠지만, 저는 묻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날까지 113일째였던 문화방송 파업 사태에 대한 책임론 말입니다. 김 사장님 때문에 보도 및 시사교양프로그램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지적 등이 있다고 하자 김 사장님 얼굴은 굳어지기 시작했어요. 특정 프로그램 편성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 등에 적극 반론을 펴는 듯했던 김 사장님은 뉴스 프로그램 편성 및 제작에도 개입한 것 아니냐고 거듭 묻자 이내 얼굴을 일그러뜨렸고, 퇴진 여부를 묻자 “목욕을 해야겠다”며 평상에서 일어났어요.

저는 그때 망설였어요. 제 앞에서 셔츠와 바지를 차례로 벗는 김 사장님을 따라 탕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인지, 아쉽더라도 인터뷰를 거기서 마쳐야 하는 것인지 판단이 서질 않았어요. 저는 지금까지도 후회하고 있습니다. 같이 발가벗고 탕 안에 함께 몸을 담궜어야 했는데 말이죠.

저는 자리를 피해드렸어요. 목욕탕 입장료 5000원이 아까웠지만 김 사장님이 누리고자 했던 ‘땡땡이의 자유’를 침해하고 싶지 않았어요. 김 사장님께서 입고 있던 팬티 색깔도 궁금하지 않았어요. 그건 김 사장님 프라이버시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 아니겠습니까. 국민의 알권리가 중요하다지만 공영방송 사장의 바지 속 사정까지 알아야 할 필요는 없겠지요.

   
▲ 김재철 사장이 지난해 3월 7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방문진이 위치한 율촌빌딩앞에서 농성을 벌였다.ⓒ이승욱

김 사장님이 이른바 ‘제이(J)’씨 문제로 곤경에 처했을 때도 저는 마찬가지 태도를 취했습니다. 제이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는 ‘불륜남’이기에 공영방송인 문화방송에서 내보내야 한다는 식의 논리에 동의하기 어려웠어요. 그건 김 사장님과 아주 가까운 이진숙 문화방송 기획홍보본부장이 잘 알고 있습니다. 김 사장님과 제가 목욕탕에서 만난 다음 주 이 본부장과 따로 만나 저녁을 먹을 때, 똑같이 이 말을 해줬거든요.

“김 사장이 불륜남이기에 공영방송 사장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부터 그런 주장에 반대하겠습니다.”

이 본부장 얼굴이 환해졌어요. 하지만 그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지요. 제가 곧바로 이렇게 덧붙였거든요. “김 사장은 불륜남이어서 물러나야 하는 게 아니라, 방송 공공성 훼손에 앞장 선 낙하산 사장이기에 그것만으로 이미 물러나야 할 이유가 충분한 것이거든요.”

이 본부장은 그날 많이 흥분하셨어요. 제가 문화방송 단체협약 내용, 곧 “편성·보도·제작상의 실무 책임과 권한은 관련 국실장에게 있으며, 경영진은 편성·보도·제작상의 모든 실무에 대해 관련 국실장의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는 부분을 근거로 김 사장 등 문화방송 경영진의 <피디수첩>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편 불방 개입 등을 비판하자 이 본부장은 “우리는 한겨레 내부 문제에 왈가왈부 하지 않는데, 한겨레는 도대체 왜 문화방송 일에 이렇게 끼어드냐”는 말씀까지 하셨거든요.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이었습니다.

다음편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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