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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8 09:12
무죄 구형 임 검사 ‘중징계’, 5.16 건드린 대가?
검찰이 대검 감찰위원회의 감찰 결과를 공개했다. 이례적이다. 10억대 금품을 수수한 김광준 서울고검 부장검사 등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조치인 듯하다. 검사와 검찰 수사관 8명에 대해 징계가 청구됐다.
대검 감찰위, 희대의 ‘뇌물검사’ 등에 징계 청구
내사 중이던 유진그룹으로부터 5억 9600만원, 다단계 업체로부터 2억 7000만원, 모 건설사로부터 1억 3200만원, KTF관계자로부터 여행경비로 2000만원, 고소사건 무마 대가로 전 국정원 직원 부인으로부터 8000만원 등을 받아 구속 기소된 김광준 검사에게는 해임의견으로 징계를 청구했다.
이미 선임된 변호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맡은 사건을 변호사인 매형에게 알선한 ‘브로커 검사’는 불구속 기소와 함께 중징계가 건의됐다. 매형인 K 변호사는 사건 관계자로부터 거액의 선임료(1억 5500만원)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내사중인 기업의 미공개 내부정보를 제공받아 김광준 검사와 공모해 주식에 투자했던 검사 3명에 대해서는 법무부 소속인 1명을 제외한 2명에 대해 검찰총장 경고 의견으로 징계가 청구됐다.
‘비리 검사’ 명단에 임은정 검사도
수뢰, 금품 수수, 알선, 불법 주식투자, 향응 등 각종 비리를 저지른 징계 대상 검사 명단에 ‘도가니 검사’의 이름도 포함됐다. 징계 사유는 상부의 지시를 어겼다는 것. 징계 수위는 감봉 조치가 뒤따르는 '정직'이다.
‘국가공무원법’ 제80조에 임은정 검사가 당하게 될 ‘정직’에 대해 상세히 기술돼 있다. 정직은 감봉 보다도 무거운 징계로 1~3개월 동안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보수의 2/3가 감해지는 감봉 조치도 뒤따른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정기간동안 승진임용 또는 승급에서 제외되는 등 인사에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③ 정직은 1개월 이상 3개월 이하의 기간으로 하고, 정직 처분을 받은 자는 그 기간 중 공무원의 신분은 보유하나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보수의 3분의 2를 감한다. (국가공무원법 제80조)
대체 상부의 어떤 지시를 어떻게 어겼기에 그에게 무거운 징계가 청구된 걸까. 대검 감찰본부가 문제 삼은 것은 지난 12월 28일 5.16군부에 의해 반공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렀던 고 윤길중에 대한 재심 공판이다.
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그 시절(군부독재) 법의 이름으로 그분들의 가슴에 날인했던 주홍글씨를 뒤늦게나마 다시 법의 이름으로 지울 수 있게 됐다”며 ‘길 위의 목사’로 알려진 서울제일교회 박형규 목사에게 사법사상 초유로 검사로서 무죄를 구형했던 임 검사는 ‘윤길중 사건’ 역시 쿠데타 세력이 조작한 혐의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윤길중 재심사건’의 공판검사였던 임 검사는 결심 직전 ‘공판검사가 다른 사람으로 교체됐다’는 상부의 통보를 받는다. 임 검사의 무죄 구형을 막으려했지만 임 검사는 소신을 잃지 않았다. 영화 ‘도가니’의 배경이 됐던 광주인화학교 청각장애아 성폭행 사건 공판 때와 평생 민주화 운동을 해온 박형규 목사 재심공판 때 보여줬던 용기 그대로였다.
임 검사는 새로 교체된 검사가 볼 수 있도록 법정 출입문에 “무죄를 구형하겠다”는 쪽지를 붙여 놓고 문을 걸어 잠갔다. 그리고는 무죄를 구형했다. ‘거사’ 직전에 이런 글을 남겼다.
“상급자를 설득하는데 실패했지만 무죄 구형은 의무라고 확신했다...절차와 월권의 잘못을 통감하며 어떤 징계도 감수하겠다.”
▲알선, 투기, 향응 검사는 징계 아닌 '경고', '양심적 항명'의 임 검사는 '중징계'.
'검찰 의 잣대', 그 기준은 '국민의 상식'과 거리가 멀다. 정치권력이 '잣대'의 기준인가?
무죄를 무죄라고 말한 게 ‘심각한 항명’?
검찰이 그의 이런 행동을 심각한 항명으로 해석한 것이다. 검찰은 “사실관계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사안까지 무죄를 구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임 검사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군색한 얘기다. 고 윤길중 씨와 함께 구속됐던 ‘1962년 통일사회당 사건’의 다른 연루자 5명은 2011년 10월 법원으로부터 “북한의 활동을 고무하거나 이에 동조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무죄를 무죄라고 말한 게 잘못이란다. 잘못도 큰 잘못이어서 국민의 지탄을 받는 ‘뇌물 검사’ ‘향응 검사’ ‘브로커 검사’ ‘투기 검사’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아야만 했단다. ‘양심적 항명’을 한 검사의 실명은 밝히면서 국민의 지탄을 받는 비리 검사는 익명으로 처리하다니.
양심과 소신에 의해 “무죄를 내려달라”고 말한 게 브로커 짓을 하고, 불법 투기하고, 향응을 제공 받은 것 보다 그 ‘죄’가 더 무겁단 말인가.
향응ㆍ투기ㆍ알선 비리검사는 징계 아닌 ‘경고’...역시 '정치검찰'
희대의 ‘뇌물 검사’ 김광준에게 ‘파면’이 아닌 ‘해임’을 청구했다. 공무원 신분은 박탈하되 퇴직급여와 퇴직수당은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브로커 검사’에 대한 징계 수위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중징계’라고 뭉뚱그렸다. 향응을 제공받고 미공개 내부정보를 빼내 주식 투자를 한 익명의 검사들에게는 ‘총장 경고’가 건의됐다.
‘경고’는 징계가 아니다. ‘국가공무원법’에 ‘경고’라는 징계의 종류는 찾아 볼 수 없다. 비리를 저지른 사람에게는 징계 아닌 ‘경고’를, ‘양심적 항명’을 한 사람에게는 무거운 징계를 내리는 검찰. 그의 잣대는 국민의 상식과 거리가 멀다. 멀어도 너무 멀다.
징계는 파면ㆍ해임ㆍ강등ㆍ정직(停職)ㆍ감봉ㆍ견책(譴責)으로 구분한다.
(국가공무원법 제79조)
임은정 검사. 징계를 받게 되겠지만 그건 징계가 아니다. ‘국민의 상식’은 양심보다는 권력을, 국민에 대한 봉사보다는 특권과 권위를 내세우는 못된 검찰이 그에게 내리는 징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작년 9월 박형규 목사에게 '무죄'를 구형했을 때, 검찰의 상부는 그에게 관대했다. '항명' '징계' 이런 얘기가 일체 나오지 않았었다. 이번엔 다르다. 태도가 확 바뀐 이유가 궁금하다.
무거운 징계가 청구된 이유가 뭘까? 5.16의 상속자가 대통령 당선인이 됐기 때문인가? ‘아버지의 업적’인 5.16을 건드린 데에 대한 응징인 것인가? 벌써 ‘당선인의 검찰’이 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