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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의 주장에 다시 안철수를 생각한다

댓글 14 추천 2 리트윗 0 조회 188 2013.01.09 20:03

법륜 스님이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야권이 안철수 전 후보로 단일화가 됐으면 대선에서 승리했을 것이라고 한 말 때문에 미루고 미루던 글을 써봅니다. 법륜 스님의 말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개인적 의견에 불과하지만 그의 무책임한 발언 때문에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가 미친 영향이 무엇이었는지 저 나름의 견해를 밝혀볼까 합니다.

 

 

이번 글을 이번 대선에서 야권 단일후보가 패한 원인에 대해 일개 네티즌으로써 신문과 각종 스크린과 라디오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근거로 했음을 미리 밝힙니다. 현실공간에서 직접 부딪치며 살아 있는 정보를 접할 수 없는 필자의 건강 때문에 오로지 간접적인 방식으로 얻는 정보를 통해 얻은 결론이라 피상적이며 추상적인 수준의 글이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필자가 보는 야권의 대선 패인은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민주통합당의 전략 부재와 무능력, 태만, 사보타지입니다. 두 번째는 이정희로 대표되는 통진당 사태입니다. 세 번째는 안철수 전 후보입니다. 네 번째는 일방적 언론환경(친노라는 모호한 조중동 프레임)입니다. 다섯 번째는 새누리당의 타겟별 선거 전략(니치마케팅)과 세분화된 의원들의 총력전입니다.

 

 

이 다섯 가지 패인 중에서 세 번째인 안철수 전 후보에게 대해서 말해보겠습니다. 먼저 총론적으로 말하면 안철수는 문재인 후보의 득표에 도움이 된 것은 확실합니다. 그는 요지부동인 박근혜 대세론을 깼을 만큼 대단한 잠재력을 지닌 정치적 아웃사이더였습니다. 2040세대에게 안철수라는 존재의 의미는 정치 혐오였고 현실 탈출의 유일한 창구였습니다.

 

 

헌데 ‘안철수 현상’으로 대변되는 안철수 본인은 정치적 아웃사이더였기에 그런 열광적 지지를 받을 수 있었을 뿐, 현실정치에서는 결코 그런 열광적 지지를 받을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어둠과 빛의 경계선이 지독히 미세하지만 그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큰 것처럼 말입니다.

 

 

현실정치 밖에 있을 때의 안철수는 기성 정치에 대한 불만을 모두 담아낼 수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의 영웅이었습니다. 그는 그렇게 현실정치 밖에 있을 때는 어떤 알레고리(미래정치를 현실인물에서 찾아내는 것)도 될 수 있는 위대한 기사(騎士)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또한 선(자칭 진보)과 악(타칭 보수)의 질퍽한 싸움을 끝장낼 수 있는 중도(합리적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의 현자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기사이자 현자의 양면을 가지고 있는 그가 현실정치에 뛰어들어야 단독 후보도 되고, 야권 단일 후보도 되고, 대통령도 될 수 있습니다. 즉 안철수가 현상에서 벗어나 현실정치라는 시공간으로 들어오면 알레고리 속의 무기들을 가지고 갈 수 없습니다. 그것은 공약과 정책으로 표현되는 가치와 술수의 전쟁인 선거에서 거추장스러운 것들입니다.

 

 

신화적인 입장에서 보면 선과 악이 분명히 구분되는데, 현실로 내려오면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집니다. 또한 어떤 종교에서든 악은 선에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전능한 선의 결정체인 창조주의 존재 이전에 악마가 있었다면 종교 자체가 성립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즉 종교적 교의가 반드시 내포되기 마련인 신화(안철수 현상)은 현실정치에서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흔히들 말하는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바로 그것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천상에서 진흙탕으로 내려와야 하는 안철수는 고민이 길어졌고 대선 참여 시점을 놓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치명적인 약점은 공약과 정책으로 이어졌고, 그것들 중에서 악을 처단하는 기사이자 현자의 신화에서 벗어나는 것은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들이 강해져야 박근혜 정부도 99%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뉴스원에서 인용

 

 

그것만이 아닙니다. 실제 유세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를 할 수 없고 그의 주변으로 몰려든 현실정치인과 전문가들의 운신의 폭마저 제한시켜버리는 역효과를 불러 왔습니다. 그것이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까지 묶어버리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고요. 새누리당은 현실정치에서 통용될 수 있는 선거의 무기들을 마음껏 쓸 수 있었지만 ‘안철수 현상’에 사로잡힌 야권은 대선 기간 동안 냉동인간이나 좀비를 연상케 할 정도로 무력했습니다.

 

 

자유 시장 자본주의가 몰락하는 시점에서 야권이 사용할 수 있는 선거 무기가 무한대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때문에 문 후보와 민주당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해바라기 신세로 전락하게 된 것입니다. 깨끗하고 순수하게 해서 이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헌데 정치라는 것 자체가 숱한 이해와 이익이 서로 부딪치며 이전투구를 벌이는 곳인데 중세의 기사나 선한 현자란 현실 위로 날아다닐 수 있는 마법의 양탄자나 찾을 밖에요.

 

 

안철수가 대선 후보를 양보한 것(대중적 인기 빼고는 실력과 세력 모든 면에서 밀렸지만)도 잘못이지만 그것 역시 현실정치인으로써의 안철수가 얼마나 운신의 폭이 좁았는지 반증하는 하이라이트입니다. 그는 짧은 칩거를 끝내고 문재인 후보의 유세를 도왔지만 그 방식에서도 선과 악의 경계에 갇혀 너무나 부자연스러워 보였을 뿐입니다.

 

 

그렇게 문 후보와 민주통합당 전체가 안철수 현상과 정치신인 안철수 사이에 갇혀 있었기에 이정희 전 후보의 비상식적인 비민주적이며 심지어는 폭력적으로 보이는 TV토론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문 후보와 민주통합당이 야성의 칼을 쥐고 있었다면 이정희의 역풍은 극히 미미한 수준에서 끝났을 것이고 대선의 승패는 예측불가로 접어들었을 것입니다.

 

 

애당초 안철수는 합리적 보수주의자였기에 새누리당의 표를 잠식해야 하는 인물이었지, 민주통합당 표를 잠식할 인물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가 진보좌파라는 영역을 유지해온 민주통합당과 단일 후보를 다투는 순간부터 이번 대선은 궤도를 이탈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문재인 후보에게는 안철수 현상과 정치 신인 안철수 사이의 간극ㅡ서강대 손호철 교수의 말을 빌리면ㅡ이 ‘안철수의 저주’로 바뀌게 된 것이었지요.

 

 

따라서 어설픈 정치인이자 어떤 부류들의 멘토인 법륜 스님의 말은 전혀 현실정치를 모르고 하는 사람의 또 다른 현실정치 왜곡입니다. 민주통합당에 대해서는 어떤 비판도 가능하지만 if에서 출발해 대선 결과를 재단하는 안철수에 대한 평가는 안하니 만도 못한 발언이며, 재기가 매우 어려워 보이는 진보진영에 대한 또 다른 분열선동에 불과합니다. 거기에 돗자리를 깔아준 경향신문이 더욱 치사하고 파렴치하지만.

 

 

안철수가 이미 말했듯이 정말로 현실정치를 계속할 요량이면 그 스스로도 이번 대선 패배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하고 자신의 정체성부터 명확히 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신당 창당도 하고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 의원들도 영입해서 자신의 가치에 맞는 선명한 정치를 해야 합니다. ‘국민들’이 아니라 ‘나와 가치를 같이 하는 국민들’부터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번 대선을 통해서 안철수란 인물의 파괴력은 충분히 입증됐습니다. 그는 이제 대한민국 정치의 거목으로 자리매김했으며 미래의 지도자 중 박원순 시장과 함께 맨 앞에 있는 현실정치인이 됐습니다. 물론 이것에 반대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안철수가 충분히 준비된 현실정치인으로 돌아왔으면 합니다. 그것이 조금 시간이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필자는 대한민국에서 견고하게 굳어진 양당제를 깨야만 보다 나은 미래가 열린다고 믿고 있습니다. 좌파에서 진보, 합리적 보수에서 우파, 녹색당이나 해적당 같은 급진세력까지 좀더 다양한 가치를 지향하는 정당들이 늘어나야 하고 현실정치 안에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아울러 그들에게 인적 자양분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시민단체들도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자유 시장 자본주의의 마지막 버전인 신자유주의가 물러나면 정치의 기능도 상당 부분 되살아날 것입니다. 자본과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최소 민주주의는 이런 다양한 것들에 의해 최대 민주주의(사회적 경제는 저절로 이루어진다)로 나아가야 합니다. 따라서 안철수가 이번 대선을 철저하게 되돌아보고 다시 돌아와 현실정치에 발을 디딜 때까지 그를 지지하거나 지지하지 않거나 기다려줘야 합니다.

 

 

그는 분명 대한민국 정치의 중요한 자산이며 성공보다는 실패로부터 배울 것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얼마간 발을 담았다 훌쩍 떠나버릴 수 있는 그런 가벼운 것이 아닙니다. 무릇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되려는 자라면 더더욱 그렇고요. 안철수의 멋진 귀환을 기대하면서.  

 

 

 

                  

   패자들은 패인부터 밝혀야 합니다. 그래야 무엇을 고칠 것인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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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바보 jire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