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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그 치명적 유혹의 딜레마를 극복하려면

댓글 0 추천 2 리트윗 0 조회 47 2013.01.07 23:59

대한민국 야구사에 있어 최고의 학번(조성민, 임선동, 손경수, 박재홍, 박찬호, 염종섭 등)이었고, 그 중에서도 넘버원으로 평가받았던 조성민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소아마비 때문에 달릴 수는 없지만 공은 던질 수 있어 동호인 야구의 투수까지 했던 필자는 모든 스포츠 중에서도 야구를 가장 좋아합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주요 고등학교 야구 선수들의 기록까지 줄줄 외웠을 정도로 야구는 당구와 볼링과 함께 필자의 젊은 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특별한 스포츠입니다. 지금도 국내 야구는 물론 메이저리그와 일본의 프로야구까지 거의 놓치지 않고 시청할 정도로 정신 나간 조금은 늙은 측에 속하는 인간이기도 합니다.

 

 

사업에 실패해서 모든 것을 잃고 평생을 짊어져야 할 병들이 몇 개 더 생긴 필자 역시 몇 년 동안 자살만 생각할 정도로 최악의 시기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조성민의 자살 소식을 접한 필자가 오늘은 제 경험에 비춘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연일 자살하는 노동자들의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저를 무겁게 짓누르곤 하는 자살에 대한 트라우마가 너무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인간의 생명에는 그 어떤 것으로도 따질 수 없는 가치와 존엄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인간이란 내일에도, 모레에도, 그렇게 한 주, 한 달, 일 년 이상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고통이 명백해 보일 때는 극단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기 일쑤입니다. 안 좋은 호르몬이 시도 때도 없이 영혼을 지배하곤 합니다.

 

 

헌데 화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100여개 불과한 원소들 중에 수소, 탄소, 산소, 질소, 칼슘, 인 등에 의해 이루어진 존재에 불과합니다. 이런 원소들의 다양한 조합(칼 세이건은 위대한 협력이라고 했습니다)이 스스로 생각하고 인식하는 존재를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더 매크로 단위로 가면, 즉 물리학적으로 보면 스스로 붕괴하거나 반물질을 만나 거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며 소멸하지 않는 한 영원회귀 하는 원자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전자가 하나인 수소 원자를 빼면 모든 원자들은 그 자체로 성질을 띠지 않기 때문에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기본입자 등은 논외로 할 때)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물리학적이고 화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원자들의 화학적 결합으로 이루어진 원소들에 의해 만들어진 생존기계(리처드 도킨스의 말을 빌리자면)에 불과합니다. 스스로 복제하는 기능을 가진 DNA라는 설계도를 통해 수십 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지독히도 복잡한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청사진이고요.

 

 

창조론자의 주장을 논외로 한다 해도 몇 개 안 되는 원소들로 이루어진 인간이 일단 탄생을 통해 사회에 편입되면, 온갖 관계라는 것에 의해 영혼과 이성이라는 것을 들먹이는 존재로 거듭나게 됩니다. 공동체를 이루고 도구를 활용해 문명을 이루어내는 만물의 영장으로 승격된 것은 역사가 이미 증명하고 있고요.

 

 

물론 감정이입까지 이끌어내서 관계를 형성하게 하는 거울신경이니, 생존을 위한 본능들이 하나둘씩 축적돼 이루어진 쭈글쭈글한 두뇌와, 인간의 마음에 온갖 조화를 일으키는 각종 호르몬들이 중간에 작용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과학적 사실입니다. 정내미가 떨어지는 과학적 발전이지만 인류 생존에는 필수적인 것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지요.

 

 

헌데 이런 것들로만 설명하기에는 인간이란 존재에게서 일어나는 각종 영적 현상들은 차원을 달리하는 면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하지는 못하지만 원자와 원소들로 이루어진 인간이란 존재에게는 완성된 진화의 결정체 이상의 무엇인가가 반드시 존재함을 느끼곤 합니다.

 

 

달리 말하면 물리학, 화학, 분자생물학, 유전공학, 뇌과학, 신경분석학, 심리학 등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관계라는 것과 경험 및 성찰 등을 통해 살아 있는 동안에는 개성이나 영혼이란 신비로운 것들을 창조해내는 것입니다. 이것은 영장류에 가까울수록 발달하는 것인데 유독 인간에게서는 그 최대치가 나타나는 것으로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태어났다는 것만으로 인간의 존엄성이 확보되지만, 그 개개인이 사회에 편입되는 순간부터, 즉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개개인이 특정 방식으로 관계하고 협력하며 반응하는 것들에 의해 그 존엄성의 크기가 더욱 증폭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그 값어치를 따질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하며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헌데 문제는 인간에게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들에 의해 인간은 거꾸로 스스로의 가치를 포기하는 선택도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에 있습니다. 태생적이고 사회적으로 소유하게 된 무한한 존엄성이 그 태생적이고 사회적인 한계 때문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극한의 순간에 이르면 돌이킬 수 없는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듭니다.

 

 

이런 순간에 이르면 ‘마치 오랫동안 와병 중인 인간에게 일상생활이 무의미한 것과 마찬가지’의 상태로 빠져들게 됩니다. 자신에게는 삶을 이어나갈 아무런 능력도 자유도 없다는 생각에 정복되게 됩니다. 게다가 최악의 선택인 자살이란 정말 유혹적인 쾌락을 극한에 처한 인간에게 마약처럼 작용합니다.

 

 

자살 그 자체는 너무나 두렵고 실행하기 힘들지만 세상의 가장 극단적인 구석에서 피어오르는 자살 이후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상상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비극적인 쾌락의 상상(실제 관련 호르몬이 엄청나게 분비돼 비관적인 생각에 더욱 집착하게 만듭니다)에 젖어들게 만듭니다.

 

 

필자도 세상에서 가장 초라한 자살을 상상하며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해 지독한 질곡의 시간들을 보내야 했습니다. 한 발만 움직이며 빛이 있는데 스스로 한 발도 움직일 수 없는 어둠에 갇혔다고 항변하거나 포기하면서 내가 자살하면 그때야 내 고통의 크기를 알겠지 하면서, 지독히 역설적인 쾌락에 빠져들게 됩니다. 특히 아웃사이더적 기질이 강한 사람일수록 이런 경향(사후에나 존재할 미래의 일들에 빠져드는 것)이 더욱 강합니다.

 

 

물론 쇼펜하우어처럼 자살을 인간 존엄성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순간으로 풀어낸 철학자들도 있습니다. 반대로 스피노자처럼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을 수 있는 철학을 설파한 철학자들도 있습니다. 칼 폴라니와 한나 아렌트처럼 죽음(자살 포함)이 없는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설파한 사람도 수없이 많고요.

 

 

저는 이번 글에서 한 가지만 말하고자 합니다. 자살하지 마십시오. 악착같이 사십시오. 살아서 지옥보다 더한 고통을 당할지라도 이를 악물고 하루라도 더 사는 것에서 당사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살아야 하는 이유를 주기 때문입니다. 벌레처럼 견뎌내는 것도 계산이 불가능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 삶을 이어가는 용기의 크기도 도무지 측정할 수 없고요.

 

 

저는 천주교 신자이고 저승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지만, 그건 그때 가서 따질 일이고 이 땅에서 살아 있는 것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자살할 것이면 그런 선택까지 이른 수없이 많은 고뇌들로 해서 세상과 싸우십시오. 아니 자신의 엿 같은 삶과 운명과 싸우십시오, 지쳐서 죽을힘조차 없을 때까지. 정말 자살해도 시원치 않을 작자들이 죽을 때까지.

 

 

그리고 누구에게라도 자신의 상태를 말하십시오. 누구라도 상관없습니다, 당신들이 내밀 손을 거절하지 않을 사람이 반드시 세상에는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라도 상관없습니다, 자꾸 말하고 손을 내미십시오, 나 죽을 만큼 힘들다고. 자살 아니면 나를 이 질곡의 심연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 같다고. 제발 누군가 내 말을 한 번이라도 들어주기나 해달라고.

 

 

                  

        이 글을 자살을 생각하는 단 한 분이라도 더 볼 수 있게 추천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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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바보 jire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