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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실에서 잠을 자고 있는 경비원을 보면 관리비가 아까워요"
최근 해고됐던 서울 강남의 아파트 경비원이 고공농성에 돌입하면서 이들의 근무여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무관심과 무지가 경비원들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입주민 입장에선 경비실을 비워두거나, 의자에 앉아 잠을 자고 있는 경비원을 보면 근무태만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경비원들은 왜 근무시간에 잠을 자는 걸까?
경비원들은 자신들이 법과 현실 사이에서 착취 당하는 존재라고 항변한다. 아파트 마다 근로계약 조건이 다르지만 많은 경비원들은 저녁에 약 4시간의 수면시간이 보장되어 있다.
이들의 수면시간은 법적으로 휴게시간에 속한다. 근로기준법 제54조(휴게)는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실제 경비원들은 휴게시간에도 근무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서울 영등포구 ***의 아파트 경비원인 방아무개씨(67)는 "휴게시간이라도 경비 업무는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라며 "술 취한 주민이 아파트 출입구를 못 열어서 경비실을 호출하는 등 새벽에도 경비원을 찾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24시간 맞교대로 대체 인력도 없고 별도의 휴식 공간도 없기 때문에 방씨는 근무날 저녁마다 경비실 바닥에서 4시간씩 잠을 청한다. 그는 "법적으로는 자유롭게 쉴 수 있는 휴게시간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수면시간까지 꼼짝 없이 업무에 묶여 '노예잠'을 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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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저녁 인천 부개동의 한 아파트 경비실에서 경비원이 잠을 자고 있다. ©김병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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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때도 눈칫밥… 택배 때문에 오래 비울 수도 없어
이런 상황은 식사 시간에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경비원들은 매일 각 30~60여분의 점심, 저녁 시간이 보장된다. 이는 '8시간을 일하면 6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줘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것이다. 다른 직종의 경우 점심시간이 휴게시간에 속해 근무지를 떠나 식사를 할 수 있고, 은행이나 관공서 업무를 하는 등 개인적 활용도 가능하다.
그러나 경비원들은 식사 시간에도 경비실을 떠날 수가 없다. 최근 고공농성을 벌였던 강남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의 서울일반노조 소속 민형기 분회장은 "경비원의 업무 중에 택배를 받아 주민에게 전달하는 일의 비중이 늘었다"며 "자리를 비웠다가는 택배기사와 주민들의 독촉전화에 외부에서 식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비실이 닫혀있어 기사가 택배를 경비실 앞에 놓고 가면 분실 가능성이 있고, 그 책임은 자리를 비운 경비원에게 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약 20분간 진행된 기자와의 인터뷰 도중에도 두 개의 택배를 받았다.
경비실이 비어있으면 불안해 하거나 항의하는 주민들의 심리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민 분회장은 "경비실을 비우면 주민들이 (일을 안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때문에 때문에 휴게시간이라도 벗어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경비원들에게 주민들은 사용자다. 이들은 불합리한 경우라도 최대한 주민들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경비원 방씨는 "분리수거를 하다가 말 다툼이라도 났다가는 언제 잘릴지 모른다"며 "주민을 잘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중 지나가는 주민에게 "사모님 안녕하세요"라며 넙죽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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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 *현대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다 최근 해고통보를 받은 경비원 민아무개씨와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일반노동조합 간부가 단지 내 굴뚝에 올라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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