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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30 20:47
어차피 삶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것만을 요구하는 법이다. 주말 밤부터 내린 눈으로 시작한 휴일, 춥다고 마냥 자연의 축복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았다. 속는 셈치고 아내의 꽁무니를 쫓았다.
이즈음 약간은 어이없는 패퇴에 의한 후폭풍에 채 전열을 정비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중앙처럼 지방의 시민진영 역시 들었던 총부리를 아무렇게나 내던지고 귀향해버린 탈주병들 처지에 진배없었다. 대선 20여일이 지난 지금도 갖가지 풍문과 난설이 자욱했다.
사회심리학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과 자율성과 이성을 후하게 평가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모든 아이가 평균 이상인 특이한 마을 이름을 따서 명명한 '위비곤 호수 효과'가 그 예로,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과 관계된 특성을 평균 이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타인의 행동을 과장해서 해석하되 늘 자신만은 예외로 한다는 것이다. 가령 저 사람은 왜 업무처리가 저렇게 느릴까? 그건 그가 야심이 없어서다. 그런데 나는 업무처리가 왜 느릴까? 그건 업무가 지루해서다.
이런 인지부조화에 따르면 사람들은 믿음이 서로 모순될 때 한 가지 믿음을 다른 믿음에 맞춰 변형하는 식으로 모순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흡연이나 위험 감수처럼 명백히 불합리한 선택을 합리화하거나 어떤 물건을 산 뒤에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해서 그 물건에 대한 좋은 상품평을 찾아보는 행위 등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인지부조화에 대한 더 적절한 설명은 사람들은 같은 자료를 가지고 자신의 믿음에 대해 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신뢰하는 믿음에 반박하는 명제는 무엇이든 제거하고자 한다는 심리가 그것이다.
대선은 끝났다. 그 결과를 어떻게 분석하든 지금처럼 총부리를 우리 동지나 진영 아무 곳에나 갈겨대는 화풀이를 그치고 다음 전쟁에서 타산지석이 되는 정도에서 그쳤으면 좋겠다. 50대의 보수화 경도에 대한 멘붕이나, 안철수 현상이 아닌 안철수 대망론의 지속, 불평등 구조의 언론환경 타령, 그리고 동력도 없이 타파되지 않고 설왕설래만 난무하는 민주당 개혁에 대한 불만,---,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불가항력에 갖힌 나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힘없는 이웃들의 겨울나기를 생각하면 괴롭고 답답하다. 나쁜 세상이란 죽음처럼, 아니 어쩌면 죽음보다 더한 절망만이 넘실대는 세상이 아니겠는가? 희망 없이 사는 우리의 이웃들이 오늘도 어디에선가 낯선 죽음의 부고가 들려온다. 정작 우리의 절망은 희망 없이 사는 일이 아니겠는가?
죽을 힘을 다해 겨우 뒷산에 올랐다. 눈덮힌 호수와 산이 보이자 그래도 살아있기에 행복하다는 생각이 절로 났다. 그러니까 우리 어떻게든 견뎌내고 행복해져야 한다. 견딜 수 없어도 희망의 끈만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정현종 시인의 시구처럼 매 순간순간이 꽃봉오리이며 걸음걸음이 꽃길이라 여기며 이 한랭전선의 한파를 끝끝내 건너가야 한다. 거기에 봄이 우릴 기다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