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사찰과 국정원 직원의 압박을 받았던 방송인 김제동씨는 4일 “사찰을 했다면 하신 쪽에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직접 출연해 “안 하셨다면 진짜 안 했으니까 앞으로도 이런 일 없을 거다, 이야기를 해달라”며 이같이 요구했다.
김씨는 “만약에 사찰을 하셨다면 자료가 있으면 저한테 달라, 불안하니까”라며 “털건 빨리 털고 가자, 사과할 건 제가 빨리 사과할 거니까”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그래서 만약에 (사찰을) 했는데도 별 이상이 없으면 이상이 없다고 얘기해 달라”며 “이름만 나와 있고 내용이 없는 것이 가장 불안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이름만 나와 있다는 것을 지적하며 김씨는 “나도 뭐 따로 고소고발 이런 것 안 할 테니까 좀 서로 서로 이야기 좀 하고 가자 이거다, 그래서 해서 별 이상 없으면 이야기를 좀 해달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씨는 “뭐가 있으면 알려주시면 안 그래도 일기도 못 썼는데 일기 쓰는데 자료로도 삼고 만약에 없으면 결혼정보회사보다 조금 더 꼼꼼하게 조사하셨을 것 아니냐”며 “그러니까 이 정도면 큰 흠결 없는 남자니까 결혼도 괜찮을 것 같다, 이런 발표라도 해주시면 서로 그렇게 넘어가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고 개그맨답게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는 “나는 피해자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왜냐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때도 저는 가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그는 “(국정원 직원이) 와서 될 수 있으면 안 가는 게 좋겠다, 될 수 있으면 안 가는 게 좋겠다, 또는 안 가는 건 어떠냐 라고 해서 저는 일단 가지 않았냐”며 “회유나 압박으로 보진 않는 것이다”고 굴복하지 않고 당당하게 임했던 것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김씨는 “다만 저처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입장이나 또는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입장,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보다 지금은 오히려 그런 이야기조차 할 수 없는 분들, 사찰 당하신 분들, 그 분들에게 여론이 조금 더 집중돼야 되지 않나”라며 “그래서 그분들한테 오히려 미안한 것이다”고 밝혔다.
소설가 공지영씨가 ‘김제동씨가 몇 년 전부터 무대 올라가는 것을 공포스럽다고 했고 그것이 마치 감시받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서 그랬다, 또 수면제 없이는 잠을 못 잔다’고 얘기했던 것에 대해 “걱정이 되니까 해주시는 말씀인데 무대 오르는 건 늘 조금씩 떨리고 불안하다”면서도 “그러나 상시적으로 그런 느낌을 받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신의 콘서트에 선관위 직원이 와서 감시하고 있는 것에 대해 김씨는 “재미있으니까 그렇겠죠. 굉장히 재미있거든요”라고 웃음으로 받았지만 콘서트조차 감시 당하고 있다는 것을 시인했다.
김씨는 “투표하자는 것이고 그리고 정말 재미있게 얘기한다, 그리고 주인된 권리를 행사하자, 그리고 4월 11일 총선이니까 누가 주인인지 알려주자, 재미있게 한번 해보자, 그런 것이다”며 “누구 찍어라, 이런 얘기 안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 직원 방문 이후 KBS ‘스타골든벨’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된 것에 대해 김씨는 “3일 전쯤에 통보를 받았다”며 “제작진의 판단이라 할 말은 없지만 통상적인 절차에서 어긋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소셜테이너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 김씨는 “사실 굉장히 부담스럽다”면서도 “39세가 되면서 또래 남자들이 가지는 아주 자연스러운 정치에 대한 관심정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런 것들이 드러나는 위치에 있으니까 조금 조심스럽긴 하지만 정치적인 일에 관심 있는 것은 38, 39세 또래 남자들이 느끼는 정도 수준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그러나 정치적이다고 포장되는 의견들에 대해선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치가 아니라 생활인 것들, 상식적인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선 그다지 멈출 생각은 없다”고 소신을 밝혔다.
김씨는 이날 미국 메릴랜드, 뉴욕, LA에서 열리는 ‘2012 청춘콘서트 미국편’ 참석 차 출국한다. 김씨는 8일 LA공연을 마친 뒤 10일 귀국해 11일 투표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