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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17
2012.12.20 18:37
멘붕이었다.
사지가 떨리고 밥한톨 입안에 넣기가 거북살 스러웠다.
오늘 아침엔 나의 분노가 목에 모였는지 어제 먹은 술때문에 그랬는지
아니면 내가 나불거린 세치혀를 하늘이 벌주는것인지 목이 넘 아팠다.
헐떡이는 숨속에서 가래를 몇 뭉치 뱉어내니 좀 나아졌다.
76%의 투표율!
난 그것이 두렵다. 오싹한 공포가 온몸을 휘갑는다.
75%만 넘으면 문재인이 이긴다고 했는데....,
질래야 질 수 없다고 했는데.....,
앞으로 또다시 정권교체가 가능한지 회의한다.
그리고 확신한다. 불가능할 것이라고.......,
도대체가 내가가진 모든 셈법을 동원해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별의별 상상속에서 오전을 보냈다.
혹시 개표가 아닌 전자 집계과정에서 프로그램에 문재인표 박근혜표로 둔갑하지 않았을까?
개표는 볼 수 있어도 전자집계는 눈으로 확인 할 수 없는데 혹시 그리된 것은 아닐까?
오후가 되어 그것 마저 체념하게 되었다.
주권재민!
누가 그것을 부정할 수 있으리오.
문재인은 말했다.
국민이 권력위에 있게 하겠다고
국민이 권력에 주인이게 하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러나 주권재민은 권력의 종이되는 것을 선택했다.
난 단 한개의 누락없이 주권재민을 받아 안을 것이다.
김여진이 말했다.
우리의 아이들이 더 이상 아파트 옥상으로 오르는 세상만큼은 막아달라고.....,
난 이제 내 아이만 아니면 상관하지 않으련다.
뉘집자식이 경쟁을 거부하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골수에 붉은피가 썪여 두개골을 삐져나와도
난 그것을 가장 철저히 외면할 것이다.
나이자신 어른들, 그네들의 자손들이
그들이 비정규직의 나락에 허우적거리며 피를 토하고 꼬꾸라져도
수십미터 상공에서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세상의 외면으로부터 신음하여도
난 그것을 가장 철저히 못본척 할 것이다.
이건희이 곳간에 수북히 돈이 쌓여나가도 나와는 상관없는 것인데
오히려 우리 아이들 급식비 낼돈이 내주머니에 쌓여나가는 것이 내겐 너무나 큰 도움인데
이건희의 곳간만을 챙겨준 그들의 선택을 나는 철저히 무시할 것이다.
생존권을 위해 공권력에 의해 태워 죽임을 당해도
그 살타는 냄새가 세상에 진동하고
그 억울한 원혼들이 구천을 떠돌아도
그 유가족들이 아무리 크게 통곡하더라도
난 내귀를 꽉 틀어 막을 것이다.
골목마다 쳐들어 오는 재벌의 악마같은 발톱을 이젠 난 받아들일 것이다.
골목에서 두부를 파는 아저씨의 까칠한 수염도
시장에서 생선자판에 솥뚜껑같은 모양으로 쫙쫙 갈라진 어느 아줌마의 손등도
손님 없어 꿩한 눈만 껌벅거리는 떡뽁기집 아줌마의 횡한 얼굴도
난 죽으면 죽었지 눈길조차 주지 않을 것이다.
미국산 소가 쳐들어 온다고 한우농가들이 난리법석을 부려도
쌀 값이 수십년동안 제자리만을 지키고 있다는 농민의 한탄도
서해에서 북한 괴뢰도당들의 농간에 발만 동동거리며 꽃게 잡이못하는 어민들이 탄식도
그 잘난 동계올림픽 유치로 죽어 나자빠지며 강원도의 힘을 읍조리며 제발 놀러오라는 사람들의 손짓도
난 모두 외면할 것이다.
그것이 그대들의 선택이며 그리 살라고 말할 것이다.
절대적으로 절대적으로
아는척 하지 않을 것이다.
나하나 이런 다짐 한다고 무슨 소용있겠냐만
난 그렇게 할 것이다.
그네들이 주권재민의 이름아래
종살이의 길을 쫓은 것에 대해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온정있는 용서이기에 난 그렇게 살것이다.
그리고 오늘을 절대 잊지 않기 위해
문성근이 마냥 오늘의 이 역사를 가슴팍 깊숙히 꽁꽁 쪼매놓을 것이다.
이젠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다.
그리생각하고 나니 이젠 마음이 평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