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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29
2012.12.18 15:43
- 이 땅의 젊은 '놈'들에게 -
등록금 비싸다고 데모하지 마라.
코피 터지도록 스펙 쌓고 취업 공부해도 여전히 백수라고 한탄하지 마라.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팍팍한 삶이라고 좌절하지 마라.
투잡에 맞벌이를 해도 월셋방 신세라고 절망하지 마라.
정직하게 산 나는 이 모양 이 꼴이고,
더러운 짓만 골라 하는 인간들은 잘만 나간다고 분통 터뜨리지 마라.
아무리 억울한 일 당해도 백 없으면 호소할 곳 없다고 서러워 마라.
그것이 너희가 만든 세상 아니더냐?
권력에 눈 멀어 수 천의 동포를 무자비하게 도륙한 자가
이 나라의 원로 대접 받는 것을 기이하게 여기지 마라.
환자복에 마스크 끼고 휠체어 타고 검찰에 출두하는
대형 비리 재벌 총수들에게 손가락질 하지 마라.
거침없이 팬티 내리는 여신도가 자기 사람이라는 따위의 망언을 일삼고,
권력에 아첨하고 백성들 위에 신으로 군림하는 거짓 선지자들이 성직자로 추앙받는
이 땅의 타락한 종교에 가슴 아파 하지 마라.
성추행에, 논문 표절에, 병역 기피에, 세금 포탈에,
온갖 상상할 수 없는 죄악의 덩어리인 자들이 권세를 누린다고 배 아파 하지 마라.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법도 멋대로 유린하는
천하에 둘도 없는 비열한 사기꾼이 아직 이 나라의 대통령이고,
그보다 한 술 더 뜨는 악랄한 독재자의 개념 없는 딸이 그 뒤를 잇는다고 땅을 치지도 마라.
그것이 바로
사회 문제나 정치, 역사 따위의 영양가 없는 이슈 대신
온라인게임과 프로야구와 김연아의 피부와 패션, 연예인의 성형 수술이나 민망 노출, 소녀시대 윤아의 쩌는 뒷태, 가슴골, 꿀벅지, 쩍벌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유익한 뉴스에 열광하던
너희가 내일 만들 세상이다.
무덤에 들어갈 날 멀지 않은 우리 늙은이들이
지팡이 짚고, 휠체어 타고, 기어서, 자식들에게 업혀 투표장에 가
너희들이 살아갈 세상에 똥칠 해 열심히 망쳐놓는 동안
피시방에 처박혀 게임에 몰두하고,
친구 불러내 술이나 처마시고,
애인 꼬셔내 모텔에서 아랫도리 열심히 비빈
바로 너희들이 만들어낼 거지같은 세상이란 말이다.
전 국민의 30%에 불과한 우리 늙은이들과 뇌 없는 좀비들만 이대로 좋다고 덮어놓고 1번만 찍을 뿐이고,
나머지 70%가 거지같은 정권 바뀌어야 한다고 목청 높인다 해도
우리 늙은이들은 결코 염려하지 않는다.
30% 중 95%는 기를 쓰고 투표하지만
70% 중 투표하는 놈은 잘 해야 40%이므로
(30X0.95):(70X0.4)=(28.5):(28)이라는 결과로
세상은 결코 바뀔 수 없다는 것을 우린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관과 국가관이 투철한 우리 늙은이들이야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리지만,
너희들 젊은 것들이 존경해 마지 않는
빨갱이 팽귄 슨상이 말하지 않더냐?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부엉이바위에서 짬뿌한 또 하나의 빨갱이인 노구리도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하지 않았더냐?
근사한 그 말들이 그럴듯하긴 하지만 너희들의 즐거운 하루,
아니, 그 하루 중에 단 20분 정도라도 희생할 값어치까지는 없는 것 아니냐?
그래, 그러니 내일의 보너스 휴일을 짜릿하게 즐길 궁리나 마저 해라.
대신 나중에라도 세상이 어쩌니 저쩌니 헛소리는 하지 말거라.
우리가 투표한다고 세상이 바뀌냐고,
우리는 아무 힘도 없는 일개 개인일 뿐이라고 핑계대지 마라.
죄악으로 가득 찬 노아의 시대에 그 더러운 세상을 쓸어버린 건
지구를 강타한 혜성도, 외계인의 침공도 아닌
수없이 많은 작은 물방울들이 만들어낸 대홍수였다.
그렇게 내일 하루를 재미있게 보내고
전혀 변하지 않은 세상에서 이리 저리 시달린 후
먼 후일 절망에 빠져 지친 몰골로
고층아파트 옥상 난간에 신발 가지런히 벗어놓고
마지막으로 세상 내려다보며 눈물 흘리면서 원망하지도 말고,
행여 눈꼽 만큼이라도 네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 마라.
그 세상이,
그토록 너를 숨쉬지 못하게 괴롭히다 아파트 옥상 끝으로 내몬
그 세상이 바로 우리 늙은이들이 아닌 네 손으로 만든 세상이니까.
- 한 때 이 땅의 젊은 '놈'들 중 하나였던 50대 늙은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