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6
0
조회 58
2012.12.18 08:52
그 후보는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는다 | ||||
[20대 투표 참여 호소 기고]대화하고 설득할 필요가 없었던 이의 시대 | ||||
| ||||
수준차는 확연했다. 한 후보는 시쳇말로 너무 무식했다. 후보에 대한 선호나 정파적 입장을 떠나서 저런 지적 수준을 가진 대통령이 존재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를 계속 반추해야만 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권력 의지는 확고했지만, 그 밖의 모든 것들은 참을 수 없이 형편없었다. 창피했다. 그 후보가 ‘독재자의 자식’이어서가 아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적인 민주화 경로를 밟으며 미국 대통령 오바마조차 경탄해마지 않는 교육적 수준을 갖고 있는 사회에서 저런 대통령 후보가 유력 후보로 존재한다는 것은 모욕적인 일이다. 언론의 책임이 크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녀를 정파의 지도자로 추앙하며,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보존해줄 절대자로 확신하며, 콩떡이라고 말해도 찰떡이라고 받아써온 언론의 책임이 크다. 그 보호와 침묵의 베일 속에서 그 후보는 무럭무럭 연명해온 것이다. 그 후보는 그 정파와 정파의 카르텔이 지배해온 사회가 낳은 가장 적나라한 폐해 그 자체이다. 독일의 작가 브레히트는 ‘당신들이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는다고 나는 들었다’는 위대한 시를 남겼다. 브레히트는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는 이들을 향해 이렇게 절규했다. 추측컨대, 당신들은 백만장자인 모양이다. 45%에 달하는 ‘콘크리트 지지율’을 이해하는 건 아마도 이것밖에 없을 것 같다. 그 TV토론을 보고도 ‘그 후보를 뽑겠다’로 말하는 당신을 이해하는 수는 이것밖에 없을 것 같다. 브레히트의 말대로 당신은 백만장자다. 미래는 보장되어 있고, 앞은 환히 보인다. 당신들의 부모는 현실의 어떤 돌멩이 앞에서도 당신이 넘어지지 않도록 이미 준비해두었을 것이다. 그러니 당신은 아무것도 배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후보가 어떤 상태인지 가늠하지 않아도 되고, 그 후보의 선거본부장 말을 빌자면 ‘그 놈이 그 놈이더라’는 심리로 투표장에 향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유는 아마도 그것뿐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아무것도 나는 배우지 않겠다는 자세로 그 후보를 지지할 수 있겠는가. 이른바 ‘골든크로스’라고 하는 지지율 교차점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 이후 경찰과 국정원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그 후보와 그 후보가 속한 정당과 연합해 세상에 군림하고 있는 권력자들의 몸이 바쁘다. 경찰은 TV토론이 끝난 직후 굳이 수사 내용을 그것도 부실한 수사 내용을 전격 발표해 여론에 ‘물’을 섞었다. 국정원은 여전히 NLL카드를 만지며 여론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 한다. 여차하면 던지겠다, 설마 던지겠느냐 사이에서 국정원의 표 개가는 무섭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브레히트는 또 이렇게 말했다. 비록 시대가 불안하여, 내가 들은 대로, 어려운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그 후보의 당선을 위하여 많은 것들이 준비되어 있다. 국정원의 선거 막판 개입설은 이미 한 달여 전부터 여의도 언저리를 배회하던 유령이었다. 그 유령이 막 실체를 드러내려고 한다. 경찰을 비롯한 사정 기관의 정국 ‘마사지’도 이 정부 내내 보아오던 수법이다. 검찰은 특정 시기마다 특정인들을 거의 부관참시 수준으로 괴롭혀왔다. 검찰보다 상대적으로 권력이 작은 경찰은 검찰이 나서기 애매해진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어떠한 역할이라도 자임하겠다고 나섰다. 언론의 요령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방송은 그 중에서도 MBC는 ‘막가파’ 수준이다. 내일은 없는 것처럼 그 후보를 돕는다. 아니 그 후보가 되지 않으면 정말 내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만약, 그 후보의 시대가 온다면 우린 끝내 그를 ‘설득’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늘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할 것이지만, 자신의 입장과 다른 주장에 대해선 가차 없이 ‘그건 그냥 잘못된 이야기’라고 말하며 ‘논쟁’도 무엇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누군가를 ‘설득’할 마음이 없고, 그 설득을 위해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을 익힌 바 없어 보인다. 설득당할 용기도 없고 대화할 마음도 없다. 그 후보에게 세상은 그저 자기가 제시하는 대로 자기가 말하는 대로 따라오면 되는 문제들로 이뤄진 무엇일 뿐이다. 세 번의 TV토론에서 그 후보는 시종일관, 변치 않고 그 모습을 점점 더 세게 보여줬다. 누군가와 대화할 줄 모르고, 입장이 다른 이를 설득할 수 없다는 건 민주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굉장히 치명적인 문제이지만, 정작 그 후보는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여전히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아무 것도 배우려 하지 않음을 나는 보았다. 간단하다. 필요치 않았으니까. 누군가와 대화할 필요가 없었고, 어떤 이를 설득할 까닭도 없는 삶이었으니까. 원했건 원치 않았던 그 후보는 그런 삶을 살아왔고, 행여 어려울 때면, 도움이 필요할 때면, 그런 일이 필요할 때마다 누군가들이 척척 나서 대신 해줘왔으니까. 그래서 그게 문제인지조차 모르고 살아왔고, 행여 최고 권력자가 된다면 더더욱 그렇게 생각하고 말 테니까. 브레히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만일에 사정이 달라진다면 물론 당신도 배워야만 할 것이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 배워야 하는 걸까? 투표가 딱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