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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7 14:35
조상기(전 한겨레신문 편집국장)
대선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제는 선택을 해야 할 때다. 올해 대선은 내내 안철수 현상이 화두였고, 그래서 안철수 현상을 빼놓고 선거를 말할 수 없다. 선거가 시대정신의 반영이라면 이번 대선에서 선택의 고려사항은 안철수 현상이 될 수밖에 없다. 후보에 안철수는 없지만, 안철수가 없어도 안철수 현상은 남는다. 투표 순간까지도 ‘안철수’는 살아 숨쉰다.
안철수 현상은 오세훈의 무상급식 반대로 촉발되었다. 이것이 국민들에게 비토당한 것을 계기로 안철수는 집권당의 소통 없는 일방주의와 이런 부조리를 초래한 현실 정치를 통박했다. 시대를 거꾸로 가던 이명박 정권은 물론이고, 패러다임 시프트에 해찰하던 야당까지 정치권 전체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새 정치로 상징되는 안철수 현상의 시작이었다.
이 현상은 정치권으로부터 시작해 우리 사회 전체의 부조리한 지각을 뒤흔들었다. 민심과 동떨어진 대의제, 정치권의 파당적 대결주의, 재벌 대기업의 오만과 횡포, 빈부의 양극화 등이 새삼 국민적 의제로 떠올랐다. 많이 가졌으면서도 더 가지려는 탐욕, 털 하나만 뽑아주면 천하가 이롭다고 해도 절대로 뽑지 않는 인색함도 성찰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 사회 부조리한 지각 뒤흔든 ‘안철수 현상’
공평한 도전의 기회를 바라는 열망들이 솟구쳤다. 대기업의 횡포를 근절하고 성장 과실을 골고루 나누기를 바라는 열망이 뒤따랐다. 보수 진보를 넘어 통합을 바라는 열망과 계파 이기주의의 청산을 추구하는 열망도 분출했다. 국민의 의식 속에 소통과 배려와 나눔이 대안으로 자리잡았다. 가히 영성의 혁명이라고 부를 정도의 변화였다.
안철수는 단일화를 거쳐 문재인에게 이 안철수 현상의 구현을 과제로 넘겨주었다. 안철수 현상이 내용이라면 문재인은 그 그릇이다. 안철수 현상이 시대정신이라면 문재인은 그 시대정신의 사도(使徒)이다. 정권교체가 당면의 문제라면 새 정치는 궁극의 목적이 되었다. 이제 ‘안철수’는 문재인으로 구현되게 되었다. 새 정치는 정권이 바뀌어야 실현되기 때문이다.
투표가 끝나기 전까진 그러나 아직 새 정치는 꿈에 머문다. 그 꿈은 어떻게 영그는가. 끓인 콩물에 간수를 부어 응고시켜야 비로소 두부가 만들어지는 것과 똑같다. 투표를 해야 안철수 현상은 실제가 된다. 청춘콘서트가 꿈꾸는 일이라면 투표는 그 꿈을 영글게 하는 간수라고 할 것이다. 투표장에 가지 않으면 꿈으로 남지만 투표장으로 가면 꿈은 현실이 된다.
젊은이들이 투표장으로 가야 ‘꿈은 이루어진다’
‘안철수’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려는 도전이다. 마지막까지 그 도전은 계속된다. 투표하는 순간까지 안철수가 화두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안철수 현상은 젊은 표의 참여 없이는 완성할 수 없다는 숙명을 지닌다. 그들의 미래가 걸린 현안을 해결한다는 일의 성격상으로도 그렇고, 표의 다수관계로 볼 때도 그들이 주체로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 턱없이 부족하다. 투표로 안철수를 찍지 않는다면 휴대전화로 찍은 안철수만 남는다. 그때 ‘안철수’는 미래가 아니라 미완으로 남을 뿐이다.
그런데도 현실은 만만치가 않다. 안철수를 지지했다가 그의 사퇴 이후 뚜렷하게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사람들을 이른바 `신(新)부동층'이라고 부른다. 전체 부동층 10% 안팎 가운데 그 절반이 신부동층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부분 20~30대로 선거의 결과를 좌우할 만한 숫자다. 이들이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않고 있다. 안철수 현상을 지탱했던 이들이 이의 구현을 해태한다면 이 모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안철수가 제기한 건 안철수의 문제가 아니고 바로 20~30대 나의 문제였다. 따라서 안철수가 사퇴하지 않았다 해도 내가 참여하지 않으면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바꿔 말해 안철수가 없다 해도 내가 참여하면 그 문제는 풀린다. 안철수에 열광했을 때 이미 그 문제는 나의 문제, 나의 꿈이 되었다. 안철수는 내가 되었다. 멘토는 언젠가는 떠난다. 항상 나만 남는 법이다. 이제는 홀로 서서 나의 문제를 생각할 때다.
안철수가 제기한 건 바로 2030 나의 문제
젊은 표의 등장으로 새 국면이 열린다면 우리 나라는 그 자체로 새 성장동력을 구비하게 된다. 우선은 새정치를 기반으로 나라는 품격이 오르고 활력이 넘칠 것이다. 영혼은 좀더 자유로워져 지식문화강국의 문이 열리고 한류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다. 남북경제의 활성화를 넘어 대륙경제 시대가 도래한다. 국제적으로도 균형잡힌 발언권으로 동아시아 평화의 주역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20~30대가 역사의 주체로 설 절호의 기회가 와있는 것이다.
재외국민 투표는 71.2%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러시아 남부 흑해 연안의 조지아(그루지아) 한인들은 차편으로 투표소가 설치된 터키의 앙카라까지 1,350㎞를 20시간 넘게 달려 투표를 했다. 부재자 투표도 92%를 넘겼다. 투표를 위해 100미터가 넘는 줄을 서기도 했다. 무슨 염원이 그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었을까? 바로 안철수 현상으로 상징되는 우리의 꿈 때문일 터이다.
그 꿈의 실현 여부가 젊은이들에게 달려 있다. 자, 젊은이들이여, 어깨 겯고 이 물결을 선도해야 하지 않겠는가. ‘안철수’의 진심에 투표하러 투표장으로 가자. 그것은 바로 2030 나에게 투표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