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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4 00:41
다음은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에 나오는 인용문입니다. 20세기의 위대한 고전 중에 하나인 이 책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효율적인 유대인 대량학살을 설계한 아이히만의 재판 참관기입니다.
“비밀경찰의 승리를 위해서 고문당한 희생자들이 저항 없이 스스로 교수대에 목을 매고, 그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더 이상 긍정하지 못할 정도로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포기하도록 요구되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그저 일어난 것이 아니다. 아무런 까닭 없이, 단순한 가학성 때문에 비밀경찰 요원들이 유대인의 패배를 요구한 것은 아니다.
교수대로 올라가기 전에 희생자를 이미 파괴하는 데 성공한 체제가......한 민족을 노예 상태로 만드는, 다른 것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최상의 것이라는 점을 그들은 안다. 복종하는 가운데, 바보처럼 자신의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이 인간의 행진보다도 더 무서운 것은 없다.”
필자는 이 인용문에 근거해 정부 산하 공공기관장들만이 아니라 방송과 국책연구소까지 보수 성향의 인사들에게 장악된 현실에서 힘겨운 대선을 치르고 있는 문재인 후보의 어려움을 대신 토로할까 합니다. 공정한 게임조차 불가능해진 대한민국의 현실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다시 한 번 상기하기 위함입니다.
“MB 정부를 위해서 고발당한 희생자들이 전방위적인 압박과 회유, 협박을 견딜 수 없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고, 그가 공공기관의 수장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더 이상 긍정하지 못할 정도로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포기하도록 요구되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그저 일어난 것이 아니다. 아무런 까닭 없이, 단순한 가학성 때문에 이상득과 최시중, 박영준과 유인촌이 노무현 정권 시절 임명된 기관장들의 자진 사퇴를 요구한 것이 아니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장에서 물러나기 전에 희생자를 이미 파괴하는 데 성공한 MB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이......그들을 노예 상태로 만드는, 다른 것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최상의 것이라는 점을 그들은 안다.
저항할 수 없는 극한 상황까지 내몰린 그들이 최시중과 박영준, 유인촌의 압박에 복종하는 가운데, 바보처럼 자신들의 자진 사퇴를 향해 걸어가는 이 인간들의 무력한 행진보다도 더 무서운 것은 없다.”
필자가 MB 정부의 비밀경찰을 자임한 인사들 중에 최시중과 유인촌을 예로 든 것은 그들이 완장을 찬 나치의 고위관료들처럼 18대 대선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공영 방송과 국책 기관들을 차례차례 장악했기 때문입니다.
MB 정부 5년의 국정 난맥상이 이승만 정부의 실정과 비슷할 정도에 이르렀는데도 임기를 다 마칠 수 있는 것은 물론, 정권 연장까지 가능하게 만든 것은 방송 장악과 국책 기관들을 점령해나간 이들의 공이 절대적입니다. 김우룡과 김재철, 김인규와 길영환은 이들에 비하면 조무래기들입니다.
사실 ‘안철수 현상’의 일등공신인 MB 정부의 해결사 노릇을 자임한 이들입니다. MB 정부의 실세이자 행동 대장이었던 이들이 언론과 국책 기관들을 장악했기 때문에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라는 것을 빼면 특별한 정치적 능력도 없는 박근혜 후보가 지금까지도 지지율 1위를 지키는 이유의 핵심입니다.
오늘자 경향신문을 보면 공영방송인 KBS와 종편 수준으로 전락한 MBC의 직무 유기는 엉터리 통계를 내놓고 있는 국책 기관보다 18대 대선에 끼치는 악영향이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높습니다. 매스 미디어 시대의 대선에서 방송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경향신문에서 인용
헌데 경향신문의 보도 내용대로 KBS와 MBC의 편향성과 대선 보도 편성 축소는 가히 대국민 전체를 상대로 한 중대 범죄에 준할 만큼 심각한 상황입니다. 5천만의 국민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을 5년 동안이나 이끌어갈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6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이 두 방송사의 직무 유기와 편향성은 투표율 하락의 핵심 키워드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영혼에 가해지는 폭력’인 MB 정부의 방송 장악은 나치의 파시즘과 일본의 군국주의와 매우 비슷한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마루야마 마사오의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에 나오는 내용을 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파시즘은 소극적으로는 지배체제에 대한 저항의 거점이 될 수 있는 그런 민중의 크고 작은 모든 자주적 집단의 형성을 위협과 폭력으로 방해함과 동시에, 적극적으로는 매스 미디어를 대규모로 구사하여 파시즘이 ‘정통’으로 삼고 있는 이데올로기나 생활양식에 이르기까지 대중을 획일화하는 것이다.”
21세기의 주역인 2030세대들에게는 생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MB 정부의 핵심 인사들은 국민들의 관심을 정치로부터 멀게 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3S를 최상으로 여기는 자들입니다. 그들은 ‘screen, sex, sport'라는 반정치적 도구들이 합쳐지면 국민들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만들뿐만 아니라 현실의 질곡들을 과도한 소비로 풀게 만든다고 믿었던 것 같습니다.
MB 정부가 제일 먼저 방송 장악에 나선 것도 이런 정치학의 오래된 믿음에서 나온 것이었고 상당 부분 그것이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물론 ‘안철수 현상’으로 대변되는 지금의 2030세대들에게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주요 요소로 작용했지만 촛불 집회의 실패와 그에 대한 지독한 탄압과 보복를 통해 한 동안 국민들이 무력한 상태로 빠져들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 유명한 니뫼러의 고백이 인터넷을 도배하다시피 했던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아래부터의 혁명이란 파시즘적 경향을 보여주었던 MB 정부에서는 결과만 놓고 보면 별로 유효하지는 못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명박산성의 높이가 생각보다 높았던 것이지요.
“나치가 공산주의자를 습격했을 때, 나는 다소 불안해졌다. 그렇지만 결국 나는 공산주의자는 아니었으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어 나치는 사회주의자를 공격했다. 나의 불안은 조금 더 커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는 사회주의자는 아니었다. 그래서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어 학교가, 신문이, 유태인이, 이런 식으로 잇달아 공격대상이 늘어났으며, 그때마다 나의 불안은 커졌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어 나치는 교회를 공격했다. 그런데 나는 그야말로 교회의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뇌뫼러는 인류 최악의 정권인 나치 치하에서 겪은 지옥 같은 고통의 체험을 바탕으로 두 번 다시 이런 악몽으로 빠져들지 않기 위해 ‘처음에 저항하라(Principiis obsta)’ 그리고 ‘결말을 생각하라(Finem respice)’라는 두 개의 원칙을 내놓았습니다. 뒤늦은 깨달음이었지만 이 두 개의 원칙에 담겨 있는 진리는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우리는 상당 부분 왜곡됐거나 보수 세력의 저항을 뚫어낼 수 있는 능력 부족으로 개혁을 완성하지 못한 참여 정부에 실망해 MB 정부를 탄생시켰습니다. 그리고 정부 인수위가 가동되자마자 MB 정부의 실체를 알게 됐습니다. 이에 촛불 집회라는 어마어마한 저항과 고 노무현 대통령 장례 행렬을 통해 MB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지만 뇌뫼러가 세워놓은 원칙처럼 처음에 저항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흘러온 세월이 무려 5년에 이르고 있습니다.
마침내 처음에 저항하지 못한 것을 만회할 기회가 찾아온 것입니다.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 유권자들은 뇌뫼러의 원칙 중 두 번째 것을 상기해야 합니다. 만일 정권 교체를 원하지만 투표를 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결말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이상득과 최시중, 박영준과 유인촌을 다시 언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들 모두가 방송 장악과 국책 기관들을 장악하는 과정이 5.16군사쿠데타에서 유신독재로 이어진 박정희 시대의 향수에 젖어 있는 자들의 전형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다음과 같은 생각 속에 빠져 있었을 것입니다.
“그들의 모의 근거지는 거의 대부분 기생집이나 요리집이었다. 그들이 거기서 술잔을 기울이면서 비분강개할 때 그들의 가슴 속에는 ‘취하면 누워서 베개로 삼는 미인의 무릎, 깨어나면 손 안에 쥐게 되는 천하의 대권’이라 노래했던 바쿠후 말기 지사들의 영상이 남몰래 자리 잡고 있었다.”
2012년 5월16일에 치러진 5.16기념식 및 민족상 시상식-뉴스1원에서 인용
아직도 이 땅의 반을 지배하고 있는 박정희의 유령을 잠재우기 위해서도 반드시 투표해야 합니다. 그 사실의 진위를 파악할 수 없지만 ‘박근혜의 7인’이라 하는 사람들이 면면이 유신독재의 망령들을 떠올리는 인물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5.16기념식과 민족상 시상식이 치러졌습니다.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이제 나치나 일본 군국주의가 심어놓은 파시즘적 면모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역사의 무대에서 하차시켜야 합니다.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가 대통령 후보로 나온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표로 파시즘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어야 합니다.
당사자들이야 펄쩍 뛰고 부인하겠지만(필자 역시 그것을 단정할 수 없어 추측에 불과하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제 맛인 것처럼 이제는 2030세대들에게 미래의 대한민국을 맡기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키는 40대가 쥐고 있음도 인정해야 합니다. 낀 세대의 고통은 어쩌면 가장 소외 받고 시대의 주변만 서성이는 진정한 의미의 아웃사이더만이 느끼는 비애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해서 필자는 이번 대선이 20~
40세대를 위한 ‘과거의 잘못된 흔적 지우기’로 귀결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글을 쓰다 보니 D-6에서 D-5로 바뀌었네요. 마침 잘됐습니다. 지난 5년도 견뎌냈는데 앞으로의 5일이야 버텨내지 못할 것이 있겠습니까? 이번 대선이 20~40세대가 대한민국의 전면에 나서는 축제의 한마당이 되기를 간절하게 기원해 봅니다. 긴 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재인 후보의 승리를 간절히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