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이경태 기자]

선거관리위원회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사무실을 급습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박근혜 대선후보 측을 돕기 위해 등록되지 않은 선거사무실을 차리고 인터넷 댓글 달기 등의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다.

KBS < 9시 뉴스 > 에 따르면, 서울시 선관위 기동조사팀 10여 명은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 앞 한 오피스텔을 급습했다. 중앙에 상황실처럼 모니터가 여러 대 설치돼 있고 벽 한쪽에는 'D-6'이라고 적힌 대선날짜와 'President War Room'(대통령 전략상황실)이라고 말과 함께 조직도가 붙어 있었다. 책상 위에는 박근혜 후보 이름으로 된 임명장도 여럿 발견됐다.

▲KBS 뉴스 웹사이트 갈무리

ⓒ KBS

여러 개로 나눠진 방에서는 젊은이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이들은 "(인터넷 댓글) 아르바이트 하러 오셨나"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한 뒤, "정직원이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가장 큰 방 책상에서는 박근혜 캠프의 'SNS미디어본부장'이라고 적힌 명함이 여러 장 놓여있고 새누리당 SNS 전략을 적은 문서도 발견됐다.

선관위는 "미등록 사무실에서 선거운동을 한 사실이 확인되면 공직선거법 89조 위반"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공직선거법 89조는 "누구든지 선거운동기구의 설치 규정에 의한 선거사무소 또는 선거연락소외에는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위해 선거추진위원회·후원회·연구소·상담소 또는 휴게소 기타 명칭의 여하를 불문하고 이와 유사한 기관·단체·조직 또는 시설을 새로이 설립 또는 설치하거나 기존의 기관·단체·조직 또는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며 유사기관 설치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지난해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엄기영 후보가 강릉 불법 콜센터를 설치 운영한 사실이 적발돼, 공직선거법 89조 위반 혐의로 고발된 바 있다.

"새누리당과 무관" 해명... 민주 "발뺌 말고 경위 밝혀야"

박근혜 캠프 SNS미디어본부장이란 명함의 주인인 윤아무개씨는 이와 관련해 "이 사무실이 새누리당과 관계없이 SNS전략을 연구하고 자문하는 회사"라고 주장했다. 임명장에 대해서도 "당에서는 이번에 이렇게 임명장이 나왔다고 하더라"면서도 "그런데 저는 위원장 임명장을 안 받았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역시 "당의 선거 업무와는 무관한 개인 사무실"이라며 "선관위의 공정한 조사를 기다리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선관위는 현재 문제의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와 서류 일체를 수거하고 관련자 8명을 영등포 선관위로 임의동행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한편, 박광온 민주통합당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후보 캠프는 이 사건을 공정선거를 저해하는 중대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철저하게 조사해서 진상을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관게없다고 발뺌하려 할 것이 아니라 박 후보의 이름으로 된 임명장 배포 경위와 SNS미디어단장 윤아무개씨의 역할과 지위·지휘계통은 어떻게 돼 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조사 결과 불법선거운동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박근혜 후보가 직접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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