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투표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
‘사회적 경제’ ‘생활임금제’ ‘베드제드’ ‘주민참여예산제’….최근 서울시내 일부 자치구와 서울시의 정책 관련 자료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용어들이다. 일상에 바쁜 많은 시민들에겐 낯선 용어이고, 그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쉽지 않다. 십수년차 공무원도 “책에서 보던 용어들이지, 솔직히 개념을 잘 모르던 것들”이라고 토로할 정도다.사회적 경제, 생활 임금제 등은 행정 현장에서가 아니라 진보적 성향의 시민사회계, 관련 분야 학계에서 이야기되던 용어들이다. 그런데 이제는 주민들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기초자치단체의 정책으로 당당하게 도입돼 운영되고 있다.
이들 정책을 보면 여러 긍정적인 의미가 읽혀진다. 또 풀뿌리민주주의 현장에서의 바람직한 변화 흐름도 감지된다.중앙정부나 지방정부나 그 특성상 정책 집행으로 나타나는 행정 행위는 시민사회계보다 한 발 늦는 게 일반적이다.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기초자치단체들이 진보적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시행된 정책을 되물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자치단체장의 결단은 결코 쉽지 않다. 그만큼 치밀한 준비 과정과 자신감이 요구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가야 할 방향이라면 한 발짝이라도 내디디는 것이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이들 정책은 더욱이 한국 사회가 직면한 지속가능한 경제 생태계 조성, 소득 양극화 완화, 에너지 위기의 극복, 행정의 투명성 확보 등 여러 숙제를 해결할 대안적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제는 거대 자본의 대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해 발생하는 우리 경제 생태계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서울 성북구와 노원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내년 1월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힌 생활임금제는 소득 양극화 문제를 푸는 한 대안일 수 있다. 일부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 중인 생활임금제는 환경미화원이나 경비·주차관리 등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적정한 소득을 보장한다.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는 대표적인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노원구가 추진 중인 ‘한국판 베드제드’는 화석 에너지를 제로로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형성된 영국의 친환경 마을 베드제드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에너지를 절감하고 새로운 건축문화를 펼쳐보겠다는 의도다. 주민들이 직접 자치단체의 예산 편성에 참여하는 주민참여예산제는 주민들의 욕구 충족이 가능하다. 은평구가 서울에선 처음으로 지난해 도입한 이 제도는 예산 편성의 투명성을 높이는 등 여러 효과도 있다. 이들 정책과 더불어 복지, 부서진 지역 공동체 회복 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은 다른 지자체는 물론 중앙정부까지 벤치마킹할 정도다.이들 정책의 도입 과정을 살펴보면 자치단체장들의 의식 변화도 엿보인다. 이들 정책은 지속가능하고 시민들의 삶의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음에도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폼이 나지도 않는다. 전시적 성과보다는 지역민들의 생활에 밀접한 생활정치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임기 내에 폼나는 성과를 내보이려고 하는 상당수 지역의 자치단체장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지방자치제로 대표되는 풀뿌리민주주의는 정책에 적극 참여하는 주민들과 활발한 소통을 하려는 자치단체장의 서로 주고받는 호흡 속에서 꽃을 피울 수있다. 자치단체장은 진보적 정책을 바라는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 정책으로 다듬어 내야 한다. 시민들이 미처 생각못한 것을 한 발 앞서 챙기는 것도 필요하다. 시민들은 이런 능력을 지닌 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이를 위한 최선의 왕도이자 비법은 투표 참여다. 18대 대통령 선거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일부 자치단체장들의 정책 집행은 투표 참여를 통한 지도자 선출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도재기 전국부 차장>
입력 : 2012-12-06 21:02:47ㅣ수정 : 2012-12-06 21: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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