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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채운 (수필)

댓글 3 추천 7 리트윗 0 조회 68 2012.12.03 03:34

오색채운

<우리 노짱님>

 

 

그는 영원히 귀향했다.

풍요로운 세상에서 오래오래 살라는 염원이 담긴 국화물결 속으로 고이 잠들었다. 절대적 폭력 없는 평화만이 존재하는 곳에서 못다 한 뜻 펼치라는 촛불의 기원도 조용히 모아졌다. 사람들이 띄운 노란 비행기가 대지와 하늘을 수놓았건만 부엉이처럼 자유롭게 날기 위해 바쁜 걸음을 재촉하였을까? 수백만의 깊고 높은 오열 속에 총총히 이승을 떠났다.

 

노무현대통령!

 

사랑하는 노짱님을 우리는 그렇게 보냈다. 농부의 뜻을 잠시도 버리지 않았던 농군대통령,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영원한 봉하마을 지킴이가 되었다. 진정한 지킴이가 되기 위해 바쁘게 떠났을까. 아니면 정치를 하기에는 너무나 깨끗한 당신의 이름 앞에 운명의 여신이 손을 잡았는지, 소담스럽게 느껴지는 마을의 풍광에서 그 의미를 찾아보기도 한다.

 

우선 나지막하게 자리한 봉하마을 뒷산이 꿈을 키우고 놀이의 자리로는 더 이상 없었을 것 같다. 잡힐 듯 잡힐 듯 떠다니는 뭉게구름에서 높은 이상향을 그리기도 하였을 테고 눈이 부시도록 하늘을 수놓던 새하얀 새털구름은 결백성을 만들었을 수도 있겠다. 잡히지 않는 구름을 잡기 위해 뛰고 달리며 언젠가는 꼭 잡을 수 있으리란 기대가 오늘의 큰 꿈으로 이어졌을까. 그 놀이가 바로 내일을 설계하는 일이라 여기면서 말이다.

 

가까운 낮은 산이 꿈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이유는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아래에서 보면 분명 산과 구름이 맞닿은 듯해 해 꼭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니까. 어린 날 그곳은 끝을 알 수 없는 환상세계였음을 노짱님의 소박함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덜크덩 덜크덩 소달구지 따라 신작로를 달리며 목이 터져라 불렀을 노짱님의 동요들은 아직도 이곳에 살아있을까. 들판을 가로지르며 달려오는 바람소리에 평소 즐겨 부르던 ‘상록수’의 음성이 들려오는 듯하고 하늘 높은 곳에서는 ‘은하수’란 노래가사가 전해 오는 것도 같다. 오곡백과 무성한 밭둑을 걸으며 '과수원길'을 애창했을 까까머리 중학생은 지금도 그 먼 곳에서 목청 높여 부르고 있을까. 시원한 밀짚모자 그늘아래 붉은 토마토 따 담으며 콧노래 흥얼거렸을 동요는 어떤 가사일는지, 마을 앞 넓은 들녘에 서니 청아했던 음성이 그리워진다.

 

짐수레 타고 읍내 장에 가는 날은 더 없이 즐거웠지 싶다. 산나물 들나물 농산물 보퉁이 베고 누워 상상하는 장터의 전경은 생각만 해도 배가 불렀으리라. 그들을 주고 살 수 있는 먹을거리는 출출한 배를 채우기에 충분하였다. 무엇보다 산촌에는 바다생선이 귀한 법이라 띄엄띄엄 서는 장날만이 갈치와 고등어를 구경할 수 있었다. 그 날만은 왕 사탕이랑 건빵이니 또는 튀박이랑 즐거운 군것질감을 수레에 실고 집으로 올 수 있는 것이다.

 

노짱님의 생가 신작로 앞을 지나는 차량들을 보며 짐수레의 추억이 어리는 것은 어인일일까. 소중한 꿈을 수놓은 그 길 위로 손녀 실은 수레로 달리던 노짱님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기꺼이 아이들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 삶을 돌려주고 싶었던 게다. 아무리 길고 험난한 세월도 이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힘들지 않았다고 깊이깊이 전하려 했는지 모른다. ‘이 할아버지는 지금의 어떤 고급 자가용보다 그 옛날 짐수레기억이 제일 행복하다고’ 손주들의 호기심 높이는 경험담을 늘어놓기도 바빴지 싶다. 땔감을 높이 쌓은 짐수레에 앉아 따갑게 내리쬐는 햇살의 심술에도 곤히 낮잠을 청했던 추억도 전하였을 것이며, 가득 실은 소 풀 더미에 누워 덜커덩거리는 황토 길의 정취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했을 모습도 눈에 선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후 그의 교통수단은 자전거였다. 들길을 달리는 밀짚모자 속의 대통령은 영락없는 이웃집 아저씨이자 우리오빠들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은 등교하는 학생들을 연상케도 하고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가장들을 떠올리게도 했다.

 

권력으로 따지면 당당히 한 군주였지만 서민의 품에서 살고 서민의 가슴으로 돌아온 대통령이다. 그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권력은 마수’라 할 만큼 지금까지 권위와 독주로 피비린내 현장을 만들었던 역사를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다. 허지만 그는 끝까지 농군대통령으로 남았다. 여느 소시민과 다를 바 없는 야트막한 산자락아래 아담한 단독주택주인으로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자연을 져버리지 않았던 대통령! 한순간도 농촌을 떠날 수 없었던 그였음을 정착 일년간의 생활이 잘 말해주고 있다. 친환경 농법을 위해 오염된 하천정화에 농기구를 들고 참여하던 일이며 여느 밭에서 흐르는 땀을 닦으며 작업을 하던 그의 정신에서 사심 없는 노짱님을 우리는 만날 수 있었다. 원칙에 어긋나면 그침 없이 쏟아 내던 직선적인 말들도 이제와 보니 때 묻지 않은 마음에서 일어났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자연은 거짓과 탐욕을 용서하지 않듯이 흙의 대통령인 그도 모순과 비리들을 용납하지 않았던 게다. 이 나라 역대 어느 지도자가 갑갑한 시골에 생을 묻을 생각을 하였으며. 또 삶의 근본이 농촌에 있음을 시사한 분이 있었던가?

 

2009년 5월29일 영결식 날 서울광장에 나타났다는 오색채운에서 그의 깨끗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흔히 비가 오다말다 하는 날 볼 수 있는 무지개 현상이 아니고 오색채운이란 맑은 날에 생기는 다섯 가지 빛갈의 구름을 말한다. 보통 바른 수행을 한 구도자가 열반에 들 때 나타나는 상스러운 현상으로 우리나라 성철스님이 그 대표적 예로 꼽히고 있다.

 

농부의 아들에서 인권변호사로 서민대통령의 삶에 하늘도 감동하였을까. 역대인물에 비하면 아주 작은 비리에도 속죄하는 마음은 스스로 생명을 포기하는 결백까지 보였으니 그가 남긴 오색채운의 신비는 우리에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사표라 하겠다.

 

진정한 인재는 산새를 끼고 난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곧 자연의 가치를 말함이다. 그가 표방한 참여정부도 권위를 배제하자는 발상이 아닐까. 오직 고향을 버리지 않는 마음 순수한 농부의 마음가짐일 때만이 오색채운의 기운을 받으리라 여긴다. 우리의 모태는 바로 그곳에 있으니까.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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