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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1 18:13
구겨진 이불 속에 간밤의 숙취가 여전히 어지러운데
감은 눈을 파고드는 햇빛의 끊임없는 장난에
포기하지 못한 생의 또다른 오늘이란
어제 죽어간 사람들이 간절히 염원했던 내일이라 한다.
아직 비워내지 못한 것이 무엇이고
무슨 보잘 것 없는 희망이 남았다고 나는 또 눈을 떴단 말인가.
언제나 자리에 누우면 깨어나지 않은 잠을 꿈꾸지만
끝내는 깨고 마는 하루의 시작이란 그 초라함으로 눈부셨다.
그래, 언제나 99%의 절망만이 나를 살게 했다.
잔인할 정도로 질긴 희망을 버렸기에 꿈도 없고
꿈을 잃었기에 생각도 사라졌다.
빛과 어둠 사이에도 살아갈 공간이란 존재했고
거기에 갇힌 삶도 하루의 시작이란 똑같았다.
빌어먹을 호흡
숙취에 섞여 있는 공복이란 너무나 비루했다.
제기랄, 깨어난 지 몇 분이 흘렀다고 허리와 어깨의 통증이 이렇게도 선명하단 말인가.
이랬다, 그날의 아침이 모두 지나가버린 11시 즈음에 나는 잠에서 깨어 동생이 사준 TV를 켰다.
헌데, 헌데 말이다, 내 두 눈에 가득히 들어오는 한 줄의 자막이란...
미디어 오늘에서 인용
처음이었다, 머리가 하얗게 비어버린 적이.
처음에는 두 눈이 있는 대로 커졌다.
머리가 미세하게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점차 그 움직임의 추세가 분명하게 커져갔다.
심장 박동이 미친 듯이 빨라졌고 신경은 있는 대로 날을 세웠다.
온몸의 세포마다 경련이 이는 것 같더니 무릎을 잡고 있던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세포의 경련은 근육의 떨림으로 이어졌고 나는 어느 새 똑같은 말을 되뇌며 온몸으로 퍼진 격렬한 요동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아니야, 아니야, 이건 아니야.
이럴 리가 없어, 이럴 리가 없어.
정말 꿈이길 바랐다.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아서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주문을 걸었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공기와 햇빛도 숨을 죽였지만 살아 있는 모든 것에 아니라고 외쳐야만 했다.
두 눈에 습기가 급격히 차올랐고, 차올라선 방울방울 맺히더니 이윽고 넘쳐 나선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지독한 아픔을 안으로 삼켜서 흘러나오는 신음들이 작은 방안을 유령처럼 맴돌았다.
그 다음은 말하지 않겠다.내 유일한 대통령, 바보 노무현이 이것도 운명이라며 생을 달리했다.
그 이후로 한 동안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건강도 급속도로 악화됐다.
하지만 그렇게 무력하게 무너져 내리던 어느날, 매일같이 이 세상에서 가장 초라한 자살만을 생각했던 나에게 반드시 살아야 할 이유가 비로소 생겼다.
알고 싶었다.
아니 알아야 했다, 알지 못하면 이 참혹한 현실을 단 하나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고 수없이 많은 생각을 했고 수없이 많은 진실을 알게 되었다.
현상의 이면에 자리한 진실에 접근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아마, 대학원 졸업 이후 공적인 공간에 시대에 관한 내 생각을 글이란 형태로 풀어낸 것이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이미 시인의 꿈은 접은 지가 20년 가까이 흐른 뒤라서 글이란 것이 생소할 정도였다.퇴임한 노무현 대통령이 시민과의 소통을 위해 마련한 공간에서 몇 달 정도 참여했던 것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미친 듯이 시대의 진실을 파고들었던 3년이란 세월 동안 500여권에 이르는 온갖 교양서적과 전문서적들을 읽고 또 읽었다.
둔해질 대로 둔해진 뇌와 한없이 헐거워진 사고력에 무지막지하게 각종 지식들을 쑤셔 넣었다.
넘치면 흘러나오겠지, 미련할 정도로 쑤셔 넣었다.
아마도 두 세 번의 깨달음의 순간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비로소 통합되기 시작한 지식들이 너무나 작은 성찰의 순간들을 가져다주었다.
이제는 쌓이고 쌓여 조금은 견고해진 성찰들로 해서 현상에 가려진 진실의 일단을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올해 4월 5일 ‘아고라’라는 인터넷 공간에서 되살아난 아테네의 공론장에 ‘MBC, KBS, YTN의 방송 왜곡, 이렇게 이루어진다’는 형편없는 글로 합류하기에 이르렀다.
야권의 4.11총선 승리를 위해 작은 도움이나 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폐족의 수장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MB 정권과 정치검찰, 모든 언론들의 융단폭격에도 침묵으로 일관해 바보 노무현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기까지 아무런 변화도 반성도 없는 야권의 무력함과 뻔뻔함을 질타하기 위해서였다.
‘노무현의 운명’에서 꼼짝없이 갇혀버린 문재인이 현실 정치로 뛰어들겠다고 해서 바보 노무현을 넘어 왜곡되고 난도질당한 참여정부의 진실에 대해서 재평가를 받아내고 못 다한 개혁을 끝내기를 바라는 마음에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정치 신인 문재인이 모피아와 토건족 출신의 관료들과 철새보다 못한 기회주의자들, 공정시장을 숭배하는 좌파 신자유주의자들에 휘둘려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거기서 발생한 실정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와 처방을 내려주기를 바랐다.
대한민국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을 몰아내고 상식과 원칙이 살아 있는 깨어 있는 시민들의 최후의 보루로써 작은 보탬이나 됐으면 하는 바람이 전부였다.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가야 할 병들 때문에 그 이상의 것들은 욕심내지도 않았다.
헌데,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 있는 순간이 19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모든 것이 꼬여버렸다.
어디서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꼬였는지 분명하게 안다.
그것에 대해 말할 생각은 없다.
내가 아는 것은 단지 19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참혹한, 그러나 우리가 하기 나름에 따라 역전이 가능한 시간이 남았다는 사실뿐이다.
이번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다시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을 안다.
해서, 죽을 각오로 싸우려 한다.
자존심이고 인격이고 다 버리고 19일 후에 생을 내려놓을 각오로 싸우려 한다.
문재인 후보가 노무현의 운명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한 줌도 안 되는 노력을 더하려 한다.
세상이 아무리 미쳤다고 해서, 사람들이 사실과 진실에 대해 무지하다 해도, 내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로 사라져버린다 해도 바보 노무현을 수도 없이 부관참시한 자들에게 다시 정권을 내줄 수는 없다.
내게 주어진 19일간 죽을 각오로 싸우려 한다.
하루에 하나의 기억만 지우면 잊힐 줄 알았는데 그것이 불가능함을 애당초 알았기에 이제는 전력으로 부딪칠 생각이다.
여기서 단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생명을 내려놓았기에 두려움 따위란 없다.
아름다운 이 세상 한바탕 놀다가 가지는 못하지만, 하늘 한편에 자리를 마련하고 있을 당신과 술 한 잔 기울이기 위해 남은 19일 동안 죽을 각오로 싸우려 한다.
문재인 후보가 노무현의 운명을 넘어서 대한민국을 99%의 나라로 만드는 길에 작은 힘이나마 더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