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 그 지지자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새누리당은 "안철수의 정치 쇄신이 민주당의 구태 정치에 막혀 무너졌다"며 놀리고 있다. 

3. 지난 1년 간 안철수는 말 그대로 한국 정치를 뒤흔들었다. 그는 박근혜를 뛰어 넘는 '존재론적 정치'를 펼쳤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그가 쇄신의 아이콘이 되었고 많은 이들이 그의 입에서 '해답'이 나오길 기다렸다. 그가 해답을 가지고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해답'이 필요했고, 누구가가 해답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존재론적 확신'이 필요할 시점, 그 필요와 시점이 안철수가 성장할 수 있었던 토양이었다.

4. 이번 후보 사퇴는 안철수의 또다른 승리다. 이어지는 승리다. 그는 정치인이 감내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검증을 피해갔다. 하나는 '정치인 개인'에 관한 것이고, 하나는 정치인의 '정치적 토대'에 관한 것이다. 안철수에게 있어 그것은 '안철수 신화'와 '안철수 현상'이다. 주지하듯 둘 다 모두 안정적이지 않다.

5. 안철수 신화는 강화됐다.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도 '안철수 신화'에 대한 전방위적 검증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박봉팔 닷컴'이 조소와 조롱을 받으며 시작했던 이 검증을 최근에야 제언론들이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실질적 검증의 단계로까진 이어지지 못한 것 같다. 안철수의 대선 출마 선언이 늦게 이루어진 점도 그 이유겠지만, 가장 큰 책임은 검증의 의무를 악랄하게 이행하지 않았던 언론과 정치세력들에게 있다. 그  역사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이번 '출마 포기'로 인해 안철수 신화는 더욱 강해졌다. '대선마저 포기하는 통 큰 정치인'이란 이미지가 기존의 모든 이미지와 결합했다.

6. 안철수 현상은 유지된다. 안철수가 가장 성공을 거둔 지점이다. 안철수는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설 때 이미 매우 불리한 입장이었다. 정치인, 특히 무소속 정치인이 모두 겪으며 무너지는 '한계체감' 을 그도 피해 나가지 못했다. 지지율은 점감했고, 단일화 협상의 파열음이 '무조건 안철수'식의 열성 지지 외의 '일반 지지'를 깎아먹고 있었다. 소위 '꼭지점'을 찍은 상태였던 것. 하강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시점에 그는 소위 '양보'를 하면서 '안철수 현상'을 일정 부분 유지시켰다. 이는 대선 전후, 그의 정계 개편 작업에 필수적인 힘이 될 것이다.

7. 결국 안철수는 성공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어떤 것도 잃지 않고, 자신이 이룰 수 없는 것을 담보로 많은 것을 얻어갔다. 실질 자산 없이 부가가치를 마음껏 올리는 파생상품, 안철수는 역시 금융의 귀재였다. 임박한 이번 대선은 누가 당선될 것인지와는 상관없이 패배한 선거다. '안철수 신화'와 '안철수 현상',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위선과 무지가 낳은 이 두 괴물 중 그 어떤 것도 깨지 못했다. 안철수 개인과 관계 없이 한국 사회의 이 '위선과 무지'를 제대로 깨지 못한 것, 재생의 토대를 남겨둔 것. 위선은 가진 자들의 것이오, 무지는 가지지 못한 자들의 것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위선은 모두의 것이고 무지는 가지지 못한 자들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