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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3 23:21
먼저 위대한 결단을 내린 안철수 후보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그 동안 필자가 썼던 모든 글들에 대해서도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동방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개발 독재를 주도한 산업화 세력과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헌신한 민주화 세력의 격전지였습니다.
단 한 번도 두 세력 간의 화학적 결합은 없었습니다.
특히 IMF 이후의 신자유주의 기간은 동력을 잃어버린 민주화 세력의 쇠퇴와 변신에 성공한 산업화 세력의 재집권의 역사였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는 민주화 세력의 승리가 아닌 산업화 세력이 남겨놓은 탐욕의 쓰레기들을 처리하는 질곡의 기간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산업화의 주인공이며 나라의 기둥이고 계층(또는 계급) 간의 격렬한 갈등과 대립을 완충해주었던 중산층이 몰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벤처 광풍과 카드 대란은 산업화 세력이 이 땅 곳곳에 널려놓은 탐욕의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국민이 흘러야 했던 검붉은 비용지출이었습니다.
동시에 무너지는 중산층의 확대는 자유 시장 자본주의 사회가 허용하는 유일한 약속인 신분 상승의 통로가 급격히 닫혀버렸습니다.
이렇게 기본적 생존선이 무너져 내렸고 가족이 해체됐으며 공동체가 파괴되었습니다.
신분 상승과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사라지자 국민들의 삶이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변해가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이런 참상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민주화 세력들은 산업화 세력의 총반격을 제지하며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 정부를 탄생시켰습니다.
이로써 사라진 신분 상승과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한 민주화 세력들은 각자의 일터와 가정으로 돌아가 현실에 충실했으며 자식의 미래에 대한 각자의 계획에 전념했습니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킨 안철수 후보 - 연합뉴스에서 인용
헌데 산업화 세력이 초래한 IMF 체제의 가혹한 구조조정은 무차별적인 대량해고와 벤처 광풍, 카드 대란과 노동 유연화를 통해 망가질대로 망가진 대한민국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넘겨주었습니다.
게다가 참여 정부는 그 시작부터 조중동문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손발이 묶여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려 버렸습니다.
짧게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길게는 김영삼 정부 때 시작된 부동산 거품과 금융 개방의 광기는 노무현 정부 들어 거대한 거품을 형성하기에 이릅니다.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R.H.토니가 “경제적 야망은, 훌륭한 노예이긴 하지만 나쁜 주인”이라고 했듯이, 대한민국 전체가 투기의 열풍에 사로잡혔습니다.
거기에 미국발 금융 위기가 세계 경제를 대불황으로 몰고 가자 생존선 밑으로 떨어진 국민들은 ‘경제! 경제!’만을 외치며 ‘묻지마 투표’에 나섰고 뉴라이트로 옷을 갈아입은 산업화 세력의 재집권으로 귀결됐습니다.
문제의 MB 정부가 보수 언론과 산업화 세력의 도움을 받아 대한민국을 접수한 것이지요.
이렇듯 대한민국 현대사를 지배해온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은 단 한 번도 화학적 결합을 하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솟아오를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입니다.
두 세력 간의 화학적 결합이 불가능하다면 두 세력을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시켜버릴 새로운 정치 운동이 간절히 요구되었습니다.
그것이 ‘개혁에 대한 현상’으로 어렴풋한 모습을 갖췄고 그 현상의 적임자로 안철수 후보가 부름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미래를 얘기하는 ‘안철수 현상’의 기세는 거칠 것이 없었고 개혁을 진행할 권력의 정점이 멀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산업화 세력도 민주화 세력도 그 기반이 제조업이란 무게 중심의 경제에 있었다면 ‘안철수 현상’의 기반은 무게 없는 경제인 디지털 네트워크에 있었습니다.
1%의 독점을 거부하는 99%의 혁명에 가장 매력적인 가능성을 부여해주는 인터넷과 모바일의 결합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찬 약속 같았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현대사의 기간만 60년입니다.
새로운 정치와 경제 및 사회를 갈망하는 ‘안철수 현상’의 현실적 힘이란 60년에 이르는 거대한 시공간을 넘어설 수 없었고, 그것이 오늘의 안철수 후보의 사퇴로 이어졌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사퇴의 변에서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잠시 미뤄질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안철수 현상’으로 대표되는 정치 개혁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안 후보가 백의종군을 선언했듯이, 정치 개혁의 시작은 민주통합당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것에는 단 하루의 머뭇거림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았듯 민주통합당도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99%의 국민들 밑으로 내려와 거기에서 다시 출발해야 합니다.
그것이 ‘안철수 현상’에 담겨진 시대의 정신이자 요구이며 명령입니다.
잠시 걸음을 멈춤으로써 ‘안철수 현상’은 더 활발히 타오를 것이며, 그 거대한 전환의 에너지를 무엇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안철수 후보님, 버림으로써 비로소 얻는 위대한 결단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합니다.
그 동안의 고뇌와 갈등, 마음고생에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앞으로의 안철수 후보의 족적 하나하나가 새로운 역사의 서막이기를 기원해 봅니다.
앞으로 할 일이 너무나 많기에 수고하셨다는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P.S. 안철수 후보의 사퇴에 대한 좀더 속 깊은 얘기는 나중에 하겠습니다.
지금은 안철수 지지자들의 이탈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니까요.
진보 대 보수, 이제야 제대로 된 대선 구도가 형성이 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