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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0 19:31
단일화 협상 개시부터 중단을 거쳐 민주통합당 지도부 사퇴와 경선룰 양보를 끌어낸 다음,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안을 제시한 것에서 볼 때 안철수 후보와 진심캠프 관계자들이 ‘안철수 현상’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비로소 알 것 같습니다.
안 후보와 그 진영 사람들이 이해하는 ‘안철수 현상’이란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든 반드시 대통령에 오르라는 ‘국민의 허가증’으로 보는 게 분명합니다.
여권의 집권 연장에는 반대한다는 말 한 마디를 통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후보를 한 무더기로 묶어 버린 것에서 ‘안철수 현상’을 현실 정치판에서 풀어내는 그 출발이 시작됐습니다.
박원순 시장과의 담판을 통해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한 것은 ‘안철수 현상’을 안철수라는 인물 속으로 녹여내는 첫 걸음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그 다음에는 ‘안철수 현상’을 <안철수의 생각> 속으로 끌어들임으로써 현실 정치판을 뒤엎고 싶은 2040세대와 전문가들에게 대선 출마의 당위성을 각인시켰습니다.
동시에 ‘안철수 현상’과 <안철수 생각>을 통해 민주통합당을 구태 정치세력으로 확실하게 규정해 버립니다.
이제 기존 정치권은 모두 다 낡은 가치에 얽매인 세력들로 전락했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민주통합당 후보로 99% 확정되는 순간에 대선출마를 발표하면서 민주통합당 내 비주류들에게 확실한 신호를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굳이 안 해도 되는 말을, 그렇지만 그의 지지자들을 황홀경에 빠뜨리는 말을 마지막에 덧붙입니다.
“대통령이 되면 나머지 재산도 사회 환원을 하겠다.”
그렇게 미래를 선점한 안철수 후보는 “건너 온 다리를 불태워버렸다”는 말로 지지자들의 결집을 최대한 연장시킵니다.
이어서 자신은 ‘안철수 현상’이 불러낸 사람이기에 ‘국민의 후보’임을 자처합니다.
이로써 안철수 후보는 명분 싸움이라는 대선판에서 미래와 국민 모두를 자연스럽게 선점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때부터 ‘안철수 현상’과 <안철수 생각>이 대선 이슈에서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효과까지 거두게 됩니다.
미래와 국민을 선점한 후보가 현실 정치를 개혁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재구성하기 위해서 어떤 정책과 공약을 내놓은들 비판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본적 밑밥을 깔라놓은 것입니다.
평생을 1%의 삶을 살았으면서도 그는 99%를 대표하는 후보처럼 자리 잡는 것이 거의 완벽하게 진행되었고 현실 정치라는 공간에서도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때부터 조직과 자금, 인력에서 부족한 안철수 후보가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와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음을 흘리면서도 언론의 지지를 활용하는 이중의 플레이를 합니다.
돌이켜 보면 안철수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 참배를 뒤로 미룬 것도 이쯤의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그 이유는 ‘친노’라는 프레임을 단일화 과정에서 철저하게 이용하겠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4·11 총선에서 공천 탈락한 민주통합당 박선숙 전 의원이나 안철수 후보가 지지를 선언한 송호창 의원의 합류는 당연한 과정입니다.
바로 이것 때문에 의구심이 드는 것은 또 하나 있습니다.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전직 검사 출신이자 유민영 대변인의 친구였던 정준길의 후보 사퇴 압박이 그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송호창 의원의 합류가 정치적 도의를 깨지 않는, 충분히 현실 정치에서는 있을 수 있는 범위 내의 일이 됐기 때문이며 민주통합당 내의 우군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알 게 됩니다(나중에 통화로 이어졌지요).
아울러 안철수 후보가 수면 밑으로 가라앉힌 ‘안철수 현상’이나 <안철수 생각>과는 다른 일종의 구태 정치를 모방해도 되는 현실적 정당성을 확보하게 됩니다.
지지율이 요동칩니다.
이런 과정에 초조해진 문재인 후보는 단일화 협상의 개시를 서두르는 발언을 쏟아낼 수밖에 없게 되었고, 안철수 후보는 정치개혁과 정책대결이 먼저라는 입장을 천명합니다.
헌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일(이것도 지금에 와서는 의심이 들지만)이 발생합니다.
안철수 후보 진영에서 내놓은 몇몇 공약과 정책이 기존 정치권과 정치학계의 반발을 불러왔기 때문입니다(청와대 이전부터 국회의원 정수 축소와 특권 박탈, 중앙당 폐지 같은).
사실 어느 시대에나 있었던 ‘안철수 현상’의 정체란 정의내리기 나름입니다.
2030세대에 초점을 맞추면 기존 정치권과 정치학계(이른바 기득권)의 반발을 받을 것이지만, 정치개혁에 대한 반발심리가 장기적으로는 강해지게 만들고 보수적 성향의 중도들을 지지층으로 끌어들이는 이중의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아무튼 안철수 후보가 내놓은 공약과 정책들이 야권 내부의 분열을 최대한 일으켰을 때쯤 안철수 후보는 그동안 거부하기만 했던 단일화 협상을 전격적으로 수용합니다.
제의라는 적극적 방식을 통한 사실상의 수용을 통해 자신이 상대적 약자임을 부각시키고 통 큰 결단이라는 정치인으로써의 대범함을 야권 성향의 지지자들에게 또다시 각인시킵니다.
이것이 안철수 후보의 상식일까요? 미디어오늘에서 인용
여기에서 최상의 정치적 수가 나옵니다.
문재인 후보가 정치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정치검찰을 내세워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이명박 정권에서 일한 이태규와 한나라당 출신의 김성식 의원을 협상 대표로 임명한 것입니다.
이는 ‘노무현의 운명’이라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문재인 후보에게 ‘당신은 친노 계파의 수장이 아닌가?’라는 낙인을 찍는 것과 같은 지극히 모욕적인 정치적 술수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거듭해서 생각해도 참으로 비열한 짓이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는 또 한 가지 정치적 계산이 숨어 있다고 보여집니다.
문재인 후보를 인정하지 않는 세력들이 존재하는 민주통합당 내 정치적 역학관계를 철저하게 이용해 문재인 후보 협상팀을 최대한 압박하는 것이지요.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협상 개시합의 직후부터 민주통합당 내 비주류 의원들을 대상으로 전화 통화를 한 것은 정치적 신인이라서가 아니라 고도의 정치적 전략으로 보입니다.
최소한 한 번은 단일화 협상이 중단될 것이고, 이 때 정치개혁의 미진함을 명목으로 특정인에 대한 인적쇄신을 요구하려면 민주통합당 내에서도 아군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즉, 이태규와 김성식 조합은 단일화 협상이 중단됐을 때 민주당(이때부터는 민주통합당이 아닌 것에 주의하라!)의 버팀목인 이ㅡ박 라인을 계파정치나 친노의 수장으로 특정해 협상 과정에서 잘라내기 위한 최상의 선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일 그들의 뜻대로 이ㅡ박 라인이 물러난다면(단일화 협상이 중단되면 물러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문재인 후보로 하여금 협상룰 일임이라는 통 큰 양보를 이끌어내는 망외의 소득도 계산했음직합니다.
명분에서 밀린 문재인 후보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반격 카드는 그것 밖에 없음에서 이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단일화 협상 중단을 선언한 쪽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문재인 지지자들의 반발이 극에 달해서 ‘골리앗과 다윗’의 프레임이 완성될 것이기 때문에, 문재인 후보가 지지율 상승이란 술잔은 받아들었지만 동시에 ‘골리앗과 다윗’의 프레임에 걸려들어서 받아든 술잔이 독이 든 성배로 변할 것임을 계산했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양자 간의 TV토론이 벌어지면 문재인 후보가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음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골리앗과 다윗’이란 프레임은 바꿔 말하면 ‘부정의 대 정의’의 프레임과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명분에서 밀린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현상’의 순수성을 꺼내들더라도,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안철수 후보의 정치적 계산으로 점철된 말장난도 지적할 수가 없게 됩니다.
단일화 협상 과정을 투명하게 오픈하자는 제안도 안철수 후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민들로써는 누가 언론플레이를 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언론이 만들었지만 그 진위를 알 수가 없는 민주당 발 ‘안철수 양보론’ 때문에 이ㅡ박 라인이 무너져 내린 상태가 아닌가요?
문재인 후보가 외통수에 걸린 것 같습니다.
제가 안철수 진영의 전략가라 생각하고 그간의 과정을 복기해본 과정은 하나의 음모론에 불과할지라도, 그 복기의 결과가 현 상황과 다르지 않음은 저 자신조차 두려울 따름입니다.
문재인 후보는 결국 ‘착한 남자’ 프레임에 갇혀서 그 정치적 역량도 다 보여주지 못한 채 제2의 ‘노무현의 운명’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단일화 협상에서 지더라도 안철수 대통령 만들기에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문재인의 운명이 너무나 가혹한 것 같습니다.
부디 저의 복기 과정이 하나의 형편 없는 음모론에 불과하기를 간절하게 기원하고 기원합니다.
문재인 후보님, 안 후보는 양보해달라는 것입니다. http://v.daum.net/link/36787882?&CT=MY_REC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