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측이 14일 ‘문재인 후보측의 인신공격과 합의정신 위배’를 거론하며, 야권 단일화 룰협의를 당분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공식/비공식을 떠나 이유는 백원우 전 민주통합당 의원의 SNS게시글과 단일화 협상팀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의 방송출연 발언 때문. 게다가 안 후보 캠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백원우 전 의원이 올린 게시물에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 등이 '좋아요'를 눌렀기 때문이란다. 이런 세심한 인간들!
먼저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에 관한 걸 보자. 단일화 협상을 중단시킬만한 대역죄는 무엇인고 하니, 오늘 MBC 라디오에 출연해서 TV토론과 관련,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는 지상파 TV토론 외에도 가능하다면 두 후보가 알권리 충족 차원에서 복수의 토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한다” 등의 의견을 내놓은 것.
내용이 문제인가? 아니다. “개인의 생각을 얘기해 합의 정신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뭐 두 팀의 공식적 합의 내용 외는 언론에 흘리지 않는다고 협상했으니 혼날 만하다. 이에 민주통합당은 “김 의원은 협상단인데 본인이 토론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의견을 표현한 것이 협상을 하지 못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우상호 대변인)고 조그맣게 말했다.
2.
그런데 김기식 의원의 발언은 그냥 들러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짤방의 게시물이 뭔가. 왜 그걸 리트윗 했다가 캠프 '공보특보'에서 해임됐나.
안 후보 캠프의 단일화 룰협의팀 일원인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에 대해 ‘모욕감을 느낀다’며 비판하는 내용. 이 트윗에는 이 실장이 지난 4·11 총선 새누리당 예비후보 등록 당시 사용한 포스터가 첨부돼 있다. 당시 포스터에는 ‘한나라당 정권을 만들었던 사람. 개혁적 실용정권을 꿈꾸었던 사람’이라는 글과 함께 ‘2007년 12월 한나라당 정권 창출의 중심에 선 이태규’라고 적혀 있다.
협상팀의 일원을 까다니! 게다가 '모욕감'을 느끼다니! 게다가 당 부대변인이 '좋아요'를 눌러 찬동하다니! 안철수 캠프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연설기록비서관 한 게 좀 어때서! 몰랐던 것도 아니면서 새삼스레 왜! 뭐 어째라고!
3.
아, 백원우 전 의원. 노무현 대통령 보낼 때 분연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이명박의 사죄를 요구하다 식장 밖으로 끌려나갈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런 그가 MB의 심복과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화'논의를 해야 한다. 모욕감을 느낄 만하다.
그러나 몰랐던가. 안철수 캠프 일원들 뿐 아니라 안철수가 MB 정권에서 어떤 역할로 어떤 이익을 얻어 왔는지 진정 몰랐단 말인가. 막상 단일화 논의를 해야 하니까 모욕감이 느껴지는가. 그대의 모욕감은 어디서 왔단 말인가. 혹시 단일화 고지에서 유리한 입지를 얻기 위해 이제야 리트윗한 건 아니겠지. 그랬든 어쨌든 상관없다. 당신들의 모욕감은 너무 늦게 왔다.
'노무현의 복수'를 생각하는 사람이든 'MB의 교체'를 갈망하는 사람이든 모두 당신들의 '안철수와 함께 춤을'에 모욕감을 느낀지 오래다. 이 깊은 모욕감은 레임덕 따위와는 인연 없는 저 파란집에도, 그리고 저 파란집에 꼼짝달싹 못하고 눈 앞의 거시기만 쫓는 당신들에게도 걸쳐 있다.
너무나도 서글픈, 뒤늦은 모욕감. 이런 단일화 과정을 '꼴불견'이라 조롱하는 새누리당의 저 당당함이 어디서 탄생했는지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