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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7 14:00
그를 어지간히도 괴롭히던 늙은
동료들로부터 배신자 변절자라는 소릴 들었다. 범부들도 감내하기 힘든 낙인일진대 타는 목마름의 시인
어느 날 그가 세상에 돌아왔다. 현대판 화타의 치료로 정신병이 완치되었다고 ‘스스로 선언’하면서 말이다. 측은했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이러나 저러나 어차피 예전에 우리가 알던 그 김지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한때 일갈했던 ‘오적’이 아직도 여전한 이 세상을 그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만하면 됐단다. 이제는 남한의 빨갱이들로부터 나라를 지킬 때란다. 그의 변신이 지식인의 사상적 변화가 아니라 비겁한 변절이었음을 만천하에 선언했다. 치매보다 더 흉하게 인간을 완전말살시켜 버리는 그 무서운 ‘
그렇게 '
그래서
칠팔십년대 대학생들의 가슴을 끓게 했던 시인 김지하..
차라리.. 그가 정신병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어야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변절의 과오도 묻혀지고, 비운의 저항시인으로 길이 남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존경받던 사람들마저 야금야금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는 그 '늙음'이 김지하를 이리 만든 것일까?
아닌 것 같다. 김지하는.
자길 알아 모셔주는 사람에게 꼬릴 치는 버릇이 젊어서부터 있었으니
늙음만을 탓할 건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