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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6 17:45
오늘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처음으로 마주 앉는다.
그것도 배석자 없이 단 둘이 만나는 것이라 허심탄회한 얘기들이 오갈 확률이 높다.
사실 안철수 후보는 정체 자체가 모호한, 그래서 미래에 대한 열망과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 정치권에 대한 혐오로 가득 찬 ‘안철수 현상’에 갇혀 그것이 원하는 데로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보니 현실정치와 괴리되는 정책들이 툭툭 튀어나왔고 그럴 때마다 현실 정치로의 연착륙이 계속해서 꼬이기 시작했다.
대중이 언제나 옳다면,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출마 당시보다 10~20% 이상 높아졌다면 현상의 정치인에 충실해도 별 문제가 없었을 터였다.
이는 퇴로를 남겨두지 않은 안철수 후보로는 자칫 현상에 매몰돼 현상이 지시하는 데로 움직이는 로봇과 다를 것이 없으며, 최악의 경우 히틀러 같은 최악의 독재자가 될 수도 있다.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발생한 조 퍼센트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은 독일 국민들이 독일 경제를 되살리고 조국을 가장 위대한 나라로 만들어줄 것이라 믿었던 히틀러를 선택했던 것에서 인류 역사상 최악의 독재자가 탄생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감안하면 그가 내놓은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인과 중소 정당관계자, 전문가, 일반 국민들을 개혁에 저항하는 낡은 시대의 사고에 갇혀 있는 무리라고 폄하·일축하는 오만한 모습에서 우리는 두려움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안철수 후보가 ‘안철수 현상’에 끌려 다닐수록 그는 선지자적 리더로써 자리매김하는 것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된다.
안 후보가 그런 선지자적 리더로 굳어지면 그는 영원히 현실 정치의 외곽을 때릴 수는 있지만 그 중심으로 파고들어갈 수 없다.
‘안철수 현상’이 바라는 형태의 정치개혁이 불가능해진다.
기존 정당과 현실 정치가 25% 전후의 국민들이 만들어낸 현상으로 감당하기에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늙은 생강이 맵다 하지 않는가?
또한 안철수 후보는 자신을 믿고 정치계에 발을 들인 수많은 사람들을 책임져야 한다.
특히 기존 정치권에 냉소적인 관점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의 속성상 현실 정치로의 자연스런 진입이 쉽지 만은 않다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
결국 안철수 후보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은 정치개혁이란 명분을 앞세워 민주통합당 내의 구태 정치인을 청산하고 그 공간에 젊은 정치인들이 들어설 수 있는 최대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것을 문재인 후보에게서 확답을 받아내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자 ‘안철수 현상’이 요구하는 핵심적 시대정신이다.
지금까지 내놓은 안철수 후보의 정책들 중 몇 가지는 가장 핵심적인 공약이면서도 상당한 반발이 예상되는 것들이라 그것을 이루려면 당연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현실정치 내에 확고부동한 세를 쌓아야 만이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다행히 ‘안철수 현상’이라는 것은 어떤 대통령이 나와도 여전히 유효한 서민들의 보편적인 정치 혐오와 개혁의 열망이라 차기 대선이 가까워 오면 다시 바람을 탈 수밖에 없다.
또한 그래야만이 대한민국의 개조가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로의 단일화가 돼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대선이 가지는 고유의 정치적 가치이자 본질적 사명이다.
어떤 경우라도 대선은 현 정권과 집권 여당에 대한 평가와 심판의 의미를 가질 때만이 그 존재 이유가 성립된다.
그렇지 않으면 책임정치라는 현실 정치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사라져 버린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이 공익의 사유화에 있다면, 더더욱 책임정치 실현으로써의 18대 대선의 시대정신은 명확해진다.
또한 이번 18대 대통령은 가장 어려운 국내외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다지기 위해 임기 내내 재벌과 특권층, 새누리당과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현실 정치로 영역을 넓히기 힘든 현상만으로 이 모든 일을 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문재인 후보야 정권 심판과 창출이 확실하다면 안철수 후보에게도 양보할 수 있는 사람이다.
허나 그것은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극단적인 예외상황에나 가능하다.
설사 블랙스완 같은 초대형 불확실성이 발생한다 해도 그 괴물의 핵심으로 쳐 들어가 죽을 때까지 투쟁해야 하는 것이 18대 대통령에게 주어진 숙명이다.
이 모든 일을 안철수 후보가 하기에는 그의 기반이 너무나 작고 일천하며 지지자들의 성향도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2030세대들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현실 정치에 충분한 저변을 확보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양자 모두에게 좋고 정권과 집권 여당에 대한 심판을 학수고대하는 국민들의 뜻과도 일치한다.
물론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 매우 어려운 싸움이 되겠지만, 둘의 가치와 목표가 하나로 결합되는 순간 새로운 시대의 이정표는 첫 발을 디디게 된다.
이번 단일화 과정을 통해 박근헤 후보와 확실하게 차별될 수 있는 의제의 선정도 중요하다.
투표시간 연장은 그 중 하나일 것이고, 4대강공사와 강정마을 공사 중단이나 비례대표 대폭 확대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
특히 여전히 ‘줄푸세’를 고집하고 있는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를 의제화하기 위해 증세에 대해서도 말을 아길 필요가 없어 보인다.
물론 사전 여론 조사를 통해 증세에 대한 국민의 반응이 어떤지 확인해 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결국 단일화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의 아킬레스 건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결정사항이다.
단일화로도 승리하지 못한다면 가뜩이나 보수화된 대한민국에서 진보의 영역은 거의 유명무실해질 정도로 그 존립의 기반마저 무너져내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두 후보 간의 만남이 그들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바람에 흡족한 결과를 도출해내기를 간절하게 기원해 본다.
필요하다면 진보정의당의 정책이라고 해도 차용하지 못할 것이 없다.
시작이 반이라 했으니, 나머지 반은 단일화 과정에서 반드시 채워야만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대선이란 그 첫 번째 목표가 정권과 집권여당에 대한 심판이며 두 번째 목표가 집권을 위한 미래 가치 창출이다.
답은 이 두 가지 안에 반드시 존재한다.
어떻게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를 하나로 묶어내야 한다.
MBC노조의 재파업, 그 힘겨운 싸움에 촛불을 든다 http://blog.daum.net/do-justis/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