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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8 07:43
여러분은 아이를 키우면 얼마나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첫 아이 때는 잘 몰랐는데, 아이가 둘이 되면서 저희 집 수입의 대부분은 아이들 양육비로 지출되는 일이 허다합니다. 그렇다고 우리 아이들에게 무슨 비싼 옷을 사 입히거나 좋은 장난감을 사주는 경우도 별로 없거니와 학원조차도 보내지 않습니다. 여느 집 부모처럼 아이에게 좋은 옷을 입히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데도 가계부를 들여다보는 아내의 얼굴은 항상 밝지만은 않습니다.
이렇듯 아이가 있는 집 가정은 경제적인 수입과 아이 양육에 대해 늘 고민하면서 삽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정치블로거에게도 제일 관심이 가는 정치분야는 보육과 양육에 관련된 정책과 법안입니다.
그런데 6월7일자 KDI (한국개발연구원)에서 낸 "보육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는 저와 같은 가난한 가장이 겨우 아이들을 키우면 사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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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이다지 힘든지, 총각 때는 몰랐던 아빠의 생각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월 10만 원 양육수당 때문에 울 아내가 일을 안 한다고?"
KDI에서 낸 '보육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 표지에는 아래와 같은 주요 핵심 사항이 나와 있습니다.
김인경 KDI연구원이 낸 보고서를 보면 "양육수당 인상 및 수혜층 확대는 여성의 근로의욕을 저하시켜 여성 경제활동 참여를 줄일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김인경 연구원의 이런 주장은 학문적 이론은 어떨지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전혀 맞지가 않는 주장입니다.
○ 종일제 보육료 지원이 낭비?
보고서 내용에는 일을 하지 않는 엄마나 육아휴직 중인 엄마에게도 종일제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는 것은 재정 낭비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짜 아이를 키워본 엄마라면 이런 이야기에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그것은 아이를 하나만 키우는 집도 있지만, 실제로 아이를 둘 이상 키울 경우 일을 하지 않는 엄마라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만 그나마 제대로 육아를 신경을 쓸 수 있습니다.
저희 집은 아이가 둘인데 큰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입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난 뒤에 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그나마 집안일을 할 수 있는 여유가 되는데, 어린이집을 보낼 수 없는 아내는 온종일 둘째 딸 아이와 씨름하고는 저녁이면 녹초가 되고 맙니다.
아이 하나만 키우면 보고서의 주장이 맞을 수도(?) 있지만,그럴려면 전 국민이 1가정 1자녀 출산만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런식이라면 나랏돈은 절약될 수 있지만,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더는 늘지 않습니다. 국책연구원에서 내놓는 보고서가 이런 수준이라면, 보육정책의 개선 방안이 아니라 출산율 감소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월10만 원 양육수당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현재 대한민국 정부가 지급하는 양육수당은 월10-20만 원입니다. 저처럼 소득이 별로 없는 소득 하위 15% 가정은 20만원부터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차감돼 10만 원을 받습니다. 이런 정책이 내년에는 소득 하위 15-70% 가구에도 적용돼 월 10만 원씩 지급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이런 월 10 만원 양육수당이 가계에 많은 보탬이 된다는 착각을 정부는 하고 있습니다. 물론 없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러나 월 10만 원이면 솔직히 아이 기저귀값 정도입니다.
17개월 둘째 딸 아이는 박스당 3만 원이 넘는 기저귀를 한 달에 두 박스 사용합니다. 여기에 물티슈까지 포함하면 대략 기저귀와 물티슈로 10만원 정도 씁니다. 나라에서 받는 양육수당 대부분이 기저귓값으로 나가는 것입니다.
그나마 우리 딸은 분유를 먹지 않아서 양육수당으로 기저귓값은 충당할 수 있었지만, 분유를 먹는 집은 터무니없이 비싼 분유 때문에 양육수당으로는 아이를 키우는 가장 최소한의 분유,기저귀,물티슈 값을 댈 수가 없습니다.
월 10만 원이 적은 돈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 돈이 아이를 키우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만큼의 금액도 아니면서, 양육수당 정책 때문에 여성들의 경제활동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의 행태가 문제라는 점입니다.
정부에서 아이를 키우기 위해 보조해주는 수당과 정책이 가계 경제와 가정에 보탬이 되는 비율은 10%도 되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은 무시하면서 그나마 있는 양육수당 (2013년에나 실시될 정책이기도 합니다.) 이 문제라는 지적은 부모들에게 화만 돋우는 비아냥에 불과합니다.
○ 양육수당과 보육정책 때문에 아내가 게으르다고?
제 아내는 치위생사로 15년을 일했습니다. 첫 아이 때는 일을 하기 위해서 아이를 처가에 아이를 맡겼습니다. 왜냐하면,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사람을 써야 하고, 그러면 월급의 대부분은 여기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만약 제 아내가 지금 일을 하면 제주 시내의 치과에 다녀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데 저희 동네는 어린이집이 없어 누군가에게 아이를 또 맡겨야 합니다.
월급 150만 원을 벌어서 월급 대부분을 남에게 아이를 맡긴 대가로 주는 것이 나을까요? 아니면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아이를 엄마 품에서 키우게 하는 것이 더 나을까요? 대한민국 엄마들이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나라의 보육정책이나 시설이 부족해서이지, 그들이 나라에서 주는 달랑 10만 원 양육 수당 때문이 결코 아닙니다.
'새누리당도 지키지 않는 육아휴직'
새누리당은 4.11총선에서 '가족행복 5대 약속'이라는 공약을 통해 대한민국을 행복하게 만들겠다고 나섰습니다. 여기에 지난 6.2 지방선거 공약시리즈로 내건 육아복지에서는 무급3일인 남성 출산휴가를 유급 5일로 단계적인 전환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남편의 유급출산휴가 공약뿐만 아니라,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직장보육시설 설치 확대 등 한나라당은 아주 거창하면서 다양한 '육아복지 정책'을 국민에게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이 과연 실효성이 얼마나 됐을까요?
새누리당 사무처 노동조합은 150여 명의 조합원 중에서 육아휴직 중인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최근 한 여성 당직자가 육아휴직 2개월을 신청했지만, 유급이 아닌 무급휴직으로 처리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가족행복 5대 약속'을 운운하며 '육아복지 정책'을 강조했던 박근혜 전 위원장의 약속은 믿을 수가 없다는 결론이 납니다. 자신의 사람조차 육아휴직을 할 수 없게 하면서 어떻게 국민에게 약속을 지킬 수 있겠습니까?
대한민국의 보육정책이 개발도상국 수준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선진국 수준도 아닙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지원 정책은 선진국 수준도 안 되면서, 대한민국이 아이 양육에 관해서는 잘 사는 부자들에게만 유리한 사회구조라는 점입니다.
해외에서는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아도 되지만,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학습지 과외나 학원을 보내지 않으면 뒤처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나마 저처럼 시골학교에 아이를 보내서 저렴하게 방과후 수업을 할 수 있다고 안도하는 부모에게 '농촌학교 통폐합'이라는 정책으로 가슴에 대못을 박아대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 정부입니다.
인구보건복지협회와 유엔인구기금(UNFPA)가 공동으로 발간한 ‘2010년 세계 인구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전 세계 평균인 2.52명의 절반도 되지 않는 1.24명로, 186개국 중 184위라고 합니다.
원래 프랑스도 1993년에는 1.65명으로 저출산 국가였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정책을 통해 현재는 2.10명을 넘어서고 있다고 합니다. 프랑스는 출산과 육아에 관한 다양한 수당 지급은 물론이고, 3자녀 이상을 둔 가족에게는 '대가족카드'라는 제도를 통해 프랑스 국철 요금을 최대 75% 할인해주거나 육아와 아동 용품을 구매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현실성 있는 양육 정책, 그리고 가족이라는 소중한 관계를 파괴하지 않는 범위에서 국민이 아이를 키우고 낳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푼돈에 불과한 양육수당 받자고 회사를 그만두거나,그 돈을 받으려고 일부러 취업하지 않는 엄마들은 없습니다. 부모들은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느냐를 고민하면서 그 아이를 위해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들이지, 나랏돈을 받으면서 놀려고 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새누리당은 「아이 키우기 편한 나라」공약을 늘 입에 달면서 박근혜 전 위원장의 복지정책이 육아에 관한 위대한 정책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전 위원장이 직장생활 하면서 아이를 낳고 키웠다면, 저런 정책으로는 한국에서 아이 키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커서 자식을 낳는 시기가 돼야 대한민국 복지정책이 제가 꿈꾸는 나라로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시절이 그냥 오지는 않습니다. 우리 부모들이 먼 훗날 우리의 자손들을 위해 지금부터 대한민국 정치를 바꿔야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