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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5 09:26
노순택의 사진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마음속에 깊은 울림을 불러일으켰다. 또 학고재 전시실 세 층은 그 건물 하나가 사진을 이야기로 담은 한 권의 책이었다. 이명박씨가 대통령이라는 직책으로 망월동에 보낸 화환 사진은 국민에게 거부된 태극기처럼 벽면의 우측 상단 귀퉁이에 고집스럽게 걸려 있었고,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창문 밖에는 광주항쟁 당시 뿌려졌던 삐라 한 장이 외롭게 전시장 안을 지켜보고 있었다.
왼쪽 사진은 운주사의 누워 있는 석불(臥佛)이다. 좌측은 망월동 묘역잔디밭에 누워 있는 한 인물의 사진이다. 이 사진은 작가가 자신이 찍은 많은 사진을 나중에 정리하던 가운데 발견했다. ‘그가 일어났을까?’라는 궁금증이 들었을 때 떠오른 게 와불이었다. 이 미륵이 일어서는 날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는 전설이 있다던가. 이 두 사진을 마주본 벽면에는 거꾸로 세워진 또 하나의 미륵상이 홀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일어나봤자 세상은 이미 뒤엎어져있으니 이젠 거꾸러져야 정상인가?
이 두 사진을 중심으로 한쪽에는 비운의 역사로 세상을 끝낸 광주시민들의 영정이 일렬로 세워져 있고
그 맞은편에는 다시 운주사에 널려 있는 석불들의 모습이 조금 더 큰 사진으로 나열되어 있다. 각 영정 속의 인물은 총칼과 폐허의 흉터들이 조각되어 있고 석불들은 세월의 흉상(凶狀)에 피폭 당하여 전체적으로만 부처님의 골격을 유지하고 있다.
처음에 찾아본 김태호의 개인전은 작가 이름이 ‘태호’라는 것만 기억에 남겨두고 싶다. 마지막 코스의 루이스 부르주아는 그녀의 작품보다는 그 작품들이 전시된 국제갤러리 건물의 외관이 더 좋았다. 전시된 작품만을 주제로 뭐 만들기 시합을 한다면 내가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외람된 생각도 들었으니 말이다. 왜 안 그러겠나. 그것들은 작가의 초기 작품들이니. 어떤 분야에서든 무엇이든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장착하고 발표하는 것에는 각성과 실천이 따른다는 점이 선구자와 일반인을 가르는 기준임을 깨닫는다.
점심 때 짜장면이 아니라 나도 굴짬봉을 시켰어야 했다는 후회가 남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려운 작품들을 자세하게 설명해주신 고품격수요한량회의 재능기부자 학고재 김 실장님께 감사드린다. 함께 한 회원 동지분들, 특히 원희맘님, 다음에 만날 때까지 건강하시길. 저에게는 아직도 단체사진을 안 보내주신 노무현재단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