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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3 08:53
아, 바보 노무현 그가 다시 돌아온다 | ||||||||||||||||||
서거 4주기 노무현 대통령 그리는 시집 <꽃, 비틀거리는 날이면>…19일 추모문화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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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의 편지 당신이 떠난 후 쓴다 당신과 우리 사이에 남아 있는 인연에 대해 어쩜, 이 편지는 먼 훗날에나 읽을지도 모른다 드문드문 소등을 준비하는 새벽 어스름 삐걱거리던 낡은 의자에 앉아 저승과 이승 오가는 길 없을까 생각한 적 있었다 당신도 그날, 저승과 이승 수없이 오갔으리라 처음 사랑할 때 뜨겁게 달궈진 심장 쿵 내려앉아 터진 아침 누구도 밥 한 수저 목으로 넘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신만은 얼어붙은 겨울 강 온전히 건너길 바랐다 볕 드는 양달의 가슴을 모질게 쪼아대던 무지한 사람과 사람 몸에 박힌 가시, 묵정밭의 몹쓸 돌을 골라내길 바라던 무수한 기원, 그 담장에 산수유 꽃 다시 핀 봄이다 검은 리본 주둥이를 문질러버리고 싶은 환장하게 좋은 날, 비.틀.거.리.는 봄이다 -박미림, ‘꽃, 비틀거리는 날이면’ 모두
서울과 부산에서 열리는 추모문화제에 이어 그가 태어나 자랐고 그가 삶을 마무리한 진영 등지에서 열리는 사진전이 그 행사. 이번 추모제에 내건 깃발은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 글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8년 퇴임한 뒤 노사모자원봉사센터 개소식 때 쓴 글씨다. 오는 19일(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리는 추모문화제는 낮 2시부터 시민 1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노무현 오마주’ 초대형 얼굴 만들기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이날 저녁 6시 30분에는 가수 이승환과 조관우, 신해철 공연과 유시민-정봉주 ‘힐링토크’ 등이 참가하는 여러 가지 행사가 펼쳐진다. 노무현재단 부산지역위원회는 오는 13일(월)부터 31일(금)까지 부산 서면 사무실 안에 있는 갤러리에서 사진전을 펼친다. 이번 사진전은 ‘인간 노무현’이 태어날 때부터 서거할 때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전시회다. 부산지역위원회는 남북관계 사진과 영상, 유품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걸어온 길을 새롭게 따라간다. 노무현 대통령 영전에 바치는 시집도 나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주기를 맞아 대한민국 시인들이 보내는 오월의 시’라는 제목이 붙은 헌정시집 <꽃, 비틀거리는 날이면>(책이있는마을)이 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는 시인 도종환·김정란·안도현을 비롯해 유시민 전 장관과 이창동 전 장관, 영화배우 명계남에 이어 각계각층에서 일하는 시민들이 쓴 시도 함께 실려 있다.
“그는 떠났고, 사람 사는 세상은 멀”다 그는 떠났고 사람 사는 세상은 멀고 아직 답하지 못한 질문들은 거기 있는데 마음의 거처를 빼앗긴 나는 새들마저 떠나버린 들녘에 앉아 저물어 가는 서산 너머 무겁게 드리운 먹구름을 본다 내일은 밝은 해가 뜨려나 서지도 앉지도 못하는 나는 아직 대답하지 못한 질문들을 안고 욕망과 욕망이 분노와 맹신이 부딛치는 소리를 들으며 흙먼지 날리는 세상의 문턱에 서성인다 -유시민 “대답하지 못한 질문”
이날 저녁 6시30분, 가수 이승환, 조관우, 신해철이 펼치는 공연에는 유시민·정봉주 전 의원이 무대에 올라 독특한 입담을 맛깔나게 섞은 ‘힐링토크’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의원도 나올 예정이다. 이날 행사 백미는 썸뮤지컬 오케스트라 ‘노무현 레퀴엠’이다. 싱어송라이터 송시현 감독이 작곡한 ‘노무현 레퀴엠’을 카운터테너 루이스 초이 등 정상급 가수들과 합창단이 나와 서울시청 광장에 깃든 봄밤을 장엄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천상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목소리로 물들인다. 노 대통령 서거 4주기 서울추모문화제는 시민기획위원회와 노무현재단이 이끈다. 이들은 이번 19일 추모문화제에 앞서 12일(일) 낮 10시부터 서울 남산 백범광장에서 남산 둘레길 시민걷기대회도 연다. 노무현재단 부산지역위원회가 서면 복개로에 자리 잡고 있는 사무실 안 갤러리에서 여는 ‘인간 노무현’ 출생에서부터 서거까지 그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사진전은 오는 13일(월)부터 31일(금)까지 전시된다. 부산지역위원회는 특히 참여정부 때 남북관계 관련 사진과 영상을 통해 최근 개성공단 문제 등 남북 사이 상호신뢰를 통해 이루어진 평화체제를 더듬는다. 이번 전시회에는 지난 2007년 10월 4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개성공업지구를 찾은 사진 등도 함께 선보인다. 19일(일)에는 부산대학교 넉넉한 터에서 부산권 추모문화제를 연다. 이번 행사에는 한영애, 이한철, 갤럭시익스프레스, 스카웨이커스, 우창수와 개똥이어린이예술단, 비보이팀 킬라몽키즈가 나온다. 추모문화제 사전 행사인 4주기 기념 사진전, 책 모으기, 봉하 막걸리 시음회, 기념티셔츠 판매 등도 곳곳에서 펼쳐진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23일(목)에는 김해 봉하마을에서 추도식이 펼쳐진다. 이날 낮 2시 김해 봉하마을 묘역 옆 특별무대에서 열리는 추도식에는 참여정부 국정원장을 맡았던 고영구 변호사가 추모사를 읽으며, 각계각층에 있는 추모객이 참여한다. 5월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사람사는 세상’ 사진공모전도 마련되어 있다. 사진공모전은 ‘노무현이 꿈꾼, 내가 생각하는, 함께 만들어갈 사람 사는 세상을 찍자’라는 깃발을 내걸고 오는 6월까지 응모작을 받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던 날 시민들이 겪은 하루를 기록하는 ‘5월 23일 그날 하루’ 공모도 열고 있다. ‘5월 23일 그날 하루’ 공모작은 5월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알려진다.
나 자전거가 되리 한평생 왼쪽과 오른쪽 어느 한쪽으로 기우뚱거리지 않고 말랑말랑한 맨발로 땅을 만져보리 구부러진 길은 반듯하게 펴고, 반듯한 길은 구부리기도 하면서 이 세상의 모든 모퉁이, 움푹 패인 구덩이, 모난 돌멩이들 내 두 바퀴에 감아 기억하리 가위가 광목 천 가르듯이 바람을 가르겠지만 바람을 찢어발기진 않으리 나 어느 날은 구름이 머문 곳의 주소를 물으러 가고 또 어느 날은 잃어버린 달의 반지를 찾으러 가기도 하리 페달을 밟는 발바닥은 촉촉해지고 발목은 굵어지고 종아리는 딴딴해지리 게을러지고 싶으면 체인을 몰래 스르르 풀고 페달을 헛돌게도 하리 굴러가는 시간보다 담벼락에 어깨를 기대고 바큇살로 햇살이나 하릴없이 돌리는 날이 많을수록 좋으리 그러다가 천천히 언덕 위 옛 애인의 집도 찾아*가리 언덕이 가팔라 삼십 년이 더 걸렸다고 농을 쳐도 그녀는 웃으리 돌아가는 내리막길에서는 뒷짐 지고 휘파람을 휘휘 불리 죽어도 사랑했었다는 말은 하지 않으리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 안도현,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박병화 추모시집 발간위원은 이번 헌정시집에 대해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저마다 한 편의 시로 애달픔을 노래했다”며 “시집이 널리 읽혀 세월이 흘러도 바래지 않을 노무현 정신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고 썼다. 이번 시집은 “아주 작은 비석 하나 세우라”는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말처럼 시인들과 시민들이 세운 그야말로 ‘작은 시비’라 할 수 있다. 다 내려놓고 저만치 홀로 개울을 건너간 이가 있다 그곳까지 건너다보인다면 이제 아름다움을 이야기하자 당신도 나도 이 세상도 그때만큼은 조금은 -김태형 ‘절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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