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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5 03:48
2013년 5월 14일 화요일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 전주혜 부장판사
명예훼손 혐의 조현오 피고 2심 1차 공판
오늘 법원 아침은 다른 날과는 다른 분주함으로 정문 앞이
붐볐다. 주진우 기자의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주진우 기자의
구속 수사에 대해서 규탄집회를 한다는 SNS의 공지가 있었는데 역시나 사람들과 카메라로 입구가 북적이었다.
10시 공판 시간에 맞춰 부지런히 법원 오르막길을 올라 대법원 출입문 앞에 도착하니 승용차가 대여섯 대가
죽 늘어서 있다. 맨 앞 검정색 고급세단에 여성 운전자가 길을 틀어 막아 뒤차는 오도가도 못하고, 교통정리를 하는 직원이 차를 빼라고 큰소리를 내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떡 버티고 서 있다. 갈 길이 바빠 그냥 지나쳐 법원 서관으로 걸어갔다. 잠시 후 바삐
잰 걸음으로 우르르 한 무리의 사내들이 지나가는데 뒤태가 익숙하다. 조현오와 그 변호인들 그리고 경호하는
무리들이 바람같이 스쳐 지나간다.
아! 법원
입구를 막고 버티던 검은색 승용차는 바로 조현오를 태운 차로, 차를 빼라는 주차안내 직원의 말을 무시하며
버티고 서 있었던 이유는 정문이 아닌 후문으로 들어가기 위함이었다. 큰소리가 난 이유는 통제안내를 무시하고
통과하려 했기 때문이었으니 피고 신분으로 법정에 왔어도 특권의식이 발동되었음이다.
이날 공판은 10시경에
시작하여 3시간이 넘게 진행이 되었다. 공판준비 절차에서
요청했던 증인 두 명이 출석을 하여 증언하였기 때문이다.
첫 번째 증인으로 나선 임경묵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은
조현오 피고의 주장을 모두 부인했다. 다음 질문은 조현오의 변호사가 한 것이다.
1.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2010년 3월 30일
조현오의 경찰기동팀장 교육 강연 이전에 단둘이 만나 식사를 한 적이 있나? 없다.
2.
증인은 피고를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는 사이라는 취지로 이야기 한 적이 있나? 없다.
3.
MB와 독대한 사실은 있는지 판사가 질문을 하였고 대답은? 없다.
4.
검찰 간부들을 잘 알고 있다고 피고가
진술하였는데 사실인가? 잘 알지 못한다.
5.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발견되었다거나 10만원 권 수표, 대검 중수부에서 계좌를 추적한 적이 있다는 말을
하였나? 없다.
6.
피고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하여 이야기 한 적은 있나? 없다.
7.
권양숙 여사가 민주당에 특별검사
도입을 무마하려 했다는 말을 한 적은 있나? 없다.
8.
2010년 1월에 피고 조현오를 단 둘이서는 처음 만났고 그 해
여러 차례 단 둘이 만났다고 하는데 만난 적이 있나? 여럿이 식사하는 모임에서는 만났지만 단 둘이 만난
적은 없다.
9.
이상득, 최시중과 친분을 유지하여 주요사안을 의논한 적이 있나? 그럴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 언론에 보도되는 이명박 전대통령과의 친분설은 과장된 것이다.
사실 변호사의 질문에 임경묵 전 이사장은 그 어떤 질문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단지 피고 조현오와는 친분상 모임에서 함께 만나는 사이였고 모임관련 장소를 의논하기
위해 전화통화도 하는 사이지만 개인적인 만남을 가진 적이 없다고 증인은 주장하였다.
앞선 공판에서 조현오 피고는 자신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면서 그 이유로,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강연에서 했고 그분은 검찰을 잘 알고, 당시
대검수사기획관 하고도 가까운 사이라고 들었고, MB와 독대를 하며 자신은 알 수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정보를 세세하게 아는 굉장한 정보력을 가진 유력인사로부터 들은 내용이라는 주장을 여러 차례 하였다. 그
믿을만한 정보력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들었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경찰기동대 팀장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차명계좌가 발견되어 노무현 대통령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조현오 피고가 요청한
증인이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는 바람에 그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 할 카드 하나를 놓쳤다.
문제의 시점인 2010년, 임경묵 전 이사장이 활동하였던 국가안보전략연구소는 대북관련 업무를 취급하는 국정원 산하기관으로, 검찰의 수사에 대해서는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에 자칭 조현오가 말하는 고급정보라는 것을 취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렇다면 왜 조현오 피고인이 모든 이야기를 증인으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하는지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냐는 검찰의 질문에 대해서,
“만약 피고가 자신에게 이야기를 들고 옮긴 말이 문제가 되어 수사를 받고 있다고 주장을 했다면, 2010년부터 2013년 까지 지인들과 식사하는 자리가 여러 번
있었는데 왜 그동안 자신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 한 번도 이 문제와
관련하여 말을 꺼낸 적이 없어서 자신이 이 사건에 관련이 있는 줄도 몰랐고 지난 공판 후 언론에 자신의 이름이 보도가 되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아마 다른데서 들은 이야기를 착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 고 하였다.
두 번째 증인으로 출석한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계 경감 김**의 증언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그는 서울지방경찰청 재직 당시 자신이
작성했던 진술서를 제시하였다. 그 진술서 내용의 요지 부분은 자신이 직접 선배로부터 들은 내용이며, 뒤의 진술내용은 여러 차례 선배에게 확인한 것과 네이버에서 검색하여 부족한 부분을 추론하여 앞뒤를 맞춰서 사건에
대해서 인지를 하게 되었다는 말을 한다.
사실 처음에 ‘네이버’라는
증인의 말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누구나 검색하면 같은 정보를 얻는 정보의 바다 그 네이버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거기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진술서를 작성하였고 그 진술서에 기대 조현오 피고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려 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어이가 없고 이들의 수준에 대해서 회의가 밀려오는 것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진행 상황을 지켜보아야 했다.
다음은 김 경감의 진술이다.
2010년 12월, 당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시장이 조 전 청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던 날 업무상 법원검찰청
근처에 있다가 아는 선배의 법무사 사무실에 갔다. 그는 대검 중수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 추적을
총괄했던 사람으로, 문재인 의원 관련 뉴스를 보면서 혼잣말로 ‘저리
수사하라고 시위하면 나중에 시끄러워 지는데. 검찰 수사자료 다 내 놓으라고 하면 어쩌려고.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있는 거 맞는데.’ 이런 취지로 말을
해서 듣고는 바로 조현오 피고의 무죄를 입증할 근거가 될 것으로 생각하여 바로 조현오에게 알렸다고 하였다. 이
말을 듣고 조현오가 더 상세하게 내용을 알아보라고 지시하여 몇 번 찾아가서 물어봤다가 대답도 잘 안 해주고 나중에는 짜증을 내고 선배에게 혼만
났다고 팔푼이 같은 소리를 한다. 여러 번에 걸쳐 들은 내용을 조각조각 마치 퍼즐조각 맞추기 하듯 종합한
내용을 조현오 피고에게 알려 주었다고 하였다.
다음은 판사가 김 경감에게 질문한 내용이다.
1.
지금 차명계좌라고 하는 것이 청와대
여자 행정관의 계좌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금추적을 통해 드러난 새로운 계좌가 있는 것인지 어떤 의미로 받아들였나? 여자 행정관의 계좌를 차명계좌로 보았다.
2.
박연차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송금한 돈이 환전이 되어 미국으로 송금이 되었고 이상한 돈의 흐름이 발견되어 특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조사하는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망하였다는
말을 자금추적팀장으로부터 들었나? 아니다.
두 번째 질문은 조현오 피고가 자신이 강연에서 문제의 발언을 한 이후, 당시 수사상황을 잘 알고 자금수사를 담당했던 사람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자신에게 전달하였다는 주장을 확인하는
내용이다. 이는 검찰이 놓치고 지나 간 부분으로 판사가 야무지게 질문을 하여 조현오의 주장이 거짓임을
확인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검찰이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지금 진술한 내용은 이미 1심에서 차명계좌가 아니라고 확인이 되었는데
그것을 보고 차명계좌라고 했다는 말이냐. 자금추적팀은 검찰의 의뢰를 받아 단순히 자료를 찾는 업무를
하는 곳으로 계좌추정의 내용 분석은 검찰에서 이루어진다. 당연히 이 사건 당시 검찰이 수사한 계좌는
있었다. 어떤 차명계좌를 말하는 것이냐”고 묻자 얼버무리며
“지나가는 말로 들은 내용이다. 다른 계좌가 발견됐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말한다.
들은 내용은 없고 조현오를 돕긴 해야겠고 그래서 네이버에 물어 보았나 보다.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는 법정 증언이었고 이런 상식 밖의 증언이 한 시간 가량 이어졌으나 증거로써 능력을 상당히
잃은 이 증언으로 조현오 피고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 할 두 번째 카드도 놓쳤다. 증언이 계속 될수록
조현오 피고의 얼굴은 처음 자신만만했던 것과는 달리 점점 굳어졌다.
이날 재판부는 “유감스럽게도
증인이 차명계좌 발언의 출처라고 지목한 임경묵 이사장은 오늘 법정에서 피고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피고인이 누구로부터 차명계좌가 발견되었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강연을 했는지 소명되지 않았다”고 지적을 하였다. 또한 “ 김
경감의 진술은 제 3자에게 들은 내용으로 원 진술자가 증언을 해야 증거가 된다. 무죄 입증을 위해서는 이 증인의 증언은 증거능력이 없다”며 원 진술자인
자금추적담당 팀장을 소환할지 여부에 대해 묻자 변호인단은 한 발 빼는 입장을 취하며 상의를 해 보고 결정하겠다고 하였다.
증인들로부터 도움이 될 만한 증거능력을 가진 증언을 얻지
못하자 변호인단은 재판부에 새로운 요청을 한다. “문제가 된 강연에서 발언을 한 후 김 경감으로부터
차명계좌에 관한 확실한 증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것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당연히 기소를 못할
것이라 생각하여 강연 후에 들은 이야기였지만 이전에 들은 것으로 말을 하자고 합의를 했다. 그러나 기소가
된 후 그 자료를 살펴보았을 때 차명계좌라고 할 수 없는 (1심에서 검토한 결과 10억대의 자금이 입출금 되었다는 이 통장의 평균 잔고는 300만원이
안 되었다. 그래서 1심 판사가 세상 어디에 평균잔고가 300만원이 체 안 되는 차명계좌가 존재하냐고 반문하였고 변호인단이 망신을 당했다) 자료를 보고는 어떻게 이런 것을 보고 차명계좌라고 알려줬나 싶었다. 소명자료
제출의 기회를 더 주었으면 한다. 사건의 본질은 공소시점으로 돌아가서 차명계좌가 발견된 사실이 없다는
전제로 진행되어야 한다”며 증인에 이어 변호인단도 해괴한 소리를 한다.
이 주장의 배경은 자신들이 차명계좌라고 주장했던 여자 비서관의 계좌가 차명계좌가 아니라고 밝혀져서
증거능력을 상실하자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 차명계좌로 밝혀질 만한 자료를 다시 검토하자는 뜻이다. 이때
차명계좌에 대해 소명할 책임은 변호인단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검찰에 있으며 만약 의심스러운 내용이 발견되면 결국 차명계좌는 존재하는 것이 되는
것이므로 무죄가 성립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리하여 증거로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계실 당시 조사
받은 내용을 모두 증거로 요청서를 제출하였고 이에 대해 판사는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판단을 내린다.
“당심에서의 주장이 1심은 물론 기소 당시 피고가 주장하는
차명계좌의 정의가 다르다. 그 당시 인식이 어디까지였는지 그것이 중요하기는 하나 증인의 증언이 뒷받침이
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어떤 근거로 강연하였는지 지금에 와서 바뀐 차명계좌의 의미는 받아들일 수 없다. 요청하는 자료에 대해서 입증 취지를 밝히면 검찰이 추가 의견서를 제출한 것을 검토하여 증거 채택 심의를 하겠다.”
또한 임경묵 전 이사장과 법정 공방을 벌인 변호인은 “하얏트 호텔은 예약명부 기록을 보관하고 있으니 2010년 3월경 하얏트 일식당 예약자 명단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한다”고 말했다. 이 신청을 재판부에서 받아들였고 다음 공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의 공판에 귀한 시간을 내어 참석하신 나무숲산, 3ㅅ, 엠티가든, 보리엄마, 순간순간마다..., 관조, 빠사, 소라조아, 바이칼호수, 김게바라, 디케 님.
늦은 점심으로 나무숲산님의 강추 식당에서 짭쪼름한 갈치조림으로 맛나게 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입에 물고 화이팅을 외친 사진은
김게바라 님이 올리셨네요 ^^
조현오 사자 명예훼손 사건의 공판기록을 노무현 재단 후원회원 기념품인 ‘노란 수첩’에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말 같지 않은 내용을 적어 수첩을 더럽힌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조현오의 빈약한 주장과 그로인해 그를 신뢰하지
않는 재판부의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태도를 미루어 보아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을 믿기에 이 기록을 계속 소중한 ‘노란
수첩’에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법의 심판을 받는 그날까지
기록은 계속됩니다, 쭈욱!
다음 법정 기일은 3주 후인 6월 4일 화요일 오전 10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