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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2004년 여름휴가 이야기(윤태영)

댓글 6 추천 10 리트윗 0 조회 454 2012.07.18 11:53

바야흐로 여름휴가철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당시 휴가를 어떻게 보내셨을까요. 청남대를 국민들에게 개방을 하시고 마땅한(?) 휴가지를 찾지 못하셨던 대통령님은 방콕이 아닌 청콕을 택하 셨고 이따금씩 외출을 하시어 창덕궁이나 인형극관람을 하셨습니다. 당시 윤태영 대변인의 국정일기 중 '대통령의 여름휴가'라는 글이 있어 소개를 합니다. 아마도 대통령님 여름휴가 컨셉트는 "시내에서도 놀 것은 많다"가 아닌가 싶습니다.

 

공식일정 없는 1주일. 어디로 떠날 예정은 없었지만 대통령에게도 사실상의 여름휴가가 주어졌다. 국정의 중심으로부터 비켜설 수 있는 시간. 대통령에게는 과제와 현안들을 사색하고 정리하는 또 다른 계기가 되었을 법하다. 그리고 또 하나, 무엇보다 치열한 뉴스의 현장으로부터 벗어난다는 것. 비록 청와대 안의 갇힌 휴가이지만 대통령의 기분도 조금은 홀가분해지지 않았을까?
 

8월 2일 월요일 오전

대통령이 몇몇 비서관을 찾았다. 공교롭게도 이제 막 휴가를 시작한 비서관들이었다.

 
▲ 차를 마시고 있는 노대통령 모습

휴가지에까지 전화를 걸어 지시를 내릴 수는 없는 법. 아쉽지만 대통령은 부속실에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대신했다.본격적인 휴가의 첫 날. 일련의 비서관들을 불러 전달하려 했던 지시의 대부분은 역시 업무혁신에 관한 것들이었다.

 

언론보도를 통해 어떤 사안을 인지했을 때, 그것은 어떤 경로를 통해 보고되며, 또 누가 어떻게 그 사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판단하며 대응을 결정하는가 하는 시스템에 대한 것이었다. 대통령은 미리 준비했던 듯, 국내언론비서실의 일일보고 양식 등에 대해 아주 상세하고 구체적인 변경 주문을 냈다. 상당히 합리적인 변화였다.

 

대통령은 몇몇 보도에 대한 코멘트도 덧붙였다. 지난 토요일자 신문에 실린 출입기자의 칼럼에 대한 의견이었다. 가급적이면 e메일로 의견을 전달하는 것도 검토해보라는 당부였다.

 

언제나 공정하게 기사를 쓰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신임 국방장관을 대통령의 '측근'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 그 사람이 하는 일을 가지고 냉정하게 평가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대통령의 휴가는 그렇게 또 하나의 업무혁신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8월 3일 화요일 오전

"시내에서도 놀 것은 많다"

주초에 대통령이 규정한 이번 휴가의 컨셉트였다. 평범하지 않은 대통령의 신분으로서는 야심찬(?) 계획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대통령이 그 컨셉트를 현실에서 얼마나 구현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무엇보다 '시내에서 휴가 보내기'는 몇 가지 난제들을 풀어야 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난제는 아무래도 대통령의 자유로운 행보를 가로막는 경호의 벽. 두 번째는 대통령의 철학이다. 즉 아무리 대통령의 외출이라도 그것이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통령의 뜻.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국정의 상황들. 때로는 예기치 않은 현안들이 대통령의 편안한 외출을 가로막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

 

그 어려움을 뚫고 대통령은 가족들과 함께 창덕궁 산책에 나섰다. 뜨거운 한낮이 예고되었지만 대통령은 저어하는 기색이 없었다. 대통령 내외는 일본인 관광객들의 디카 세례를 뒤로 한 채 손녀가 탄 유모차를 밀어 존덕정에 도착, 차 한 잔과 함께 담소를 나눈 뒤 관람 코스를 따라 숲길을 걸어 옥류천에 당도했다.

 

"큰 나무가 명을 다하면 옆에 있던 나무가 그것을 대신할까?"

정조가 낮잠을 청했다고 하는 농산정 툇마루에 걸터앉은 대통령은 숲의 키 큰 나무들을 보며 한숨을 짓듯 말했다. 그냥 던진 질문인지 깊은 의미가 담긴 선문답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무가 한꺼번에 죽지는 않겠지!"

대통령은 기대섞인 답변을 하더니 다시 묻는다.

"여기 자연의 역사는 얼마나 될까?"

끝도 없이 자란 나무들이 잠시 상념에 잠긴 대통령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때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 옛날 군왕의 도리를 사색했을까? 아니면 오늘날 하루도 빠짐없이 인구에 회자되는 대통령의 도리를 생각했을까? 그것도 아니면 수많은 왕과 대통령의 부침을 묵묵히 지켜봐온 자연의 섭리를 돌아보았을까?

 

대통령은 스스로 던진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모아 방명록에 서명했다.

"천년의 자연과 오백년 역사가 함께 살아 숨쉬는 민족의 유산"
 

8월 4, 5일 수, 목

휴가가 중반에 접어들자 대통령의 마음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몸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휴가이기 때문에 정리해두고 휴가이기 때문에 가닥을 잡아놓아야 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던 듯싶다. 밀려있는 보고서에는 하나하나 지시메모를 했다.

 

비서관들을 불러 필요한 자료를 찾으라고 했고, 부속실에서 일독을 권한 책도 집어 들었다. 대통령이 하루 더 일찍 움직이면 다음 주 회의가 보다 더 생산적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청와대 내에도 할 일은 많았다'

 

대통령은 나지막하고 평안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밝지만 진지한 표정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언제나 내면의 싸움을 해야 합니다."

대통령은 힘겨운 사안이 있을 때마다 스스로도 갈등을 겪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모든 것을 무조건 포용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대통령의 목소리는 조금씩 단호해진다.

"그러나 그 말은 사실상 잘못되고 왜곡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요구와 마찬가지입니다.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상황인데, 그대로 현상을 유지하라는 것입니다. 현상을 타파하겠다는 강한 열망이 있어야 사람들은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습니다."

대통령은 링컨을 예로 들면서 현상 타파를 위한 노력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한다.

 

'현상타파를 위한 어려운 결단도 중요합니다. 그것이 저를 대통령으로 있게 한 근본배경일 수도 있습니다.'
 

8월 6, 7일 금, 토

금요일 오후 대통령은 권 여사와 함께 호암아트홀을 찾아 러시아 인형극 '진기한 콘서트'를 관람했다.

 
▲ 산책하고 있는 노대통령 내외

공연장은 아이들로 만원이었다. 대통령의 갑작스런 출현에 여기저기서 반가움과 놀라움의 탄성이 터졌다. 대통령은 오랜만에 아이들 틈에 섞였다. 일일이 공연 팸플릿에 서명도 해주고 나올 때에는 한 사람 한 사람 악수도 했다. 일부 관람객들은 폰카 찍기에 열심이었다.

 

대통령은 무대 뒤에서 인형극을 연출한 러시아 배우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공연이 성황리에 이루어지기를 기대했다. 그리고 다시 토요일.

 

어쩌면 길고 지루한 휴가였을까? 대통령은 이날 이미 휴가로부터 돌아와 있었다. 아침 9시 30분부터 잡혀있던 청와대 내부 통신망인 'e-知園' 고도화 관련 토론 일정은 점심시간을 훌쩍 넘기고 서야 가까스로 끝을 맺었다. 혁신으로 시작된 휴가는 그렇게 혁신으로 마무리되고 있었다.

 

관저에 머문 1주일의 휴가. 짧은 외출을 제외하면 대통령은 철저하게 뉴스로부터 멀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이 신문 지면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아니 몇몇 지면을 보면 대통령이라는 세 글자는 평소와 다름없이 칼럼에 등장했고, 시론을 장식했으며 사설이 겨누는 예봉의 끝에 서 있었다.

 

대통령은 휴가를 떠났지만 그 직책은 고스란히 불꽃 튀는 공방의 한가운데에 남아있었던 것이다. 대통령의 휴식과 사색의 시간을 여유있게 지켜보는, 그런 여름은 언제쯤 우리를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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