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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2 19:17
대통령님 탄생 66주년을 기념한 이번 봉하음악회는 작년의 음악회와는 또 달랐습니다. 작년에는 인터넷으로 생중계를 보다 접속 오류로 아쉬움이 컸었죠. 올해는 마침 음악회가 열린 날이 토요일이니 금상첨화라 생각하고 아예 작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문재인 이사장님의 부인 김정숙 님등 유명 성악가들이 출연하여 친숙한 오페라 명곡과 가곡을 들려주었고 정훈희와 권진원 등 중년의 기호에 딱 맞는 가수들이 초청되었습니다. 또 노무현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악가 이희아와 도종환 시인, 이창동 감독이 무대에 올라와 대통령님이 떠난 빈자리에 최고의 예를 갖춰 인사를 드렸습니다. 올해도 그 수준을 기대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대는 철저하게 무시되었습니다.
아마 레퀴엠의 제작이 그 예고편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노무현재단은 6월 초부터 봉하음악회도 아니고 ‘노무현레퀴엠’ 하나만의 프로젝트를 시민모금으로 완성한다는 목표를 잡고 후원금을 모집하였습니다. 금액이 무려 1억원이었습니다. 재단 홈피 ‘뉴스브리핑’에 익숙하다보면 1억원은 껌값이겠습니다만, 회원들 애간장 많이 태웠습니다. 40일 동안 모금했는데 모금마감일 7일을 남긴 시점에 모은 금액은 3천만원이었습니다. 저 자신도 실패를 자신했을 정도였는데 보기 좋게 초과달성했습니다. 이런 예측의 반전을 금년 봉하음악회에서 맛보았습니다.
5악장, 22분 길이의 노무현을 위한 시민레퀴엠은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란 님의 말씀을 들려주는 서곡으로 시작해서 우리가 만들고 있는 현재진행형, 노무현재단의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며’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음악적인 지식이 미천한 입장에서 음악적 완성도를 논한다는 건 모든 이에게 실례겠지만 한마디로 꿈과 난장(亂場)의 결정체였습니다. 앵콜곡으로 들려주었던 4악장 ‘사랑합니다’를 들을 때는 개인적으로 칼 오프(Carl Orff)의 카르미나 부라나(Carmina Brana)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Carmina Brana 들어보기] 무대를 꽉 채운 100여명의 오케스트라와 카운터테너 루이스 초이의 혼을 담은 열창을 뭐 어떤 말로 설명해야 이해가 되실런지. 이런 곡을 만들어주신 작곡가 송시현 음악감독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선량하면서도 불의 앞에서는 언제나 당당한 시민이었던 고인이 시민들의 부름에 대한민국의 새 역사와 민주주의를 어깨에 지게 되고, 결국엔 그의 숭고한 정신을 시민들에게 남기고 떠난 의미를 담았다” (송시현)
모든 음악 매체들이 다 그렇지만 현장의 감동을 따라오지 못합니다. 음악회를 포기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을 불러일으켰던 봉하장터부터 이제 칠흑의 어둠에 자리를 내주고 집어타야 하는 봉하열차로 실어주는 마지막 시내버스에 이르기까지 봉하음악회는 음악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도 우리 대통령님 탄생 66주년 봉하음악회를 창의적으로 만들어주신 노무현재단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마지막까지 퇴장 안내를 하며 진땀 빼고 고생하신 작은거인님께는 두 배로. 이렇게 기대치를 높여놓으시면 내년에는 또 어찌 하실라나 모르겠습니다. 모든 곳에서 땀 흘리신 자원봉사자 여러분, 특히 항상 티나지 않게 수고해 주신 비상대기 동호회 산따라 여러분께도 감사와 미안한 마음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