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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운명의 속살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댓글 3 추천 6 리트윗 0 조회 147 2012.10.29 14:01

 

 

하필 왜 청령포가 떠올랐는지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휴일 아침, 거래처 사장의 업무 전화에 잠에서 깨어 베란다로 나가니 단지 가을 햇살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아침 커피를 내려 마시고 마눌과 영월로 떠났다.

 

 

그러니까 내 의식 언저리 한켠에는 슬픔이나 쓸쓸함이 고즈녁히 자리잡고 있다는 것에 나는 강하게 동의 하는 편이다. 해서 나는 환희나 기쁨, 행복이라는 단어들과 언제나 불협화음이 잦았고, 그들은 어쩐지 내 것이 아니라는 불편함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단종의 哀史는 내 마음과 잘 맞았다.

 

 

나의 감성은 비극적 요소에 밀착되어 있다는 편이 맞는 말이다. 인생이라는 희노애락의 서사 구조는 애초부터 나와 거리가 있었다. 그렇게 한 시대의 주류에 대해 나는 묘한 거부 반응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을 가까운 지인 누구는 선천적 반골기질이라고 규정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제나 비주류에 더 마음을 주는 사람이었다.  일테면 일제 식민지 치하, 수탈의 대상인 민중들이나 독재 시절의 끽 소리 못하고 휘둘리는 저 애한의 민중들 말이다.

 

 

 

가을은 대지로만 떨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강물 위로도, 기와 지붕위에도, 내 마음에도 소리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 가을이 내 마음에 떨어져 내려 어떤 감성의 풍랑을 일으킬지는 잘 가늠되지 않았다.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 눈을 감고 두 팔을 벌린다. 긴 숨을 들여 마시며 귀를 한꼇 열었다. 바람이 몰려왔다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이 바람 소리를 적당하게 표현 할 단어를 찾지 못한다. 그랬다. 바람에 실린 솔향기와 잔뜩 고조된 슬픔과 외로움이 섞인 바람소리를 통해 나는 온 몸으로 가을을 맞이하고 있었다. 

 

 

 

저기 내 여인이다. 가을은 권커니 잦커니 마음을 내처 가라앉힌다. 떨어지는 낙엽처럼 우리네 마음은 부유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토로할 겨를조차 없다. 그러니까 내가 가을이 되지 못하면 가을은 나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녀도 깨닫고 있을 것이다. 

 

 

 

이 깎아지르는 단애에서 단종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겨우 열 일곱나이에 육지의 섬인 이 청령포에 갇혀 다시는 궁궐로 귀환하지 못하는 운명을 그는 선선히 받아들였을까? 실록에는 그가 여름이 오기 바로 前에 이곳으로 귀양을 왔다고 전한다.

 

 

 

그도 나와 같았을 것이다. 천년 사직이니, 나라의 법통이니 조정이니 조금만 비켜나 있으면 그저 이렇게 부질없는 것. 한양 쪽이 바라보이는 이 절벽에서 슬픔도 노여움도 다 지나간다는 것을, 모든 것은 단지 그 때의 마음이라는 것을. 그냥 흐르는 강물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단종은 강으로 내려와 이렇게 말을 걸었을 것이다. 이 강물은 참으로 깨끗하고 맑구나. 너처럼 맑은 물에 처량한 내 삶이 끼어들 여지는 조금도 없구나. 나는 다만 그것을 안타까워한다.

 

 

 

나 여기에 눕는다. 모든 사물이 눕는 운명의 계절, 모든 인간은 의지의 소산이라는 되지도 않는 말은 꺼내지도 마라. 의식은 의지에 앞서 이미 정해진 것, 모든 인간은 의식도 의지의 존재가 아닌 더 이전의 선험적 개체다. 그러니 나는 슬프지 않다. 내가 슬프지 않으니 이 가을 너 또한 슬퍼할 일이 아니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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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paparo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