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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6 07:30
가슴 속에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이제 다시 시작이다
까칠했다. 사람이 아니라, 정치에 까칠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무소속이든 가리지 않고 까칠했다. “정책대결 실종” “티브이토론 실종” “권불십년이란 말을 가슴에 새겨라.” 엉뚱했다. 답변은 최대한 간단하게, 그리고 곧장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구잡이로 쏟아냈다. 남북분단이 운명적으로 낳은 불후의 명곡 <이등병의 편지>(고 김광석 노래)를 작사‧작곡한 김현성은 아티스트답게, 눈치코치도 없이 직설적이었다.
“다들 <강남스타일> 싸이를 더 인터뷰하고 싶을 텐데…싸이가 국제적으로 유명하지 않은가. 문화란 이렇게 파워가 크다. 문화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 가수를 ‘딴다라 오락거리’로만…깔본다. 수첩 하나로 나라를 다스리려 하다니…대통령 후보라면 책도 좀 읽고.”
“전기세(TV수신료)는 주류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만 내나?”
시적인 가사를 줄곧 써와 ‘KBS 아름다운 노랫말 상’을 수상한 그가 ‘싸이’나 ‘수첩공주’를 질투라도 하는 것일까? 아니었다. ‘문화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거셀 뿐이었다.
“TV조선, 채널A…종편이 많이 생기면 뭐하나? ‘약자를 위한’ 여론이 수렴되었나? 아니다. 프로그램, 방송시간, 지면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삶과 문화가 골고루 배정되지 않고, 오락프로그램과 힘센 자들의 말만 공중파를 타고 있다. 재야‧비주류의 음악은 소외되었다.”
애초에 싸이의 노래를 19금으로 분류했던 “케케묵은 발상의 근원지”인 새누리당 정권은 물론이거니와, 지난 민주정부에게도 섭섭하다는 눈치였다. “친구 (김)광석이랑 나랑은 운동권이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수구세력을 좋아하냐? 그건 또 아니다!”라고 못 박으며, “광석이와 그를” 군대로 치면 ‘대한민국 문화의 쫄다구’ “이등병 같은 신세”라고 정의했다.
“군에서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 널 때 이등병에게 명령”하면 되듯이, 푸대접을 받는 문화변방인 그는 “전기세(TV수신료 포함)는 주류음악을 좋아하는 사람과 대기업만 내냐?”고 항변하며 문화적으로도 역주행한 현실을 개탄했다. 공영방송이라면 가지가지 삶과 문화를 공평하게 수용‧유통해주는 “통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는 문화민주주의 신념이 강했다. 한참동안 “비주류와 재야의 음악인들은 의심이 많아서 한 번에 금방 누구를 지지하거나 따라나서지 않는다”고 열변을 토한 그는 경기도 여주 남한강변 산속에서 노래와 글을 쓰며 텃밭은 가꾸고 있었다. ‘남한강의 서정가수’ 그가 ‘문재인의 멘토’로 나선 된 까닭은 간단명료했다.
이등병처럼 “작게 시작했다가 자꾸만 커지는 희망을 선택했다.”
“갈수록 진정성이 보이는 후보다.”
진정성! 믿을만하다는 뜻일 게다. “처음은 미미한 지지율이었으나 당선이 된 노무현”처럼 문재인도 “정치입문은 짧지만 갈수록 희망이 커진다”며 ‘이등병의 희망철학’을 토해냈다.
“희망은 두 가지다. 처음에는 컸다가 자꾸만 작아지는 것. 그리고 처음에는 작았다가 점점 커지는 것. 저는 이등병처럼, 담쟁이 이파리처럼 작다가 자꾸만 커지는 희망을 선택했다. 음악인으로서 문재인이란 사람을 보면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올해 8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백석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음반)를 낼 때 <담쟁이> 곡도 만들었는데, 우연찮게도 문재인 캠프 이름이 담쟁이이더라.”
처음에는 컸다가 너무나도 작게 쪼그라든 희망이라면, “순대국 집 욕쟁이 할머니에게 경제만큼은 살리겠다”고 약속했다가, ‘나중에 나 몰라라’라고 줄행랑을 친 그 “가카(閣下)” 분을 가리킬까? 그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음반에 “힘내라, 담쟁이!”라고 써주며 “문재인은 담쟁이다. 담쟁이가 처음에는 작은 이파리지만 한여름에 한 뿌리에 나와서 절망의 벽을 다 덮어버린다”고 속삭였다. 27살에 육군 병장으로 제대한 그의 ‘이등병과 담쟁이 개똥철학’은 오싹할 정도로 명철했다.
“이등병 없으면 군대가 제대로 돌아가나? 나라가 지켜지나? 그런데 꼭 장군이나 장군의 자식들만 대접받으니 ‘노크 귀순’같은 우스꽝스런 일이 벌어진다. 희망은 항상 이등병이나 저 낮은 땅에 사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는 ‘담쟁이 이파리’같은 사람에게 있다.”
이등병과 담쟁이…“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결국 그 벽을 넘는다”라는 시(詩) 구절을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찰떡궁합이 따로 없었다. 대뜸 “살아오면서 벼랑 끝에 섰을 때 문재인이라면 손을 잡아주었을 것 같나?”라고 물었다. 예의 그 ‘까칠 모드’로 되돌아가, 정치인들이 찌무룩하다는 투로 “누구나 누구의 손을 잡고 싶어 한다”고만 ‘와이파이(WIFI) 스피드’로 정리하더니, 이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로 방향을 틀었다.
“새누리당 정부는 천문학적인 돈을 사대강에 쏟아 부었다. 이제 책임은 플랜을 낸 당사자가 아니라 국민이 진다. 술은 딴 놈이 마시고 술값은 국민이 내는 꼴이다. 남한강 지류가 엄청나게 무너졌다. 해마다 중1, 초등5학년생인 아이들과 강변에서 헤엄 치고 민물조개를 잡으며 놀았었다. 그런데 갈수기가 아닌데도 물이 없다. 본류 바닥을 깊이 판 탓에 지류의 물이 빨리 빠지면서 지류 양쪽의 흙이 많이도 무너져버렸다. 수백 톤의 모래를 퍼다 산에다 쌓아놓고…민둥산, 꼭 갓 죽은 어느 임금님의 무덤 같다. 군수는 모래를 팔면 수입이 생긴다고 하는데 당최 생긴 수입이 없다. 도리어 보관료만 물고 있다. 용산, 쌍용차…사람들이 죽어갔다. 사회는 무감각하다. 공동체의 울타리가 없어서다. 용산도 시간을 두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참사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늘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
그래서 “문재인의 정책집행 과정은 어떨 것 같냐?”고 ‘파블로프의 개’처럼 반사적으로 물었다. 용케도 “문재인이라면 설득과정을 가질 것”이라며 ‘번개 불에 콩 볶는’ 솜씨로 간단하게 정리하더니, 이내 또 그가 부르짖고 싶은 이야기로 되돌아갔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철학을 실천하려면, 우선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아니라, ‘아이들의 꿈이 먼저 이루어지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요즘은 대학졸업장을 따느라 스물 몇 살까지 줄창 어려운 시험에 시달리고 스펙을 무진장 쌓아도 취직걱정 태산이다. 난 아들 두 놈, 학원에 절대 보내지 않는다. 그 시절에 읽어두면 평생 가는 책과 자연이 사방에 널려 있는데…도대체 왜 시험공화국으로 만들었나? 지금이 ‘일제시대’냐? 일제고사 좀 폐지해라! 애들이 애들을 친구로 보지 않고 왜구 같은 적으로만 본다. 삭막하다. 영어 조금 못하더라도, 나도 모르는 아들의 재능이 있을 것이다. 난 그것을 키워주고 싶다.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결정할 때를 기다려주는 사회, 최소한의 상식적인 규칙이 지켜지며, ‘똑같은’ 울타리로 아이들을 지켜주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국가정책이다.”
아이들은 이 세상에 갓 입대한 이등병일진대, 어른들이 “냉장고에 집어넣을 코끼리(사회 문제)”를 자꾸 아이들에게 떠넘기면서 “작은 울타리(사회적 안전망)”마저도 걷어 차버리니, 이런 몰염치도 없다는 얘기일 터였다. 순간, “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지난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 있는 나무들같이/하늘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윤도현 노래 <가을우체국 앞에서>)”라는 그의 노랫말이 떠올랐다.
그 나물에 그 밥?…정치혐오 조장주의자가 민주주의의 적이다
그의 ‘군대축구 정치론’은 특히나 “신이나 수령 혹은 메시아나, 저 왕가의 후손이라면 만사를 해결”할 거라는, 예의 그 정치를 종교처럼 생각하는 발상을 가장 경계했다. “제왕의 딸이라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은 ‘가장 낮은 수준의 종교’인 ‘미신’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강했다.
-시대정신이 무어라고 생각하나.
“참여다. ‘나, 투표 안했어’가 자랑이 아니다. 취업이 안 된다고 불만만 터트리지 말고 투표장으로 나가라. 정치에 관심 좀 갖고 노무현 정부의 경제성장률은 4%대인데 이명박 정부는 3% 턱걸이라는 것쯤은 알고, 조(선)중(앙)동(아)의 ‘잃어버린 10년’ 타령 그 기만성을 꿰뚫어 볼 줄 알아야 지성인 아니겠는가? 정치인들은 참여하지 않는 자를 철저히 무시한다. 새누리당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정치혐오다. ‘그 나물에 그 밥’ ‘그 놈이 그 놈이다’라는 정치혐오주의 작전으로 투표장에서 자꾸 사람들을 이탈시키면 새누리당에게 이로우니까 투표연장을 반대하고 투표율을 낮추려고 하는 것이다.
최고라든지, 전지전능하신 메시아를 찾지만…그런 거 없다. 유토피아가 어디에 있나? 정치란 ‘차려진 밥상’에서 차선을 찾는 것이다. 하느님처럼 전지전능하고 최선인 인간계의 정치인은 없다. ‘차선’이 ‘최선’인 것이 인간의 정치다. 그런데 새누리당 정부는 사람들을 아예 모이지도 못하게 한다. 서울광장이 대통령이나 경찰청장 땅인가? 투표시간을 왜 연장안하나? 대선이 해지기 전에 귀가해야만 하는 초등학생들 반장선거냐?”
-문재인의 장점은.
“국정운영을 해보았다. 맨땅에서만 축구해본 사람은 잔디구장의 질감을 모른다. 박 후보는 국정경험을 한 것이 아니다. 옆에서 보기만 하면서 사진이나 찍은 거지. 사진 찍으면서 본 거랑, 정책을 몸소 구상해본 것은 차원이 다르다. 한나라당이 당명과 당 색깔을 바꾸었다고 본질이 바뀌나? 인간들이 똑같으니 새누리당은 ‘도로 한나라당’이다. 이명박의 실정을 박근혜가 책임져야 한다. 같은 새누리당 아니냐? 대의민주주의는 정당을 기반으로 하는 데 왜 여당 후보가 여당의 실정을 나 몰라라 하는 지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 미국 같으면 이미 정권이 바뀌었을 것이다. 정수장학회도… 강탈한 게 분명하면 원주인한테 돌려주던지, 아니면 사회 환원하면 깨끗하게 끝나지 않은가?
문재인과 나는 같은 예비역 병장이다. 옛날 군대는 훨씬 더 힘들었다. 그 체험만으로도 국방 정책을 더 깔끔하게 세우고…남북대치 구구절절 설명 안 해도 군대 갔다 온 사람이니까 다 안다. 안보는 소위 ‘좌파정부’일 때 더 튼튼했다. 일부 사람들은 이 생각은 안 하고, 아직도 ‘박원순은 빨갱이’라며, 북쪽 보고 눈만 부라리면 남쪽 안보가 튼튼해질 줄 안다.”
가슴 속에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그에게 “군대, 축구, 군대에서 축구 한 이야기를 여성분들은 무척 싫어한다.”고 귀뜸해도, 그는 이제 까놓고 “여성도 모르면서 여성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여성을 반대하니 그렇다”고 배짱부리며, “장군의 공주님이 이등병의 설움을 알겠어?”라며 한숨까지 푹푹 쉬었다. 인터뷰에 응해주어서 고맙다는 인사가 끝난 뒤에도 그는 “문병장이어서 믿음이 간다.”는 사족을 덧붙이더니, 이내 또 근질거리는 입을 참지 못하고 말문을 다시 열었다. 목소리가 축축했다.
“보통 사람… 노무현… 은 푸근했다. 권위주의를 벗어던지고 낮은 땅으로 내려왔다. 예수가 하늘 위에서 나를 따르라 하였으면 어린 양들이 따랐겠는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라는 말이 있듯이, 성공만 한 정부나 정치인은 없다. 국민과 상의하며 실패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민주정부가 다시 들어서면 내 자식이 이등병이 되는 날에는 희망이 더 커져 있을 것이다!”
이등병 노무현, 이등병 김현성. 이등병 문재인… 그 수많았던 이등병들과 앞으로 이등병이 될 그 숱한 담쟁이 이파리처럼 작은 사람들의 아이들…역시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부모님께 큰절 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가슴속엔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풀 한 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이등병의 편지>)”는 우리 시대가 잊을 수 없는 명곡 중에 명곡이었다.
문재인 캠프 SNS 지원단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