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5
0
조회 1,035
2012.11.23 08:54
문재인의 멘토,이창동 영화감독
<“밀양은 어떤 곳인가요?” "사람 사는데 다 똑같지요. 밀양도 다른데 하고 똑같지예" - 영화 <밀양> 중에서>
소설가에서 영화감독으로, 영화감독에서 문화부장관으로, 그리고 다시 영화감독으로 돌아온 이창동. 그에게 던진 첫 번째 질문, 영화를 왜 하느냐 였다. 그는 특유의 느릿느릿한 어조로 답한다. 술꾼에게 왜 술을 마시느냐 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은 질문이라고...
우리 삶이 고통스러워도 그 안에도 아름다움은 있다
그에게 영화는 소통이다. 내가 갖고 있는 나만의 생각이나 마음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서, 내가 외롭지 않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가 만든 영화는 모두 다섯 편이다. <초록물고기>,<박하사탕>,<오아시스>,<밀양> 그리고 <시>. 이 영화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이며 그들은 뜻하지않게 절망을 마주하고, 결국에 좌절하며 상처받는다. 그래서 상처는 무척이나 아프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폐부를 찌르는 그의 영화에서는 상처를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모두 고통스럽다. 영화 <시>의 미자는 가해자라서 아프고, <밀양>에서 신애는 피해자이기에 고통스럽다. 그렇다면 도대체 아름답다는 것은 이창동 감독에게는 무엇일까? 이렇게 아픈 시대, 아픈 세상을 살아가는데...
“나는 아름다움 그 자체를 말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묻고 있을 뿐이다. 우리 삶이 아름다워 보이지 않고 고통스러워 보여도 그 속의 아름다움에 대한 눈을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그것을 발견하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란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지고 싶을 뿐이다”
인간의 존엄성도 사소함에서 시작한다
이창동 감독이 추구하는 내면의 아름다움은 사람에 대한 존중, 사소한 것에 대한 소중함에서 시작된다. 이창동과 문재인, 두 사람의 공통점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이창동이 바라 본 문재인 후보는 들판에 핀 이름 없는 꽃조차 그냥 지나치지 않고 관심을 갖는, 작은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마음에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사소함이 곧 인간의 존엄성이라고 이창동 감독은 말한다.
“인간의 존엄성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가치다. 각각의 삶이나 인간 그 자체가 얼마나 존엄을 지키는가, 그리고 그 싸움을 드러내는 것이 예술이 해야 할 일이다. 나의 소설이나 영화 모두 인간의 존엄함에 대한 싸움을 기록하는 일이다”
한국영화에게 필요한 건 다양성이다
소설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 것만이 어울릴 것 같았던 그는 2003년 참여정부가 시작되면서 초대 문화부 장관이란 감투를 쓰게 된다. 그리고 그는 감투를 딱 1년반 만에 내려놓았다. 그 때의 자신을 ‘미스캐스팅’이라고 평가한다. 자신한테 맞지 않는 옷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옷을 꿰입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관료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자신과 같은 사람이 장관이 된다는 그 자체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였다. 상식 또는 합리가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가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던 정부, 그래서 그 정부에서 평생 살아온 것 중 가장 성실하게 일했다고 한다.
얼마 전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문재인 후보는 영화인들에게 스크린쿼터 축소에 대한 유감을 표시했다. 참여정부 시절 한국 영화계는 그야말로 르네상스였다. <괴물>,<왕의 남자> 등 작품성으로나 흥행성으로나 훌륭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영화 진흥 정책이 안겨준 결과였다. 그러나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상(FTA)을 앞두고 미국의 스크린쿼터 제도 폐지 요구를 일부분 받아들였다. 국산영화 상영일수는 2006년 7월 1일부터 106일에서 73일로 줄어들었다. 영화인들의 반발은 거셌고, 그 때의 서운함은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이창동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한국 영화를 상영하게 하는 절대일수를 지킬 것이냐, 아니면 한국 영화의 다양성에 중점을 둘 것이냐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 또한 지금은 다양성에 중점을 둬야 한국 영화 정책의 에너지가 장기적으로 생길 것이라고 판단했다. 스크린쿼터 축소 이후에 다른 정책들도 준비됐지만 완벽하게 추진되지는 못했다. 그 점이 무척이나 아쉽다.”
한국 영화 상영일수는 줄어들었지만, 한국 영화의 승승장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올해만 하더라도 <광해>를 포함해 흥행 성공작에 우리 영화들이 대거로 올라가 있다. 그 기조는 오래 전부터 존중해온 자율성 때문이라고 한다. 문화 정책은 마치 밭에 씨를 뿌려 그 해 곡식을 거두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 꽃피우고 있는 한류 열풍이나 한국 문화예술의 발전은 오랫동안 자율성 아래 준비되어 온 것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시작된 정부의 문화정책 개입 이 가져다 줄 미래를 이 감독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한국정치, 이제 국민들의 벽을 허물어라
인터뷰 초반에 이창동 감독에게 자신을 소개해달라는 청을 하자,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란다.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 지지를 넘어서 깊은 신뢰를 한다는 이창동 감독. 무엇이 절대 믿음을 갖게 한 것일까?
“한동안 같이 일을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문재인 후보를 안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후보는 강한 사람이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어떤 것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는 매번 아주 분명하고 단순한 결정을 내린다. 결정을 내린 후 보면 옳은 결정이고 어떤 판단이나 기준을 넘어서는 원칙이 보인다.”
작고 소박한 것에 대한 관심, 그러나 모든 고민을 넘어선 원칙을 가지고 내리는 결정, 그 결정에 흔들리지 않는 강함. 그것이 이창동 감독이 본 문재인 후보다. 그리고 문재인 후보에 대한 믿음의 시작이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현실은 차갑고 냉정하다고 말하면서도 결국은 어둠속에서 희망을 찾게 하는 따뜻함이 있다. 멘토로서 이창동 감독의 조언도 마찬가지일까?
“이제는 소통이다. 국민들과 소통하는 게 가장 큰 과제다. 한국 정치가 국민들과 소통하려면 정치 자체가 바뀌어야 하고 환경이 바뀌어야 하고 특히 정당이 바뀌어야 한다. 국민들은 정당을 자기와는 다른 집단으로 생각하고 분명 벽을 갖고 있다. 이 벽을 어떻게 허물 것인가가 가장 큰 과제다. 나는 문재인 후보가 그걸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무슨 결정을 하는데 있어 강하고 단호한, 그러나 합리적인 결정을 했던 문재인 후보이니까”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 영화 <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