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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3 08:05
강기석(전 경양신문 편집국장)
직업중에는 사람을 살리는 대표적인 직업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말할 것도 없이 육체적 생명을 다루는 의사다. 또 하나는 사회적 삶을 다루는 변호사다. 이 두 개의 직업은 우선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특별하고 어려운 자격이 요구되고, 그런 자격 때문에 사회적 선망을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묘하게도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앞장서고 있는 문재인과 안철수의 직업이 변호사와 의사다. 한국의 정계에 율사 출신들이 많고 의사 출신들도 간혹 눈에 띄지만 세계 현대사의 위대한 혁명가나 정치가 중에도 의사와 변호사 출신들이 적지 않다. 인도의 국부 간디와 네루,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서독 부흥의 주역 아데나워, 러시아 혁명의 주인공 레닌 등이 변호사였다.
혁명가 체 게바라가 의사였다는 사실은 너무나 유명하고, 중국의 손문, 필리핀의 호세 리잘, 칠레의 아옌데 등도 원래 직업이 의사였다. 알제리 독립전쟁에 앞장 섰던 프랑스인 프란츠 파농은 정신과 의사 출신이고 중국의 대문호 루쉰과 폴란드의 국부 피우수트스키는 졸업하지는 못했지만 한 때 의대를 다녔다.
현대사를 명멸한 변호사‧의사 출신 혁명가
왜 의사와 변호사가 자신에게 약속된 안락함을 버리고 정치에 나서거나 혁명에 앞장서는 고단한 인생을 택할까. 의사와 변호사 정도로는 충족되지 못하는 탐욕과 명예욕을 마저 채우기 위함인가. 아니면 직업인으로서의 자신들의 노력이 몇 명의 ‘생명’을 건질 수는 있겠지만, 자신들이 나서서 사회 전체를 바꿀 수 있다면 훨씬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깨달음 때문일까? 그것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변호사와 의사라는 직업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면, 이 두 직업이 주위의 선망을 받는 만큼 욕먹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사람을 살리라는 직업적 소명을 돈벌이에 악용하는 등 일신상의 영달을 꾀하는 경우다. 이런 부류의 인간들이 정치를 택한다면 틀림없이 자신의 탐욕과 명예욕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과 안철수는 어떤 경우일까. 그 해답은 두 사람이 살아 온 인생에서 그대로 풀어져 나온다. 먼저 문재인 후보의 경우다. 인권변호사라는 호칭을 자랑스럽게 지니고 있는 그는 이렇게 말한다.
처음부터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으려고 작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를 찾아오는 사건을 피하지 않았고, 그들의 말에 공감하면서 열심히 변론했다.
돈에서만 조금 자유로울 수 있다면 변호사는 참 좋은 직업이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도울 수 있으니 말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의 일부를 공익이나 공동선을 위해 내놓는 다는 생각을 가져도 좋겠다.
사실 ‘인권변호사’라는 말은 적합한 표현이 아니다. 모든 변호사의 기본 사명이 인권옹호이기 때문이다. 변호사법도 그렇게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독재정권의 서슬퍼런 엄혹한 현실 속에서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쩔수 없이 소수의 변호사가 그 일을 맡게 되었고, ‘인권변호사’라는 특별한 호칭으로 불리게 됐다. 그런 특별한 호칭이 필요없는 세상이 바람직한 세상이다. 호칭이 어떻든 나는 노동, 시국사건 변론이 참으로 보람있다. 억울한 사람들이 변호사의 조력을 절실히 필요로 할 때 내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그 시절 인권변호 활동은 그 자체로서 독재에 저항하는 운동이었고, 변호사가 할 수 있는 민주화 운동이었다. ‘변호사는 그런 맛에 하는 것’이라고 후배 변호사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문재인의 <운명> 중에서
그는 변호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시위전력 때문에 판사 임용에서 탈락하고, 검사가 될 기회가 있었지만 사람을 처벌하는 일은 성격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 검사가 되는 것조차 마다했다. 그런 그가 오랜 망설임 끝에 정치에 투신했고 이제 ‘사람이 먼저다’란 슬로건을 들고 대통령에 도전한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
인권변호사의 정치는 ‘사람이 먼저다’
문재인과 함께 정권교체‧정치쇄신의 큰 싸움을 벌이고 있는 안철수는 의사 출신이다. 그의 부친도 의사다. 안 전 후보의 부친이 부산에서 49년간 의사하면서 진료비를 반만 받고, 저소득층에겐 무료진료 했다는 사실은 꽤 알려졌다. 안 전 후보가 서울대 의대 시절 가톨릭 신자가 아니었음에도 가톨릭 학생회에 가입해 산간오지 무의촌에서 봉사활동에 전념했던 것은 부전자전이다. ‘컴퓨터의사’로 변신한 후에도 1988년부터 지금까지 24년간 변함없이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컴퓨터 백신 V3를 나누어준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지금까지 군인이나 직업정치가만이 대통령이 됐다. 그리고 지금 유일하게 재벌기업 최고경영자 출신이 대통령을 맡은 대한민국은 엉망진창이 돼 버렸다. 국가가 병들고 국민이 아프다.
인권변호사가 필요하고 무의촌 봉사활동을 했던 의사가 절실한 이유다. 직업의 경험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착한 변호사, 착한 의사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군인 출신 독재자의 딸, 역시 군인출신 살인마로부터 피묻은 돈 6억원을 받아 챙긴 '소녀가장', 부친이 강탈한 장물재단을 깔고 앉아 친동생과 재산다툼이나 벌였던 이사장이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다. 더구나 그는 나라가 이토록 병들게 만든 이명박과 같은 DNA의 이명박근혜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