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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4 16:22
카리스마 회의 - 신속한 결정, 신선한 충격
김봉섭(회사원, 2002년 당시 노무현 부산선대위 기획단원)
1986년 학생운동 사건으로 구속되었을 때 나는 처음 문재인 변호사님을 만났다.
문 변호사는 노무현 변호사와 함께 우리 사건을 무료 변론했다.
그때의 인연이 한 계기가 되어 2002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나는 노무현 후보 부산선거대책위원회에서 일하게 되었다.
문재인 변호사가 그 부산선대위의 기획단장이었다.
기획단에 소속되었던 나는 자연스레 가까이에서
문재인 기획단장의 모습을 접할 수 있었다.
문재인 기획단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화를 내거나 당황하거나 크게 기뻐하거나 하는 등의
감정의 동요를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나에겐 그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지지율이 떨어져 있을 때나 선거에 불리한 사건이 발생하거나 해도
항상 차분하고 과묵한 표정으로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이었다.
기획단 회의를 하면 시간을 끌지 않고 참석자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후에
특유의 카리스마로 신속히 의사결정을 내리는 모습도
이전에 지루하고 정리되지 않는 장시간회의를 많이 경험했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홍보 슬로건 확정 같은 사안에 갑론을박 말이 많다가도
문재인 단장이 한마디를 하면 정리가 되는,
뭐랄까 말속에 묘한 카리스마와 합리성이 결합된 힘이 있었다.
2002년 대선 기획단 시절이 내가 지금까지 겪은 공적, 사적 조직 생활 중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이상적이었던 경험이 아니었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문재인 변호사가 처음에는 조금 어려웠다.
워낙 대선배인데다 인사를 하면 과묵한 표정으로 쳐다보기만 하는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나중에 알았지만 다른 자리에서는,
예를 들자면 인권 관련 집회장이나 악법 개폐 관련 회의 같은 데서 인사를 하면
아주 반갑게 웃으며 대한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변호사를 깊이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경험한 그 분은 아마 ‘멀리서 바라보면 엄숙한 사람, 가까이 다가서면 따뜻한 사람,
말을 들어보면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우리 조상들이 말하는 선비 상, 군자 상에 가까운 분이 아닐까 싶다.
글을 쓰다 보니 한 가지 에피소드가 생각이 난다.
우여곡절 끝에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노무현 당선자가 참석한 가운데
부산 선대위 해단식과 마지막 기념촬영을 했다.
이때 웃지못할 자리 쟁탈전이 벌어졌었다.
처음에는 노무현 당선자가 손을 끌어 문재인 변호사를 옆에 세워서
사진촬영을 하려 했는데
무슨 일인지 잠시 사진촬영이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사진촬영을 위한 대열이 흐트러지자 뒷자리에 있던 경제관료 출신의 모 인사가
노무현 당선자와 문 변호사 사이를 헤집고 들어왔다.
당선자 왼편으로는 부산지역의 민주당출신 정치인이 파고들었다.
잠시 자리 쟁탈전(?)이 있고나서 기념촬영을 할 때에는
문재인 변호사는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서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혹시 당시 사진을 구할 수 있다면
참으로 재미있는(?) 얼굴표정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자리의 누구도 노무현 당선자 옆에서 사진을 찍지 않았다고
문 변호사의 공이 적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빛나는 자리에 나서려고 하지 않지만 그래도 가장 빛나는 존재,
문재인 변호사님이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해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