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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7 22:50
여의도서 인천으로, 김포에서 파주로
구리 찍고 죽전 거쳐 병점 … 대행진
이제 운명의 18대 대선이 이틀 남은 12월 17일. 서울의 심장 중 하나인 여의도 우체국 앞.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문재인 후보가 직장인 유권자를 상대로 인사유세에 나섰다. 우체국 앞에는 여의도를 지역구로 둔 신경민 의원과 바로 옆에 한국노총 회관의 위원장이었던 이용득 최고위원이 지원유세를 했고 한정애 도종환 은수미 의원 등이 후보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소문을 듣고 몰려든 시민들이 2천여명은 되어 보였다.
문 후보가 뒤쪽에서 도착하자 환호와 폰카 세례가 문 후보를 맞이했고, 연단에 올라 양손으로 V자 그리며 한 바퀴 돌자 더 큰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어느 지지자는 ‘투표로 본 때’라고 적힌 목걸이를 건 큰 삽살개를 유세차에 올리자 양산집에 개를 세 마리나 키우는 문 후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무릎 꿇고 포즈를 취해주었다.
문 후보가 등장하자 왕복 6차선 건너편에서도 지켜보는 사람들이 수백 명은 되어보였고 커피 하나씩 손에 든 직장인이 눈에 많이 띄었다. 지역 특성상 점심 때 모인 샐러리맨이 많은 가운데 거의 표정들이 밝았다. 카메라 때문에 문 후보가 잘 보이지 않자 ‘앉아!’라는 함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지나가는 버스에서도 승객들이 폰카를 꺼내어 찍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띠었다.
문 후보가 이 명박 정부의 경제실패와 안보실패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하자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로 호응해 주었다. 특히 “참여정부는 경제에서 무능했으니 이명박 대통령은 좀 도덕성에 문제가 있었도 경제만큼은 잘하지 않겠냐 해서 뽑아준 거 아니냐” 라고 묻자 이구동성으로 “안 찍었어요”라는 답해 유세장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문 후보는 짧지만 강렬했던 점심 인사유세를 마치고 오후 인천 구 도심의 중심인 동인천역 남광장으로 이동했다.
동인천역 남광장에는 이미 유홍준 전 청장과 진중권 교수라는 두 스타가 특유의 입담으로 시민들을 휘어잡아 놓고 있었다. 그러나 진짜 감동은 준 이가 또 있었다.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 씨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연단에 오르자 주위는 조용해졌다. 이희아 씨는 "이렇게 추운데 많이 응원을 나와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여기 장애인 분들도 오시고, 철거민 연합회에서도 오셨는데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 나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서 "제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참여정부 때였다"면서 "5년 동안 장애인들이 장애인으로 태어난 것이 가장 행복했다고 한 순간이었다"고 울먹이며 회고했다.
"그러나 지금 현 정부에서 장애인들은 사람이 아닌, 거리에 내몰려서 정말 피눈물 나는 고생을 했다"며 "여기 계신 장애우들이 그 증거"라고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아울러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면서 "사람이 먼저인 세상, 국민이 국민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천광역시민들의 지지 속에 우리 국민은 승리할 것"이라며 "여러분들이 함께 만들어주시고 장애우들과 약자들의 눈물을 닦아주시길 바란다"고 마무리하고 두 손가락 밖에 안 남은 손을 내밀며 기호 2번을 외치자 남 광장은 눈물과 감동이 어우러진 한 마당이 되었다. 휠체어에 탄 이희아 씨와 인사를 나눈 문 후보는 연단에 올랐다.
"새누리당이 대세가 기우니까 지금 두 가지에 대해 공작을 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밤 국정원 여직원의 비방 댓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제대로 수사도 안 한 것"이라며 “그 국정원 직원 아이디가 40개나 되는데 추적 조사도 하지 않고 수사 결과를 밝혔다”고 꼬집었다. 또 국정원이 검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 의혹을 둘러싼 고소·고발 사건 관련 자료를 제출한 데 대해 "선거 막바지에 또 다시 북풍을 일으키는 못된 정부"라며 "선거를 조작하고 민주주의를 위기에 내몰려는 작태를 심판해 달라"고 당부했다.
"혹시라도 NLL 회의록이 공개되면 저에게 또는 민주진영, 민주당에게 혹시라도 불리한 점이 있지 않을까라는 염려는 조금도 하지 않아도 된다"며 "제가 그 회의록을 최종 감수하고 그것을 보존기록으로 남겨두고 나온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회의록 속에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다거나 그런 부분이 있다면 제가 책임지겠다고 이미 공언했다"며 "이 정부에 그 회의록이 남아있는데 제가 자신이 없다면 그런 공언을 할 수 있었겠는가"라고 장담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NLL 선상을 남북공동어로구역으로 설정한다, 서해평화특별협력지대를 만든다는 것을 합의했다"며 "그 경과가 담겨있을지 언정 그 속에 NLL을 포기한다는 일이 있을 수 있나"라고 강조하면서 유세를 마쳤다.
NLL과 맞붙어 있는 인천 시민들의 우려를 말끔히 걷어내는 힘찬 연설이 끝나자 광장에 모인 수천 명의 시민들이 박수로 문 후보를 떠나보냈다. 다음 유세 장소는 처갓집이 있는 강화와 가까운 김포와 휴전선에 인접한 파주 교하, 그 다음은 구리, 마지막은 참여정부 때 건설된 수도권 신도시인 죽전과 병점이다. 수도권을 한 바퀴 도는 문 후보의 17일 유세는 수도권 승리를 확인하는 대장정으로 기록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