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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6 12:03
3ㅅ님의 댓글 제안으로 이 글을 광장에 공유하고자 합니다.
아래 글은 지난 1월 17일 봉하에서 진행된 청소년캠프에 참가한 대학생 이끄미 정푸른님이 작성해주신 후기입니다. ^^
2박 3일짜리 선물을 풀어본 소감
2013. 1. 24
이끄미 정푸른
<열심히 일한 당신, (봉하마을로) 떠나라>
나의 일월은 통째로 ‘런닝맨’이었다. 새해 초하루부터 장염으로 아프느라 정신없었고, 낫자마자 서울과 고향 대구를 오가며 정신없이 보냈다. 교수님의 워크숍에 따라가 녹취록 만드는 일도 했고, 비인가 대안학교 아이들의 검정고시 준비를 돕게 됐고, 월드비전에는 사무봉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이 모든 일을 1월 한꺼번에 벌인 것이다. 나는 “월요일엔…, 화요일엔…, 수요일엔…”하며 시간을 아주 촘촘하게 꿰어가야 했다. 이렇게 바쁜 적은 처음이었다. 쉴 새 없이 주어지는 일이 있어 행복에 겨운 날들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내게 또 하나의 선물 같은 일이 찾아왔다. 풀어보는 데에만 2박 3일이 걸리는 큰~ 선물이었다. 바로 <노무현 시민학교 겨울학기 청소년 리더십캠프>의 대학생 이끄미다. 너무 욕심을 부리는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여름캠프에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컸었던지라 이번에 꼭 다시 함께해서 만회(?)하고 싶었다. 그래서 더 망설이지 않고 함께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지난여름과 달리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맡았고, 요즘의 컨디션도 최상이어서 캠프를 더 기대하고 기다렸다.
[캠프 몇일 전, 핸드북 제작중^^ 성혜쌤과]
<낮고 노란>
나는 잠에 약해서 아침마다 스스로와 전쟁하곤 한다. 그래서 일찍 일어나기에 성공하는 날은 컨디션이 참 좋다. 캠프에 가는 날 아침이 딱 그랬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느껴졌다. 광화문 앞에서 버스를 타고 꽤 먼 시간을 달려 봉하에 도착했다. 도착하고서는 ‘아- 좋다.’ 라는 말만 몇 번 했는지 모르겠다. 서울에서 본 욕심처럼 솟은 건물들 대신 낮은 건물, 낮은 산, 논들이 그대로 내게 와서 안겼다. 나는 봉하마을의 풍경이 참 좋다. 신기하게도 노무현 대통령님의 인상을 그대로 닮은 것 같다. 겨울인데도 푸근했다. 이튿날에는 점심을 먹고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논길을 한 바퀴 빙 돌았는데, 봉하에서 자전거를 탈 때 느끼는 기분은 정말 겪어보기 전엔 모른다. 바람도 풍경도 새도 평화롭다. 그런 봉하의 여름, 겨울을 이렇게 좋은 이들과 함께 볼 수 있어서 내 마음까지 더욱 평화로웠다.
[자전거 타다가 멈춰서서]
<이끄미_이끌고, eke me_나를 키우고>
지금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교육봉사도 하고 있긴 하지만, 나도 아직 어려서인지 청소년들을 이끌어주는 게 어렵게 느껴졌다. 의욕은 넘치지만 내가 그런 데에서 탁월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조별 이끄미를 하지 않고 스태프로 함께하기로 했다. 그런데 조를 맡아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선생님들은 어떻게 그렇게 하나같이 잘하는지 보는 내내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런 사람들이 선생님을 준비하고 있다니 감사했다. 게다가 이번 캠프에서는 무엇보다도 이끄미들의 능력과 성격들이 정말 조화로웠다. 레크레이션에 재능있는 지수쌤, 석준쌤과 각각 음악과 미술교육을 전공한 나연쌤, 서연쌤, 질서 잡기에 탁월한 상헌쌤 등 캠프 곳곳에서 이끄미 쌤들의 재능이 요긴하게 쓰였다. 나는 그런 쌤들을 보면서 ‘난 어떤 일로 쓰일 수 있을까?’ 고민했고,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만나면서 다 보인다고 생각했던 시야가 또 한 번 넓혀졌다. 사실 정치에 깊은 지식이 없는 내게 이끄미 쌤들과의 대화는 즐거운 공부이기도 했다. 또 전체적으로 팀워크가 워낙 좋아서 우리 이끄미 쌤들이 쉴 새 없이 웃고 즐기면서 함께했고, 그것도 캠프 분위기에 한몫했던 것 같다.
[저는 둘째줄 양손 김치한 단발머리^^]
<"우리는 저마다 누군가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스승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스승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올바르게 걸어가게 합니다." _신영복>
그리고 그런 우리를 더 신 나게 한 것은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이었다. 불과 1~5년 전 나의 모습일 텐데도 아이들을 보니 나의 그때가 너무도 그립게 했다. 여름캠프에서 만났던 친구들은 다시 모여서 반가운 대로, 처음 온 친구들은 새로운 만남에 반가운 대로 빠르게 친해지고 정을 나눴다.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통해서 맺어진 인연들이라 마음뿐 아니라 뜻을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 의리가 부럽고 아름다웠다. 또 그 친구들이 그런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조금은 알고 있는 것 같아서 기뻤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오히려 이끄미인 내가 그 친구들에게 배울 것이 참 많았다. 장기자랑을 봐도 순간순간마다 놀란다. 굉장히 짧은 준비시간 동안 만들어 낸 것을 생각하면 그 기발함이 탐날 정도였다. 연기력도 흉내 내고 싶어도 따라 할 수 없을 만큼 능청스러웠다. 그렇게 놀기도 잘 놀고, 강의시간에는 (조금 졸고^^;) 집중해서 열심히 듣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보다 더 많이 알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친구들도 있어서 부끄럽기도 했다. 친구들의 모습들이 하나하나 내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참 고마웠다.
<사람이 희망이다>
친구들이 합창하는 <상록수>를 들을 때, 눈물을 겨우 참아냈다. 강의시간에 잠시 틀어주셨던 추모 영상도 그렇다. 언제봐도 눈물 난다. 여전히 살아계실 것만 같은데, 흐려진 눈을 닦고 보면 ‘안 계시는구나.’ 싶어서 먹먹해진다. 사자바위도 한 걸음, 한 걸음, 그리운 마음으로 올랐던 것 같다. 얼마 전 대선결과를 지켜보며 나의 20대 절반을 뚝 떼어서 남에게 뺏긴 것 같아서 너무 화가 나고 서러웠다. 사실 바보같이 그 뒤론 뉴스도 잘 안 켜고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런데 이번 봉하마을에서 다시 기운을 좀 냈다. 그곳에서 만난 멋진 이들이 모두 노무현 대통령님의 자취를 궁금해하고 배우고 있다니 그 자체로 희망이었다. 중고생 친구들에게는 리더십 캠프였다면, 나에게 2박 3일은 ‘힐링’ 캠프였다. 꼭 또 만나고 싶다. 캔들 파이어 시간에 먼 곳으로 여행을 가겠다고 쓴 나의 소원을 보면서 “쌤 그럼 여름에 오면 없어요?” 하던 친구들과 소원은 어떻게 되었는지도 수다 떨고, 또 함께 사자바위 오르면서, 자전거 타면서, 노무현 대통령님 그리면서, 깨어있는 우리를 만나고 싶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리더십 강의들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을 기억하고자 하는 이런 값진 캠프를 함께해서 기쁘고, 그 뜻을 새겨서 누군가의 몸이 아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리더들이 꼭 되었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시와 함께 캠프에 다녀온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싶다.
다시
박노해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이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