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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3 09:05
‘대구사람 섬사람’ 이란 멍에 벗을 날 언제일까
- Daegunian Rocky
얼마 전 ‘또 뽑고 싶은 대통령 1위는 누구?’ 라는 매우 흥미로운 기사가 인터넷에 떴다. 어떤 온라인리서치 전문회사가 회원 2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위는 단연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43%가 노 대통령을 꼽았다. 2위는 김대중 대통령(12%)이었고, 3위는 박정희 대통령(10%)이었다. 현직 대통령과 다른 전직 대통령들은 모두 1~2% 선에 머물렀다.
이런 이야기를 우리 동네(대구)에 사는 몇몇 고령자들한테 들려줬더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반응 일색이었다. 그들이 꼽는 1등 대통령은 망설일 것도 없이 박정희 대통령이다.
공무원이나 군인, 교직자로 퇴직하여 고액의 연금을 받는 은퇴자나 고액연금이 보장되어 있는 장년층일수록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높다. 그들의 고액연금이, 당초 제도 구상단계의 정치적 의도가 어떤 것이든지 간에 바로 군사정부시대에 만들어졌고, 오늘의 변영을 일군 초석을 놓은 이가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바로 보수진영의 주요한 한 축을 이룬다. 그들이 보는 신문은 물론 보수신문이다.
그런 분위기에 젖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의견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유신독재와 긴급조치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지, 그런 일에는 관심이 없다. 어떤 모임에서 우연히 인혁당 사건에 휘말려 고초를 겪었던 어르신 한 분을 만났다. 헤어지고 나서 그 부분의 자료를 들춰봤더니, 참으로 부끄러운 역사의 한 페이지가 거기에 고스란히 펼쳐져 있었다.
박정희독재 반대운동이 한창이던 1974년에 민청학련 사건이 발생하자, 이 사건을 수사 중이던 중앙정보부는 긴급조치와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240명을 체포했다. 그들의 죄상은, 인혁당을 재건해 민청학련의 국가 전복 활동을 지휘했다는 것이었다. 이들 중 38명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도예종 등 사형 선고를 받은 피고인 8명은 판결이 내려지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형됐다.
세월이 흘러 2002년에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인혁당 사건이 중앙정보부의 조작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에게 사형을 판결한 민복기 당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원 판사들과 소수의견을 낸 판사를 포함해서 관련 국가기관장의 명단도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 후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서울 중앙지법은 2007년 1월 인혁당재건위 사건 관련 8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해 8월 서울지방법원은 인혁당사건 희생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여 국가가 총 637억여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군사독재권력이 자행한 수많은 국가폭력사건 중의 하나다. 그러나 그 시절에 눈감고 적당히 협력하면서 지낸 많은 사람들은 사건자체를 회고하기조차 꺼린다.
한창 놀라운 열정으로 사회운동을 전개하시는 스님 한분을 얼마 전에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대화중에 스님은 “이런 동네에 답답해서 어떻게 삽니까?”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스님이 불쑥 내 뱉는 그 말에 얼굴이 화끈거렸던 기억이 오래 남아 있다.
이 동네 사람들, 특히 고령자들은 박정희 대통령을 매우 좋아하는 그만큼 노무현 대통령을 그냥 싫어한다. 노 대통령 서거 후 얼마동안 전국적으로 그 많은 조문객이 봉화마을을 찾았지만, 이 동네에선 설사 다녀왔다고 해도 그걸 떳떳이 말할 수 없는 분위기가 압도했다. 그런 분위기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이유는 노 대통령이 시도했던 많은 개혁조치를 쇠귀에 경 읽듯 해왔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왜 검찰이 권력자의 시녀노릇을 해서는 안 되는지, 노 대통령이 왜 말도 많은 지방분권을 추진해야 했는지, 왜 세상이 함께 잘 사는 모습으로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식이 남다르게 둔하다. 의도적으로 무시하려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군사독재에 시달려보지도 않았고, TK다 뭐다하며 오히려 그 덕을 본 사람들이 많다 보니, 그런 사람들이 만드는 분위기가 지역분위기를 주도한다. 진보에 호감을 가진 젊은이들을 철부지라고 간단히 매도해버리고, 인터넷과 담을 쌓고 살면서도 SNS의 부정적인 면만을 강조하는데 목청을 돋운다. 이런 면에 보수신문들의 역할이 한몫을 한다.
올해의 정치이벤트들을 통해 대구가 육지 속의 섬이 아니라는 증거를 보여줘야 한다는 소리는 여기저기서 많이 나온다. 지역신문들도 특정 정당의 텃밭으로 일관하여 얻은 것이 무엇인가하고 외쳐왔다. 그러나 아직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변화? 싫어!’다. ‘보수 꼴통이 뭐가 나빠?’ 하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젊은이들은 일자리 찾아 자꾸 외지로 떠나는데, 고령자들의 옹고집은 오히려 사명감으로 무장한 듯하다. 안타깝게도 지역의 앞날에 먹구름 걷힐 날에 대한 기대는 또 한참 뒤로 미뤄야 할지 모르겠다.
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