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폭소가 가득했던 통합진보당 TV 광고 촬영현장
홍민철 기자 pl********@daum.net
입력 2012-04-03 01:31:32 수정 2012-04-03 17:21:02

ⓒ민중의소리 양지웅 기자
70년대 여고생으로 변신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해맑게(?) 웃고 있다.
'); }ⓒ민중의소리 양지웅 기자
'고고장 노는 오빠' 유시민 대표, 익살스러운 표정 연기와 코믹한 댄스실력이 일품이다.
'); }놀라움은 이어졌다. 검은색과 노란색 ‘반짝이’가 한 땀 한 땀 수놓아져 있는 화려한 재킷. 재킷 안쪽에는 ‘직각 어깨뽕’이 들어있었다. 터무니없이 추켜세워진 어깨 위에는 비틀즈의 멤버들이 전성기 시절 즐겨 했던 ‘벙거지 헤어스타일’이, 12통은 족히 되어 보이는 치렁치렁한 나팔바지는 센스를 더했다. 영낙없는 70년대 '고고장 노는 오빠‘ 스타일. 주인공은 유시민 대표였다. 완벽하게 ‘망가진’ 유시민 대표 주위로 사람들은 폭소를 터뜨리며 몰려들었고 연신 스마트폰의 플래시 세례가 터졌다.
지난달 25일 밤 11시.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모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통합진보당의 4.11 총선 TV광고 2편 '유쾌한 파격' 촬영현장 풍경이다. 진보는 어렵다고, 진보는 딱딱하다고 누가 말했을까. 이날 촬영의 카피는 “통합진보당이 국민들에게 웃음을 안겨드리겠습니다”. 카피 문구는 글자에서 뿐 아니라 통합진보당의 대표 정치인들이 변신에서도 그대로 묻어났다.
팜므파탈 살사 댄서 심상정 대표, ‘강달프’ 포스를 그대로 간직한 ‘캐리비언의 해적’ 잭 스패로우 강기갑 의원과 앨비스 프레슬리를 가슴의 털만 빼고 완벽하게(?) 재현해낸 노회찬 대변인, 80년대를 풍미했던 비주얼 록커 천호선 대변인까지. 촬영 콘셉트는 ‘코믹’이었고 이들 변신의 코드는 ‘망가짐’이었다. 뒤늦게 촬영장에 도착한 서기호 전 판사는 ‘그냥’ 판사 역할을 맡았다. 다만 자신의 얼굴보다 큰 분홍색 나비넥타이와 2:8 쪽진 가르마를 한 것만 달라졌을 뿐. 뒤늦게 총선출마가 결정된 이상규 후보와 공동대표로 통합진보당에 합류한 조준호 대표만이 양복과 넥타이를 한 '정상 정치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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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털'만 빼고 앨비스 프레슬리를 완벽하게 재현한 노회찬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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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프'의 해적변신, '잭 스패로우' 강기갑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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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를 주름잡았던 '비주얼 록커'로 변신한 천호선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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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애 도플갱어' 김재연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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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이분들은 도대체 누구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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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이정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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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에게 연기지도를 받고 있는 유시민, 조준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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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출한걸...' 서기호 후보
'); }“아 그만 찍으세요. 이거 절대로 SNS에 올리시면 안됩니다. 나중에 공개되고 나면 그때 올리세요”
후보들과 함께 키득거리며 연신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 사이로 통합진보당 당직자들의 외침이 끊이지 않았다. 파격적인 변신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방송직전까지 ‘보안’이 필수였다. 유시민 대표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사전에 공개되는 순간 '웃음'은 반감되고 작전을 실패로 돌아갈 공산이 컸다.
광고효과도 효과였지만 사실 촬영당시 주변상황도 웃고 즐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촬영이 진행됐던 25일 밤은 이정희 대표가 후보를 사퇴하며 눈물의 기자회견을 한 이틀 후였다. 대표단은 물론 나머지 후보들도 우스꽝스러운 변장을 하고 카메라 앞에 설 기분은 아니었던 것이다.
실제로 제작진에 따르면 이미 두 달여 전부터 기획돼 왔던 광고촬영 콘셉트를 폐기할 위기까지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이 악화되면서 ‘너무 웃기면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통합진보당 내부에서조차 터져 나왔던 것. 제작진은 “결국 상당부분 ‘톤다운’을 하며 ‘덜 웃기게’ 만드는 것으로 촬영 허가가 났다”고 귀띔했다.
“카메라 롤(Roll), 레디~ 액션!”
촬영이 시작됐다. 이날 촬영은 코믹한 캐릭터들도 변신한 후보자들이 율동에 맞춰 춤을 추며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통합진보당을 둘러싼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솔직히 말해 그들의 변신은 다시 봐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대표단과 후보자들도 ‘이왕 하기로 한 것, 제대로 망가져 보자’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촬영장은 생기를 더해갔다. 몸이 풀린 몇몇 후보자들과 대표단은 특유의 ‘끼’를 여지없이 발휘하며 큐시트에도 없던 코믹 애드리브 댄스를 작렬했다.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유시민 대표였다. 반짝이 뽕재킷에 더벅머리를 한 유시민 대표가 눈을 가운데로 모으고 ‘파닥파닥’ 거리며 춤을 추는 모습이란. 뷰파인더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진지하게 촬영에 임하던 촬영감독조차 키득키득 거리다 이내 폭소를 터뜨렸다. 같은 장면을 수십 번 반복해 촬영해야하는 상황에서도 유시민 대표는 “자 힘들 냅시다. 이명박 대통령 퇴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역 유세 일정에 피곤에 지친 심상정 대표는 “유대표 여기와서 서있어 내가 보면 서 좀 웃게요”라고 말했을 정도.
문제는 서기호 전 판사였다. 줄곧 근엄한 ‘법의 심판자’로 살아왔던 그에게 ‘코믹’ 콘셉트는 애초부터 무리였던 것일까. 우스꽝스런 2:8 쪽가르마를 하고 머리에 핀까지 찌른 그였지만 “맡겨 주십시오 확실하게 하겠습니다”라는 멘트는 쉽지 않았다. 감독은 연신 "NG"를 외쳐댔다. "잘 하고 계시는데요 좀 더 밝은 톤으로 부탁드립니다, 다시", "조금더 자신 있게 해주세요, 다시", "아 참...다시". 스태프들이 지쳐갈 무렵, 잔뜩 주눅이 든 서기호 판사가 중얼거렸다. "판결문 읽는 톤으로 한 번 해볼까...그건 그래도 잘 하는데...", 감독이 웃으며 말을 받았다. "판사님 말투는 따로 있습니까?“

ⓒ민중의소리 양지웅 기자
통합진보당 TV CF 촬영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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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어색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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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NG의 '주범' 서기호 전 판사,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14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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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카 빅엿' 서기호 전 판사의 멋쩍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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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대표 '살사의 여신' 변신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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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양지웅 기자
촬영중인 이정희 대표
'); }서기호 판사가 ‘워스트’ 였다면 ‘베스트’는 단연 김재연 후보였다. ‘최연소’ 젊은 감각 덕택이었을까. 몇 번을 반복해도 몸에 익지 않아 어설픈 춤사위를 반복했던 '중·장년' 후보자들과 달리 김재연 후보는 장면마다 딱 들어맞는 고난도 표정연기까지 선보이며 단박에 OK 사인을 받아냈다. 정치인 같지 않은 미모에 남성 스태프들의 시선도 유독 김재연 후보를 따라다녔다.
촬영장 한 켠에선 천호선 후보가 바닥에 주저 앉아 부츠를 신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가죽 재킷과 바지, 붉게 염색한 장발 머리 가발에다 체인까지, 비주얼 록커로의 변신은 완벽했지만 문제는 부츠였다. 의상팀에서 준비한 부츠가 천호선 후보의 발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아 이게 안 들어가요...” 스태프를 보며 울상을 지어보지만 오밤중에 새로운 부츠를 구할 수도 없는 일. 천호선 후보는 결국 작은 부츠에 발을 우겨넣어 간신히 촬영 세트에서 춤을 출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함께 촬영해야 할 파트너 노회찬 ‘앨비스 프레슬리’와 키 차이가 너무 나는게 아닌가.
모니터 화면을 유심히 지켜보던 감독이 외쳤다. “천호선 후보는 신발 벗고 갑시다”. 억울해 하던 천호선 후보는 “아니 이걸 어떻게 신었는데요....”라며 항변했지만 결국 이날 천호선 후보의 촬영 대부분은 양말만 신은 채 진행됐다.
촬영이 시작된지 5시간여. 새벽 4시가 넘어가자 촬영하던 후보자들도 지쳐갔다. 격한 일정때문이었을까 지역구 후보자들은 하나둘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틈나는 대로 대책을 논의하던 이정희 유시민 조준호 대표도 말을 잊은채 식어버린 인스턴트 커피만 연신 들이켰다.

ⓒ민중의소리 양지웅 기자
밤샘 촬영에 지친 '지역구' 후보들, 하나둘씩 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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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양지웅 기자
통합진보당 TV CF 촬영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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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양지웅 기자
마지막 'OK컷' 모습
'); }“(이정희 대표)통합진보당, 여러분께 웃음을 드리겠습니다. (후보자 일동 어깨동무 하며)아하하하하”
“컷. 수고하셨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OK 사인이 떨어졌다. 25일 밤 11시에 시작한 촬영은 결국 밤을 꼴딱 새워 다음날 새벽 6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OK사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후보자들과 대표단은 스태프들 한명한명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인사가 끝나고 가발을 벗자 엉망으로 헝클어진 머리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뻑뻑한 듯 후보자들은 연신 눈을 비볐고 사이사이 벌겋게 충혈된 눈동자가 보였다.
검은 교복의 여고생으로 변신했던 이정희 대표는 다시 베이지색 바지정장에 보라색 머플러를 두른 여장수로 돌아왔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던 이 대표는 30분 뒤에 진행될 예정인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를 준비하기 위해 자료 뭉치를 받아들며 차에 올랐다. ‘고고장 노는 오빠’ 유시민 대표는 보라색 점퍼를 갈아입고는 다음 일정이 잡혀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경남 사천까지 장시간 이동을 해야 하는 강기갑 대표 역시 서둘러 차에 올랐다. 다시 ‘격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날 촬영된 통합진보당의 TV 광고 2편 '유쾌한 파격'은 3일 저녁 부터 만나볼 수 있다. 모두 10여차례 방송될 예정이며 공직선거법상 지역구 후보자들의 얼굴은 TV광고에서는 만나볼 수 없다. 때문에 TV 광고에서는 이정희 유시민 대표와 김재연 서기호 후보만 등장할 예정이다. 나머지 후보자들의 모습은 통합진보당 YOUTUBE 채널을 통해 온라인에서 추가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