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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6 21:23
방금 집에 들어왔습니다.
좋아하는 막걸리를 한잔 마시고 들어와서 글을 쓸까,
쓰고나서 마시러 나갈까 고민하며 이글을 씁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간질환자였습니다.
기억하시는 분들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신 분들도...
사람세상 초기에, 저를 소개하면서 암흑같았던 지난시절도 떠올려보았죠.
바이칼호수님은 잊고 계셨나 봅니다.
님께서 그 글에 아픔을 나눠주시며, 꼭 한번 만나 술잔한 하고싶다 하셨습니다.
그외 걱정해주시던 많은분들이 계셨고, 꽉 막혔던 뭔가가 뚫린 기분이었습니다.
에필리언,
그들 모두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나의 병을 숨겨야 하나, 말해야 하나, 지독한 고민을 합니다.
남의 얘기를 하듯 자신의 얘기를 합니다., 그런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한다며,..
어느 누가라는 말로 자신을 숨깁니다.
정작 자신의 병은 부끄러움으로 여기며 숨긴채, 극복을 말하며 혼란에 빠집니다.
그걸 밝힌다 한들, 득이 되는건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억눌린 뭔가가 뚫리는 그런 기분... 바보들이죠.
그 잠시의 짐을 덜어버리기엔 지나온, 겪고있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그 어둠이 너무도 짙습니다.
그래도 말을 하고나면, 난 거짓말쟁이가 아니다.
지금껏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난듯 여기는, 바보같은... 착한사람들이죠.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발병이 시작됩니다.
선천적이라 해서 유전은 아닙니다.
임신, 출산과정에서 태아의 뇌에 영향을 끼쳐 , 뇌의 어느부분이 손상이 되어 생기는 선천적발병.
뇌의 손상에 따른 후천적발병, 이것은 누구에게 언제든 일어날수 있는것이라 합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추측일뿐, 원인은 모른다 하는것이 간질입니다.
다만, 치료약의 개발로 경련을 다스릴수는 있습니다만, 이것 역시 뇌에 학습을 시키는것 뿐입니다.
경련이 심한 환자들은 뇌에 전극을 꽂고 일평생을 침대에 누워지냅니다.
세상에 갓 나와서 방글방글 웃던 갓난아이가, 어느날 경련을 일으키는것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
어느날 쓰러질지 모르는 불안함을 지닌채, 그렇게 어른으로 성장해갑니다.
그 성장과정은 눈물겹게 고통스럽다는것을 아셔야 합니다.
저는 후천발병에 속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어디에 머리를 부딪치거나 그랬던적은 없었지요.
19살 되던해 7월 17 일,
제가 기억하는 제 첫 발병일입니다.
그날의 의무기록에는 일사병으로 씌어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 아버지가 갓구입한 저희 밭으로 나들이를 갔던날,
풀을 베고, 삼겹살과 상추쌈, 가끔 지나다니는 차량들의 한적한 바퀴소리,
그렇게 평온하고, 행복했던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그후, 또 경련이 찾아오면서,.. 왜 ? 그냥 아픈건가 ?
저는 기억을 못합니다. 눈을 뜨고 나면 부모님이 곁에서 울고 있고, 저는 부모님을 달랩니다.
왜 달래야 하는지도 모르고 달랩니다.
"울지마 엄마 나 괜찮아, 아무것도 아냐,"
헌데, 그말을 왜 해야 하는지 저는 모릅니다. 그냥 울고 있으니까,
뇌가 조여들고 머리가 깨지는 아픔속에서 그런말을 합니다.
삼장법사가 주문을 외우면, 손오공을 얌전히 만드는 쇠고리..,
저는 손오공의 아픔을 이해합니다.
극단은 사람을 허허롭게 만드는가 봅니다.
에필리언,
일생을 살면서, 수십 수백번의 죽음이 찾아오는 사람들입니다.
경련은 짧은 죽음이죠. 아무것도 기억을, 통증을 모릅니다.
'에필리어 에세이 2 ' 에서 소개한 그 젊은분의 삶을 다시한번 읽어보십시요.
경련후에 비로소 그 고통이 찾아옵니다.
뇌가 조여들고, 머리가 깨져 뇌가 삐져나오는듯한 통증과, 뜻모를 두려움, 상실감,...
한번 경련이 찾아오면, 그 상실감, 자괴감은 한두달동안 이어집니다.
민감한 시기의 나이였기에 그랬나봅니다.
전조현상이라는게 있습니다.
경련전에 자신에게 발작이 올거라는걸 인지하게 해주는 징후 같은것이죠.
전조현상은 에필리언 누구에게나 있는것이 아닙니다.
저는 그 전조현상이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바이칼호수님,
저에게 정치와 정치인은, 꿈의세상이자 타인일뿐입니다.
아픔을 어루만지는 치열함을,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까요 ?
세상에는 너무나 힘겨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보다 더 힘든사람을 보며, 나는 행복하구나...
짧은 말한마디 하느라,
온 얼굴이 뒤틀리며 저 뱃속으로부터 짜내어, 신음을 토하는 사람들을 보면, 저는 숨이 찹니다.
그사람들에 비하면, 저는 너무나 행복합니다.
제가 싫어하는 정치인에 대한 발언이, 바이칼님 맘을 상하게 할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것대로만 반응해주십시요. 부탁드립니다.
제 병력을 걸고, 조롱했다는것에 대해,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나서 그랬던게 아닙니다.
말씀드렸지만, 그것은 상관없습니다.
그 사람들은 너무도 힘들게, 지독하게 고통을 겪어온 사람들입니다.
생각, 생각,, 그리고 또 생각...
차라리 기억을 잃어버리는 발작이 찾아왔을때, 죽어버려서 깨어나지 못했더라면...
그렇게 순간순간을 위태하게 자신을 보듬고, 지독하게 숨어서 고통을 감내하는 사람들입니다.
바이칼호수님,
젊은넘의 발악이 어제오늘 이어졌습니다.
욕설을 해서 죄송합니다.
앞으론 존칭을 해드리겠습니다.
바이칼호수님을 품고 싶습니다.
저의 너른 품안에 들어오셔서 ㅋㅋ 사월의 싱그러움의 절정을 같이 마셔보자고요 ~ ^^;
그리고 만나시자는 제안, 저는 자연스러운 만남을 좋아합니다.
호수님도 만나서 저를 다독이시겠다는 부담은 버리시고요.
언젠가 때가 되면, 그런날이 오겠지요.
그리고 !!
유시민은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겠습니다.
이해해주시고, 그냥 그렇게.... 말로 특별히 뭐라 표현하기가 그렇네요. ^^
그럼 저는 이만 나가서, 막걸리 한잔 마시고 옵니다.
길어져서, 글쓴지가 두시간 되어가네요...
단골집 열시까진데, 잘하면 두병 마실수 있겠네요 ~
그럼...